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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젤리매니아 Sep 11. 2017

[외국영화]심야식당2

이기적인 사람들이 만드는 이야기


익숙한 오프닝 곡과 풍경, 그리고 마스터의 목소리가 <심야식당2>의 시작을 알립니다. 드라마로 많이 익숙한 <심야식당2>는 2015년에 <심야식당1>을 개봉하고, 2년만에 시즌2를 관객들에게 선보였습니다. 심야식당은 여전히 구수한 마스터의 손길로 꾸려져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조금은 나이가 들어 보이는 마스터의 모습에 나도 그만큼 나이를 더 먹었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 괜히 센치해졌네요. 


시즌제 드라마나 영화 같은 경우에는 확실히 세월의 흐름을 함께 느낄 수 있어 그 느낌이 색다른 것 같습니다. <심야식당2>에는 드라마에서 봤던, 시즌1에서 봤던 인물들이 고루 한 번씩 얼굴을 비춥니다. 하지만 그다지 비중이 많은 편은 아니여서 기억에 남는 인물들은 크게 없을 것 같습니다. 


108분이라는 러닝 타임동안 3가지 스토리를 보여주어야 하다보니 급박함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심야식당의 매력은 아무래도 음식인데, 시즌1 때도 그렇고 음식에 대한 장면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아쉬움을 느낀 건 3가지 스토리였습니다. 짧은 시간동안 3가지의 스토리를 보여주어야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음식에도 큰 비중을 두지 않을 것이었다면 스토리만이라도 좀 더 알차게 만들어야 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차라리 3가지 스토리를 2가지로 줄여서라도 그들의 이야기, 사연, 추억을 골고루 보여주어야 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첫번째 스토리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매일 저녁 상복을 입고 심야식당을 찾아와 불고기 정식을 먹는 노리코(카와이 아오바)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평소에는 자신에게 다가오지도 않는 남자들이 상복을 입고 돌아다니면 더 애처롭게 보여 다가온다는 사실을 비웃죠. 


첫번째 스토리는 흥미로운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부족한 스토리 때문에 여운이 길게 남지는 않습니다. 교훈적인 주제를 많이 사용하는 일본영화인데도 이 스토리는 도대체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은가 싶을 정도입니다. 두번째 스토리는 메밀국수집을 운영하는 세이코와 아들 세이타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음식은 볶음우동과 메밀국수이지만 역시나 음식에 대한 장면들은 많지 않습니다.


대신 이기적인 사람들만이 얼굴을 비추죠. 세이코는 메밀국수집에서 배달을 하는 아들을 아직까지 철없는 아들로만 봅니다. 조금 반항하는 모습에 중2병인가 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하지만 여기엔 모순이 너무 많았습니다. 15살 연상과 연애를 하는 세이타는 엄마에게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을 하죠. 하지만 당연히 세이코는 반대를 합니다. 하지만 아들과 아들의 여자친구는 그런 엄마의 반대를 엄마가 아들을 남편 대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치부해버립니다.


하지만 어느 엄마가 15살이나 연상인 여자와 아들이 결혼하겠다고 하는데 선뜻 그래 난 환영한다 라고 할 수 있을까요. 게다가 아들은 아직 가업을 이을 정도의 실력도 안되고, 그렇다고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사람들은 세이코에게 이제 세이타를 놓아줘 라고 하지만 그것은 세이코가 지금까지 혼자서 세이타를 키워 온 것을 무시하는 꼴 밖에는 되지 않습니다.


아들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고 싶은 마음에 엄마의 생각은 들어보지도 않고 그냥 자신에게 집착하는 엄마로 만들어버리죠. 아들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이 스토리는 솔직히 불편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 스토리는 반대로 엄마의 이기심이 만들어낸 이야기입니다. 음식 이야기는 더 이상 할 필요도 없겠네요. 보이스피싱 사기로 인해 도쿄까지 오게 된 유키코 할머니는 흘러흘러 코구레(오다기리 죠)가 있는 경찰서로 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깨닫죠. 아들에게 연락을 주겠다는 경찰의 말에 유키코 할머니는 자신이 아들에게 전화를 하겠다며 막아섭니다. 그리고 그녀는 심야식당에서 돼지고기 된장국 정식을 먹고 심야식당 손님들의 도움을 받아 캡슐호텔에 묵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유키코 할머니는 아직 아들과 연락이 되지 않았다며 도쿄에 좀 더 머물 생각이라 하고,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미치루(타베 미카코)의 집에서 머뭅니다.


하지만 점점 유키코 할머니의 이상한 행동들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 하고, 결국 가족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그리고 다른 가족에게서 유키코 할머니가 도쿄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를 듣게 되죠. 생각보다 충격적인 이유인데 나름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면 할 말이 없을 것 같네요. 하지만 아들에 대한 엄마의 이기심은 여러 사람을 피곤하게 만든 꼴이나 다름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치매로 길을 잃은 것이었다면 좀 더 공감하고 볼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심야식당2>에서 남은 건 마스터와 간간히 들리는 음식하는 소리, 그리고 OST가 다였던 것 같습니다. 러닝타임이 정해져 있는 영화는 역시 드라마를 따라가기는 좀 어려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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