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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게 되는 것

by 글 쓰는 엄마


미용사의 실수로 난생처음 커트를 해보게 됐다. 기대했던 것보다 짧아진 머리를 보며 잠깐 속상했지만, 동그란 얼굴형 덕분인지, 귀를 간신히 닿는 짧은 커트가, 굵은 웨이브의 머리스타일만 고수했던 내게 생각보다 잘 어울렸다.


생각해 보면 내가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은 늘 짧은 파마머리였다. 내겐 그게 그냥 어른의 머리스타일이었다. 어린 시절 내게 어른은 크고 먼 존재였고, 짧은 파마머리는 그런 어른의 상징과도 같았다.


세월이 지나 엄마가 되어보니, 그 시절 엄마가 왜 짧은 머리를 고수했는지 이해하게 됐다. 24시간이 모자란 엄마라는 '직함'에, 짧은 머리는 말리기도, 관리하기도 손쉬웠을 것이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웬 아줌마가 나를 쳐다보고 있다. 학생 같아 보여서 싫어했던 짧은 단발머리는 어느새 내 얼굴에 찰떡같이 어울리고 있었다.


문득 이젠 짧은 머리가 잘 어울리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어쩌면, 변화하는 내 생활과 모습을 받아들이는 일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어느새 짧은 머리가 더 잘 어울리게 된 나의 모습을 만족스럽게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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