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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규 Dec 13. 2020

싸움의 기술 5

5. 연장을 들어라, 싸움의 양상이 바뀐다.     


어릴 적엔 맨손 싸움이 최고라고 생각했는데, 커가며 현실을 겪으니 그렇지 않았다. 

군대에서는 계급이 낮더라도 명중률 높은 일등사수를 우대해주고, 개인화기를 비롯한 각종 장비가 전투력을 좌우했다.

공장에서도 선반이나 밀링을 다룰 줄 아는 노동자가 일량을 해냈고, 건설현장에서도 파이프머신, 용접은 물론 그루빙 기계, 자동윈치 같은 기계장치를 쓸 줄 알아야 인정을 받는다.     


정치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건 인물이다. 그 인물에게 맞는 연장까지 갖추면 전투력은 극대화된다.  

이명박은 '청계천 복원'으로 서울시장에 당선되었고 '한반도 대운하'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여 망하기 시작했다.

선거의 여왕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건 실제로는 관권-부정선거였지만, 대선에서 '경제민주화'라는 구호를 들고 중간층과 서민들의 민심을 파고 들어간 것이 주효했다.


민주노동당이 대중에게 각인된 계기는 '살림살이 나아졌습니까?' 였고, '무상교육 무상의료'라는 연장을 들자 진보 유권자들의 반응이 뜨거워졌다. 무상교육 중 하나인 무상급식으로 오세훈이 서울시장에서 날라가고 박원순 시장이 당선되면서 늘 밀리던 민주당이 선거승리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진보의 무기가 대권주자로도 손색이 없던 오세훈을 날려버릴 만큼 강력했다.




한국 정치에서 '기본소득'을 처음 도입한 세력은 청년진보당이었다. 그 맥이 사회당, 진보신당, 노동당으로 이어오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기본소득당’을 창당하면서 정치의제화에 불을 당겼다.

민중당은 2018년 지방선거 때 '농민수당'이라는 이름으로 기본소득 개념을 받아들여 강진, 해남 등 농촌 시군구와 도단위에서 법제도화에 성공하였다.



총선을 준비하며 코로나 상황을 예의주시했는데 대구 신천지발 폭발 이후 자영업자, 비정규노동자, 특수고용노동자를 비롯한 사회 취약계층에게 더욱 잔혹하게 덮쳐오는 생계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기본소득을 주목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전 국민에게 100만원을 즉시 지급하고 연말소득정산에서 고소득층에게 누진적으로 환원하는 '재난기본소득'을 설계, 발표하기에 이른다.  

수구언론과 기재부 관료들의 끈질긴 저항이 있었지만 코로나로 인해 서민경제가 워낙 어려워지고, 이재명 박원순 김경수 등 광역단체장들이 재난지원금 명목의 기본소득을 속속 도입하자 문재인 정권도 어쩔 수 없이 가구당 지급 방식의 기본소득을 시행하였다.



10년 이상 사회적 논쟁을 펼치며 겨우 도입한 무상급식에 비하면 전광석화같은 속도다.이 속도라면 머지 않아 한국사회에 공공성 의제, 불평등 타파, 자산재분배의 목소리가 우레처럼 울려 퍼질 것이다.     

이정희 대표의 '전 국민 고용보험제'가 주목받은 이유도 같다. 코로나 위기라는 전대미문의 사회적 재앙에 대응하려면 선별없는 보편복지, 한국사회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의료, 교육, 주택, 문화, 정치 영역은 당연하고 사회 전반에 공공성 화두가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동시에 수구보수 세력의 마지막 저항도 처절하게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의깊게 보아야 할 지점은 노동자를 지키고, 악덕 기업주를 예방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정, 통과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수야당은 말할 것도 없지만, 집권 민주당도 서민이나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정치하지 않는다. 그들 스스로가 가진 자, 기득권층이고, 초록은 동색이라고 권력있고 배부른 자를 위해 충성을 다한다.




국회의원 시절부터 나름 거칠게 구상한 정책이 '고위공직자 자산신탁제'와 '비정규직 1.5배 임금제'이다.

대통령부터 시장, 군수, 지방의원, 국회의원까지 모든 선출직과 고위공직자에게 정치권력과 재산 중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제도다. 1인 당 10억 원 정도의 자산은 인정하고 그 이상의 자산은 환수하여 국가재정으로 넣는다. 2인 가족이면 20억, 4인 가족이면 40억 원 넘는 자산을 사회에 기여하는 셈이다.

돈 버는 재주가 있으면 돈 많이 벌어 평생 먹고 살되, 정치권력까지 욕심내지 말라는 취지다. 고위공직자로 있으면서 재산이 불어나도 당연히 기준액 이상은 환수하여, 정치권력을 이용한 과도한 재산취득도 불가능하게 만든다.     


1.5배 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 한 줄만 넣자는 거다.

"고용형태 파견형태 계약기간에 상관없이 모든 비정규노동자의 급여는 정규직 노동자 급여의 1.5배 이상으로 한다."

파견이든 하청이든 기간제든 알바든 특수고용이든 플랫폼노동이든 비정규직을 마음대로 채용하되 임금을 듬뿍 주라는 것이다. 임금을 많이 줄 수 없으면 정규직만 채용하라는 취지다. 대기업 계열사와 1차 밴드-하청업체까지 범위를 정하면 그룹 총수가 관련 모든 기업 비정규직 노동자의 임금을 책임지게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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