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을 통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과의 합병은 단순한 경제범죄가 아니다. 이재용으로 불법상속을 위해서라면 삼성이라는 거대 기업집단도 자기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발상, 대한민국 법규정과 경제질서는 삼성 총수 일가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치외법권적 우월의식의 발로였다. 박근혜, 최순실 등 권력의 정점에 있는 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반도체 공장에서 수없이 터지는 직업병과 피해 노동자들은 외면하고, 무노조경영이라는 반사회적 방침으로 노동탄압에 앞장서 왔던 삼성 이재용 일가의 행태는 수십년 동안 거침없었고 그래서 확연하게 까발려진 사안이다. 다 알면서도 삼성 문제 앞에서는 입을 닫는 공포와 비겁이 만연해 있었다.
그런데 이재용 뇌물혐의를 포함한 국정농단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 늦어지자 삼성의 재판연기 작전의 결과이고, 삼성의 막강한 힘이 작동하고 있다며 주변 분들이 걱정을 했다.
나는 이번에도 다르게 생각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이 특수통 과학수사통 수사관을 총동원하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조작 사건을 집요하게 파헤쳤고 그 결과 상당한 증거와 조작-은폐 정황이 속속 밝혀진 상태에서 이재용에게 유리한 대법 판결이 나올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명박이나 박근혜 시대라면 재판을 끌수록 유리할 수도 있겠으나, 대법관 구성을 봐도 그렇고 검찰의 수사상황을 봐도 그렇고, 촛불 이후 여론 흐름을 봐서도 이재용 편을 들어주는 판결은 쉽지 않다고 생각하고 민중당은 재벌해체 투쟁의 각을 '이재용'에 맞췄다.
이재용을 치켜세우고, 삼성 공장을 방문하고, 각종 규제를 풀어주는 문재인 정권의 행태가 우리 눈에는 상당히 거슬렸다. 경영혁신을 요구하고, 사내에 준법감시위원회를 만들라고 권고하고, 회복적 사법을 떠들면서 이재용을 풀어주려고 안간힘을 쓰는 판사 것들은 말할 가치도 없다.
결국 김명수 대법에서는 2심과는 달리 모든 뇌물혐의가 인정되고 뇌물액수도 36억 원에서 87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법과 상식대로 하면 이재용은 파기환송 고등법원에서 재구속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 결과를 받아들여 실형을 살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면 이재용 일가에게 기회가 올텐데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수사심의위원회 요청, 구속적부심 대응 등 하는 행태마다 모든 혐의를 부정하고 ‘나 잘났다’는 식이어서, 돈과 권력을 가진 자들의 탐욕과 치부를 제대로 드러내고 있다.
재벌해체 투쟁, 이재용 구속투쟁은 시대적 과제이자 한국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중요 계기가 될 것이다.
일본 아베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경제전쟁을 일으켰을 때도 마찬가지다.
아직 한국에서 반미투쟁이 대중적으로 대규모로 진행되기는 어려운데, 반일투쟁은 어떤 계기가 되든 불을 당기는 순간 폭발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아베 스스로가 불나방처럼 기름을 지고 불섶에 뛰어들었으니 고맙다고나 할까, 역사의 시계는 우연이든 필연이든 어김이 없었다.
친일왜구를 제외한 전 국민이 일본상품 불매운동, 일본여행 거부운동에 나서고, 문재인 정권도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반일여론에 올라타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갔다.
한국 입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에 일방적으로 편입된 군사종속 상태를 벗어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당에서 기자회견을 준비한 날 아침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먼저 지소미아 폐기 기자회견을 했다.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폐기 주장에, 각계각층 여론을 좀 더 끌어올리면 해볼 만하겠다는 확신이 섰다.
재미난 것은 조선일보가 이 상황을 먼저 감지했다는 점이다. 지소미아 폐기를 주장하는 좌파세력의 위험성을 알리는 기사에 민중당이 신대방역과 상계역에서 1인 시위한다는 내용을 실었다. 신대방역에는 내가, 상계역에는 김선경 공동대표가 실제 1인 시위를 했지만, 우리가 이를 공식발표하지 않았기에 민중당 주요간부들 SNS를 일일이 추적 조사하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사실이었다.
'보수세력이 몸이 달기 시작했구나',
'지소미아 폐기로 촛점을 잘 맞췄구나'
신호가 보다 분명해졌다.
총선을 앞두고 있고, 집권 민주당이 낙승한다는 확실한 담보가 없다면 반일민심을 표로 잡기 위해서라도 지소미아를 종료할 수밖에 없다는 우리의 예측이 맞았다. 문재인 정권이 지소미아 연장통보를 하지 않기로 한 소식을 접하고 민중당 당원들은 국민과 함께 환호성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