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이용자 수는?

by 수박씨

1일 차.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12시부터 4시까지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적막만 흐르는 학교도서관.

선생님들도 보이지 않고,

복도 끝 외딴섬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학기 중 정리하지 못한 도서들을 마저 정리하고,

폐기할 도서들을 뽑아내고 구석에 쌓아두는 작업을 한다.

앗, 이런.

작년부터 못 버린 책들이 있어 미관상으로도 안전상으로도 좋지 않게 산처럼 쌓였다.

폐기작업은 일단 보류한다.


2일 차.

방학한 아이들을 데리고 출근했다.

역시나 아무도 없다.

선생님 한분이 프린트할 것이 있어 잠시 들렀다가 삶은 달걀 세 개를 주고 가신 게 전부다.


4시간을 초등 저학년과 도서관에서 보내야 하기에, 오기 전 바리바리 짐을 싸왔다.

다이어리 꾸미기, 클레이, 간식, 숙제, 어린이 신문, 만화책....

그래도 4시간은 무리였는지, 2시간 이후부터 집에 가자고 칭얼댄다.

서로에게 약속했다.

다시는 오지 않기로^^


3일 차.

폐기도 보류하고, 이용자도 없다.

담당선생님과 논의하다가 그냥 이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1일 차에도 [고요한 우연]을 완독 했는데,

오늘은 [불량가족 레시피]를 완독 했다.

어쩌다 보니 전부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미뤄뒀던 리뷰를 적어야지 다짐해 본다.


4일 차.

아침부터 도서관시스템이 안 열린다는 오픈채팅방의 소식에 긴장하며 출근했다.

아이피 주소를 등록하라는 교육청의 공문+팝업 공지가 있었는데,

많은 선생님들이 등록을 했음에도 열리지 않는다고 당황해하고 있었다.

다행히, 메인 pc와 보조 pc 둘 다 잘 되었다.

안심하며, 그간의 일지를 작성하고 있었다.

이용자가 올 거라는 건 애당초 체념하고^^


그런데 웬 걸, 한 명이 와서 화들짝 놀라고,

두 명, 세 명, 다섯 명이 약속한 듯이 들렀다.

아마도 비가 개어서 그런가 싶었다.

온 친구들에게 모두 아이스바를 선물로 주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도서관을 찾아준 귀여운 학생들!

적막한 학교에 외롭기도 했는데 (사실 책 읽기엔 더없이 좋았지만~)

오랜만에 참새들을 보니 반가움을 숨길 수가 없었다.


서로 보고 싶었다며 짧은 담소를 나누고,

몇몇은 친구끼리 책도 읽고 수다 중이고,

몇몇은 도서관 이벤트를 참여하고 있다.


온 것만으로 기뻐하는 나라니.

사서선생님의 마음은 다 나 같으려나~~


후기)

하루 한 페이지 쓰는 영문장 책(지정도서)을 필사하는 이벤트를 제시했는데,

처음 도전자는 본인이 읽고 싶은 원서를 골라서 한 페이지를 써왔다.

그래, 뭐 그것도 괜찮지.


방학기간 동안 10번 도서관에 방문해야 받을 수 있는 스탬프를

학원 시간 때문에 화, 목만 올 수 있다기에,

집에서도 필사해 오면 스탬프를 찍어주기로 했다.

그래, 뭐 하기만 하면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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