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라이킷 댓글 공유 브런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한 달에 한 도시
By 김은덕 백종민 . Aug 04. 2017

바르(Bar)라고 쓰고 화장실이라고 읽는다

마른 광야를 건너 바스크의 심장, 빌바오로 간다

이럴 땐 바르로 가야 한다. 뉴욕에 가면 하늘의 별처럼 많은 스타벅스를 화장실로 쓰듯이 스페인에서는 골목길을 지키고 있는 바르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 '바르(Bar)라고 쓰고 화장실이라고 읽는다' 본문에서


Photo by 백종민


길을 걷다 가볍게 커피 한 잔 하거나 시원한 맥주로 목을 축일 수 있는 바 Bar를 스페인어로 읽으면 바르 Bar가 된다. 표기법은 같으나 영어와 스페인어의 발음 사이에서 생기는 차이다. 


스페인 어디에서나 바르를 찾을 수 있다. 골목을 걷다 보면 ‘아니 이런 곳에도 있네’ 싶은 곳에도 바르가 숨어 있는데 스페인은 수호성인 산티아고(야고보)가 지키고 골목은 바르가 지키는 것인가 싶어 지는 풍경이다. 골목마다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스페인 사람들의 삶 가운데 바르가 있게 된 것인지, 바르가 많아서 스페인 사람들 인생에 한 부분이 된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어디서든 찾아서 커피 한 잔 할 수 있고, 언제나 들어가 시원한 맥주 한 모금할 수 있는 공간 임에 분명하다.


스페인 사람들은 바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아침에 눈을 떠 커피와 보카디요로 아침 식사를 하는 곳도 바르이고, 수다 상대를 찾기 위해서도 바르에 간다. (참! 스페인 사람들은 바르가 없으면 못 살 것처럼 보이지만 수다를 떨 수 없다면 견디지 못해 죽고 말 것이 분명하다.) 주말에는 꽤 근사한 식사를 내놓는 레스토랑으로 변신하니 친구들과 주말 약속 장소도 바르로 한다. 상황이 이러듯이 스페인 사람들은 아침 점심 저녁,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바르에서 지낸다. 


스페인을 찾은 여행자도 바르 문화에 스며들어야 이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마주하게 되는 문제는 뭐가 있을까? 스페인어밖에 쓸 수 없는 나라일 것 같지만 영어만 사용해도 여행기간 내내 의사소통에 문제없다. 뭐, 그도 아니면 구글 번역이 사용하면 되고.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소금 좀 빼주세요 Sin Sal, Por favor.’하면 꽤 괜찮은 맛을 즐길 수 있다. 혹 그 말 잊어버렸다면 우리가 밥하고 반찬 먹듯이 빵 하고 같이 먹으면 맛의 균형이 맞는다. 그럼 ‘스페인 여행은 어려움이 전혀 없는 건가?’하고 물을 수 있는데 여행자가 마주할 수 있는 고통은 의외에 있다. 


바르는 이렇게 많은데 화장실 찾기는 왜 이리 힘든 걸까? 스페인에서 공용 화장실을 찾기 어렵다. 워낙 공용 화장실이 잘 준비되어 있는 한국에서 살아서 생기는 문제이기도 하다. 뉴욕을 여행할 때 내 눈에 신기했던 것은 방바닥에 한 움큼 뿌려 놓은 모래만큼 많은 스타벅스 매장이었다. 지하철 역에서 나오면 바로 보이는 것도 그 매장들, 길을 걷다 고개를 돌리면 눈에 들어오는 것도 그 커피 가게였다. 물론 뉴욕도 공용 화장실 찾기가 어려운데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그 커피 가게를 화장실로 이용하고 있었다. 한국을 멀리 벗어나 뉴욕을 여행할 때도 공용 화장실의 대체제가 있었는데 스페인은 그 마저 어렵다. 


지중해 햇살이 뜨거운 것만큼 커피는 바르에서 마시는 것이라는 이들의 관념도 뜨거워 공장처럼 커피 찍어내는 커피 가게가 최근에서야 하나 둘 문을 열고 있다. 그 스타벅스 매장이 뉴욕만큼 많으면 스페인에서도 화장실 걱정은 하지 않았겠지만 뒤늦은 시작이라 화장실로 사용하기엔 매장 수가 현저히 부족하다. 도대체 화장실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그걸 몰라 처음에는 꽤나 고생했다. 남들보다 방광이 작은 나는 (실제로 그 부피를 측정해 본 것은 아니나 주변 사람들보다는 확실히 자주 간다.) 화장실을 자주 가는데 도통 찾을 수 없었다. 서울에서는 지하철 역마다 있는 화장실인데 여기서는 '지하철 역에 왜 화장실이 있어야 하죠?' 한다. 파리에 가면 대로변에서 만날 수 있는 유료 화장실도 여기서는 찾아볼 수 없다. 남들이 스페인에 도착해서 '오늘 일정은 어디로 할까?' 하는 동안 나는 '오늘 동선 안에 화장실을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하고 고민해야 했다. 


이럴 땐 바르로 가야 한다. 뉴욕에 가면 하늘의 별처럼 많은 스타벅스를 화장실로 쓰듯이 스페인에서는 골목길을 지키고 있는 바르가 그 역할을 톡톡히 한다. 바르에 가서 카페 솔로 Café solo 든 카페 꼰 레체 Café con leche 든 한 잔 시킨다. 커피가 싫으면 맥주를 한 잔 시켜도 좋고, 여름이라면 계절 음료인 틴토 데 베라노 Tinto de verano를 시켜도 좋다. 가격은 고작 1유로에서 2유로 사이. 무료로 공용 화장실을 사용하던 나라에서 돈을 내고 쓰자니 아깝지만 급할 때 이만한 화장실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스페인 어디에나 있고, ‘이런 골목에서 장사가 되나?’ 싶은 곳에도 바르는 있으니 ‘화장실이 어디 있나요? ¿Dónde está el servicio?’ 묻지 말고 바르로 달려가자. 그래야 민망한 상황을 면할 수 있으니까.


글. 백종민




세계를 여행하며 한 도시를 한 달씩 머무는 것이 우리의 여행법입니다. 지난 5년 동안 파리, 뉴욕, 런던 등 35개 도시에서 ‘한 달에 한 도시’ 혹은 '한달살기'라 불리는 여행을 했지요. 이번 여름은 스페인 세 개 도시에서 각각 한 달씩 머물기로 했습니다.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 카탈루냐의 중심 도시 바르셀로나, 바스크 지방의 주도 빌바오, 마요르카 섬 중 가장 큰 도시 팔마에서 현지인처럼 혹은 여행자처럼 살아 볼 계획입니다. 앞으로 3개월 간 그 이야기를 연재할게요.

지난 여행기 > 모두 읽기

더 많은 사진은 인스타그램에서 @1city1month

keyword
magazine 한 달에 한 도시
글로 담을 만한 인생이 되려고 부단히 노력 중 입니다.
댓글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