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프터를 성공한 기쁨도 잠시 엄청난 부담이 밀려왔습니다.
전 평범했지만(물론 우리 부모님은 우리 아들이 제일 미남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녀는 누가보더라도 미녀였습니다.
학창시절 '남냠'이 아냐고 물어봤을떄,
안다고 하는 사람은 친한 몇명이겠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 있냐고 했을때는 전교생이 다 알것 같은 차이였습니다.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하는 나에게 그녀는 한 장어덮밥집 링크를 보냈습니다.
소개팅떄 제가 밥을 샀으니,
에프터는 본인이 점심을 사겠다고 했습니다.
그떄 느꼈습니다.
이 사람은 나에게 크게 호감이 없구나..
사람의 감은 무섭습니다.
호감이 있어서 밥을 사는것과.
빚지기 싫어서 밥을 사는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불안한 예감이 틀리지 않는 이유는
보통 불안한 예감이 맞기 떄문입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겠다면,
거울을 한 번 보시면 거의 정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반은 체념
반은 기대를 안고 소개팅을 하러 떠났습니다.
제 직장상사는 휼륭한 분입니다.
능력이 있고, 겸손하고 유머도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존경할만합니다.
하지만 전 그분과의 식사자리가 한 번도 편한적이 없었습니다.
회사가 아닌 다른곳에서 만났다면 좋은 친구가 될수도 있었겠지만,
회사에서는 아닙니다.
그 이유를 몰랐습니다.
그 이유를 에프터를 하면서 알게됐습니다.
그분은 여전히 이쁘고,
자신을 꾸미줄 알았고,
예의바르게 미소도 지어줬고,
심지어 점심도 사줬습니다.
하지만 불편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평가 받는 위치라는걸 자연스럽게 자각해서 그렇습니다.
그분은 편하게 묻는 질문도,
하나하나 고민하면서 답했습니다.
나에게 좋은 이미지를 느꼈으면 좋겠으니까요.
이야기는 과장되었고,
태도는 경직되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상사랑 밥먹을떄도 항상 그랬던것 같습니다.
호들갑스럽게 수저를 세팅하고
물컵을 따르고.
스스로를 깍아서라도 잘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던것 같습니다.
좋은 상사라서 더 그랬던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깍인 마음들이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신촌에서 같은 시절 대학생활을 보냈다는 이야기에,
어떻게 하면 내 대학생활이 '버라이어티' 해보일지를 고민하며
말하고 어필하고 있었습니다.
네.
전 그녀의 미모에 홀려서
혼자서 면접을 보고 있었습니다.
면접관은 행복했을까?
점심식사는 끝났습니다.
장어덮밥은 맛있었고,
장어덮밥집의 뷰도 좋았습니다.
한적한 공원이 보이는 모습이 참 이뻤습니다.
그녀도 재밌었다고 말했습니다.
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여전히 그녀는 이쁩니다.
계속 보다보면 사랑에 빠질것 같기도 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그녀를 사랑에 빠지게 할 수도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착각이었습니다. 그녀가 결정사 매니저에게 한 후기는
좋은 사람인것 같지만 이성적 호감은 없다입니다..ㅠㅠ)
그런데 그 노력하는 모습에
'나'라는 사람의 진정성은 있을까요.
난 그녀에게 잘 보이기 위해
나를 숨기고 가면극을 혼자서 한거에 불과한거 아닌가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수많은 가면 쓴 면접자를 만났을것 같기도 합니다.
자기를 감추고,
자기에게만 맞춰주는 수많은 사람과 소개팅을 했을겁니다.
그냥 문듯.
그녀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인사말로
그녀는 재밌었다고 하고,
전 자연스럽게 '고생하셨습니다'리고 했습니다.
항상 회사를 퇴근할떄 상사에게 드렸던 말씀입니다.
그녀가 정말 재밌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그랬으면 했습니다.
사실 너무 피곤해보였거든요.
2번쨰 소개팅을 기다하며.
예전에 인턴 면접을 봤던 기억이 났습니다.
긴장하며 나를 쳐다보던 시선.
그리고 그 사람을 어떻게든 평가해보려는 나.
평가 받는 사람만큼.
평가하는 사람도 참 힘든일인것 같습니다.
미녀도 참 힘들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3번쨰 에프터는 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했어도 거절당했을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의 첫번쨰 상대는 절 어떻게 봤는지 몰라도.
결정사 매니저님에게 굉장한 호평을 남겼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를..)
덕분에 바로 2번쨰 소개팅이 잡혔습니다.
절 호평해줬던 그분은 저의 어떤점을 본걸까요?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저에게 이성적 호감은 없었을까요.
솔직한 나를 보여줬다면 달랐을까요.
근데 솔직한 '나'는 또 뭘까요..?
많은 의문이 생기는 소개팅이었습니다.
그렇게 전 2번쨰 인연을 찾아 소개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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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현재진행형으로 글을 써보자 싶어서 쓴글입니다.
(나의 결혼여정기 느낌으로..)
그러나 운명의 상대를 만나
전 결혼을 했고..?!
결혼준비를 하다보니 정신도 없고 해서..ㅠㅠ
현재진행형으로 글을 쓰는건 실패했네요.
그래도 제 능력에 비해 많은 분들이 봐주고 계셔서 감사했습니다.
하나하나씩
기억을 되살리며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