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선물
벌써 4년 전,
서울에 첫 발령을 받던 때다.
근처에 자취방을 얻었다.
"서연! 학교에 미리 한 번 가볼래?"
"지금?"
"응. 그냥 한 번."
여유도 있길래 엄마랑 발령받은 학교에 가보기로 했다.
학교 근처에 가까이 오니 두 갈래 길이 나온다.
처음 가보는 길이다.
나는 네이버 지도를 다시 켜고 확인한다.
"엄마, 직진해서 가래요."
"오른쪽 길로도 갈 수 있어?"
"음~~~ 응 그런데 지도에서 왼쪽으로 가래."
"오른쪽으로 가자."
"왜? 왼쪽 길이 더 빠른데."
"이쪽에 나무도 많고 꽃도 있잖아"
_
빠른 것
더 효율적인 것
더 많은 것
또는 '지도에 나온대로'가 선택의 기준이었던
스물 여섯 김서연이었다.
당연히 구불구불 돌아가는 길은 내 선택의 대상이 아니었다.
나와는 다른 엄마의 선택이
내겐 낯설면서도 신선했다.
그제서야 길가에 꽃도 나무도 보인다.
빠른 직진길이 아닌 옆으로 난 꽃길을 선택하는 엄마는
그동안 삶에서 어떤 선택들을 해왔을까
_
그 후로 나는 빠른 길 말고 꽃길을
선택했던 엄마를 때때로 떠올렸지만
여전히 빠른 길을 선택하며 정신없이 살았드랬다.
흐하하
그런데 올 해부터 이 꽃길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조금 돌아가는 길
조금 천천히 가는 길
조금 오래 걸리는 길
조금 손해보는 길도
아름답다는 것을
나도 조금은
진심으로 느끼기 시작한 것 같다.
조금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