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챙겨보는 tv 프로그램은 세 가지다.
<나는 솔로>, <결혼지옥>, <이혼숙려캠프>. 순서가 이렇다. 보통, 드라마는 보지 않는데, 오늘 아침 한상심 단체톡방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읽었다. 지금 찾아보니 4부작 영국 드라마다. 심리를 다룬 것이라면 구미가 당긴다. 심리적 상처, 트라우마, 억압된 정서와 대인관계 문제, 왜곡된 신념, 문제 행동 등은 나에게 이젠 연구의 대상이며 내담자의 현실로써 다가온다. 그러나 내담자라 하여 꼭 내담자 당사자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도 내담자고, 우리도 내담자다. 누구나 내담자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심리적인 문제와 씨름을 하며 살기 때문이다. 다만, 내담자라 칭한 이유는 내가 (아직은 수련생이자 인턴이지만) 상담공부를 하고 실제로 상담을 하면서 누구보다도 내담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월요일 밤에는 <결혼지옥>을 본다. 어젯밤 <결혼지옥>에 나온 부부는 각자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문제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들도 역시 자기 문제의 핵심을 잘 모르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그들이 어떤 성장 과정을 경험했는지, 나는 그게 더 궁금했고 그걸 알아가는 데 더 중점을 두었다면 상담의 효과가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마도 과거를 파보지 않은 까닭은 그들 안에 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방송 분량의 문제일 수도 있었다. 아무튼 상담 과정을 통해 나는 그들의 문제를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서로 소통이 되지 않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부부의 상담현장을 지켜보면서 희한하게 내 의식 안에는 자꾸 그 남편의 얼굴 생김새가 들어왔다. 그 남편의 얼굴이 누군가를 닮아 있었다. 박정민 배우. 박정민의 얼굴이 오버랩되었다. 예전에 '일타강사 문쌤' 유튜브에 박정민 배우가 나온 걸 본 적이 있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그가 궁금했고, 그의 삶이, 그의 생각이, 그의 앞날이 궁금했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 나는 침대에 배를 깔고 엎드려 박정민 배우의 배후를 파기 시작했다. 그와 관련된 인스타를 보고, 위키 종류를 읽고, 짤을 보았다. 그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었고, 책을 출간했으며, 작은 출판사까지 운영하고 있었다.
그가 등장한 작품은 총 46편이나 됐는데, 내가 본 건 그가 주연으로 나왔던 <하얼빈>, <밀수>, <시동>, <그것만이 내 세상> 이외 여러 편이었다. 특히 <하얼빈>과 <그것만이 내 세상>은 다시 봐도 다시 소름 돋을 영화. 그리고 <동주>와 <파수꾼>은 꼭 봐야겠다고 생각한 영화.
그는 마음먹은 것을 행동으로 옮길 줄 아는 사람이고, 또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움켜쥐는 사람이었다. 한 분야에 몸을 담았다면, 그것을 정통으로 파는 사람이고, 열정과 시간을 갈아 넣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놀라운 피아노 연주 실력을 보여주었던 그 장면에서 내 몸에 흐르던 그 전율을. 그건 피아노의 '피'자도 몰랐던 사람이 6개월 동안 5시간씩 연습한 결과였다.
단지 연기를 잘해서, 단지 개성 있게 생겨서 그가 돋보이는 게 아니다. 그는 진심을 쏟을 줄 아는 사람이고, 자기 자신에게 진심인 사람이다. 박정민 배우의 힘 있는 말, 개그스러운 말을 들으면 그가 얼마나 진솔한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고, 그의 개그에는 여유가 넘친다. 누구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그냥 그 사람인 것. 그래서 자연스러운 것. 억지로 짤 필요가 없다. 전전긍긍할 필요가 없다. 계획도 수정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는 유망주로 기대를 받는 몸이었지만, 돌연 '쉼'의 시간을 가질 것을 표명했다. 지금 쉬지 않으면 못 쉴 것 같아서라는 게 이유였다. 그에게는 지금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고 자신을 돌볼 여유가 필요하다. 그게 어떤 마음인지 너무 잘 알겠다.
새벽의 두 시간을 박정민을 흠모하는 데 사용하였다. 자기 모습 그대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 그런 사람을 보면 내 마음은 요동치고 만다. 그런 모습을 닮고 싶어서 말이다. 나는 그래서 당분간은 박정민을 생각하며 나를 다스리기로 했다. 내 마음에 파도가 엄습할 때마다 그를 보며 안도하기로.
p.s
올봄, 그가 쓴 책 <쓸 만한 인간>도 사서 읽어보리라. 그의 사색에 가까이 다가가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