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내 길이 맞나 싶었다.
그렇게 여러 차례의 인터뷰를 마치고 입사하게 된 외국계 기업.
외국계 기업도 회사마다 다르지만 우리 회사는 입사 후 수습기간이 말로만 수습기간이 아니었다.
입사 첫 날 바로 Probation goal setting 미팅을 진행하는데, 이 시간에는 수습기간 동안 해야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영문으로 빼곡히 적힌 수습기간 안내서에 모르는 단어는 없었지만 이 산업군과 일이 처음인 나였기에, 수습기간의 목표치가 높은지 낮은건지 혹은 어떤 어려움이 있을지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내가 이 회사에 다니기로 결정했고 선택했다면 그에 걸맞는 사람이 되어야지. 그렇게 서명을 하고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무작정 퇴사 후 몇 달 쉬면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충만한 상태이기도 했고, 내가 고려했던 중요 조건에 완벽히 부합하는 회사였기에 매일 출근길이 너무나 즐거웠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업무시간에는 정말 쉬지 않고 일했다. 몰입해서 일하기 위해서 핸드폰 알람은 문자와 전화만 켜두고, 메신저 앱도 PC에 깔지 않았다. 점심시간도 최대한 업무 일정으로 채우고, 항상 효율성을 생각하면서 실천했다. 야근을 하지 않는 분위기였지만 나는 운동을 다녀와서 다시 꺼진 사무실의 불을 켜고 일하기도 했다. (우리 조직은 약 5년 전부터 노트북을 사용하기 시작해서, 입사 초기에는 사무실로 복귀하는 수 밖에 없었다.)
열심히 한 덕분일까, 수습기간 목표치도 3개월이 아니라 2개월 안에 달성하면서 회사와 직업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이었다. 매주 발표하는 Weekly KPI 리포트에는 내가 압도적으로 오피스 1등을 했다. 오히려 내 이름이 불리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꾸준히 KPI를 잘 맞췄다.
그렇게 열심히 일한 결과는 어땠을까?
바로 1등을 했다.
라는 이야기라면 참 좋았으련만. 나는 꽤나 좋은 성과를 만드는 직원이었지만 회사 안에서 분기 Top 5 가 뽑혀서 가는 최고성과자, Top biller 행사에 몇 분기동안 선정되지 못했다. 물론 신입이 가기 쉬운 행사는 아니었다. 연차와 상관없이 모든 컨설턴트를 대상으로 했기에. 하지만 나는 매주 회사의 지침대로 열심히 노력했고 주별 결과를 만들어 냈기에 너무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 내 동기는 한 분기 실적을 못 내고 그게 다음 분기로 넘어가면서 Top 5 biller 에 선정되었다.
동기의 성과를 진심으로 축하하긴 했지만, 나보다 Weekly KPI는 좋지 않은데 가장 중요한 분기 성과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어쩌면 내가 이 직업과 회사에 맞지 않는 사람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더 스트레스 받게 하는 건 스스로 세운 목표었다. 남과 비교하는 성격은 아닌지라, Top 5 에 들어가지 못한건 괜찮았지만 스스로 정한 목표치가 있었는데 그걸 달성하지 못한 게 스트레스였다. 95% 까지 숫자는 조금씩 올라갔지만 100%는 아니었기에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 시간이 참 고통스러웠다.
매일 생산성과 효율성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일을 더 잘 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실행하는데.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는데 결과가 바뀌지 않아서.
그러던 어느 겨울날.
호주의 해변에서도 마지막 업무 처리를 한 덕분에 글로벌 고성과자 Global Top Performer 에 선정될 수 있었다. 내 목표치의 약 160%를 달성한 순간이었다. 그 전 분기까지 나는 95%를 달성했는데 이전보다 1.5배의 성과를 낸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분기도 1.5배 이상의 성과를 꾸준히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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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타인 대비 객관적으로도 많은 노력을 함에도 불구하고 원하는 성과가 생각하는 때에 나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럴 때가 가장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순간에 포기보다는 마라톤 결승선이 눈앞에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조금만 더 꾸준히 노력한다면 원하는 결과는 분명 만들어진다. 아니, 바라던 결과보다 상상 이상의 결과가 나올 때가 많았다.
돌이켜 보면, 성장이라는 건 직선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폭발적인 성장을 하려면 그 에너지를 충분히 응축해야 하는데, 그 시간이 내가 생각하는 시간보다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일수록, 타인과 나를 비교하거나 혹은 나 스스로를 책망하기보다는, 잘 할 수 있다고. 잘 하고 있다고 자기 자신을 토닥여주면서 결승점까지 가 보는 그 연습이 필요하더라. 결승점을 한 번 지나 보면, 또 다른 업무나 챌린지가 생겼을 때, '아 이게 거의 다 왔다는 신호구나' 라는 생각으로 힘든 시간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에.
혹시나 지금 어려운 일이 있다면, 그 일은 분명 잘 끝날 것이다.
여러분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고자 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