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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짓는슈 Oct 11. 2023

떡볶이

떡볶이의 추억


엄마표 떡볶이


웍에 물을 찰방 하게 붓고 고추장 크게 떠서 두 스푼, 올리고당 몇 바퀴 돌려주고 다진 마늘 듬뿍 넣어 휘휘 젓는다. 양파 쫑쫑 썰어 넣고, 양배추도 있으면 듬뿍 넣는다. 양배추를 넣으면 단맛이 더 나고 물이 더 많이 생기기에 조절 필수! 물에 담가서 준비한 떡볶이 떡과 네모 세모 썰어둔 어묵, 그리고 저염 스팸 혹은 리챔을 네모로 썰어 웍에 넣고 보글보글 끓여준다. 참치액 조금 쪼르륵, 통후추 갈고 쫑쫑 썰은 파를 넣고 끓이다가 마지막에 참기름 약간을 넣고 섞어주면 완성되는 우리 집 떡볶이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토요일에도 오전 수업이 있어 등교를 했다. 토요일은 왠지 빨리 학교가 끝나니 들떠서 후딱 집에 와 엄마가 차려주는 맛있는 점심을 먹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게다가 토요일에는 특별히 엄마가 자주 해주셨던 엄마표 떡볶이를 먹고 싶어서 금요일부터 괜히 엄마에게 내일은 떡볶이를 만들어 먹자고 조르기도 했었다.

늘 요리를 하는 엄마 옆에 딱 붙어서 보조를 자처했던 둘째 딸이었던 나는, 엄마의 떡볶이 양념을 눈대중으로 배웠다. 늘 엄마 옆에서 요리를 도왔기에 나는 지금도 여전히 요리를 할 때에는 레시피가 딱히 없다. 눈대중으로 양념을 턱턱 넣고 간을 보고 끝내는 식으로 요리를 한다.


엄마표 떡볶이에는 다진 마늘이 많이 들어가고, 고추장, 물엿, 고춧가루 그리고 케첩이 들어갔다. 그땐 우리가 어려서 매울까 봐 엄마는 빨간색을 내기 위해 케첩을 쓴다고 하셨었다. 지금의 나는 케첩을 싫어하는 입맛이라 내가 만드는 떡볶이에는 케첩을 뺀다. 그리고 고추장의 중요성을 알고 난 다음부터는 맛있는 고추장이 들어가면 고춧가루를 생략하기도 한다.

엄마의 떡볶이에는 떡볶이 떡과 어묵 듬뿍, 양파, 파 그리고 스팸 한 캔이 통째로 들어간다. 떡볶이가 거의 끓어갈 때쯤 냉동 만두가 들어갈 때도 있고, 마지막에는 라면사리 그리고 최종 마무리 김을 부숴서 넣고 참기름 꼬숩게 둘러 볶는 밥 볶음까지. 가끔 떡볶이 떡이 없을 때엔 늘 냉동실에 쟁여 두신 떡국떡으로 만들어주시기도 했다.


내 기억 속 엄마표 떡볶이는 늘 큰 냄비 가득 푸짐했다. 딸들이 하교 후에 식탁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맛있게 떡볶이를 먹던 추억이 참 많다. 음식을 함께 먹으며 나누었던 이야기, 분위기, 냄새, 순간들의 기억들은 아련해져 가지만, 엄마에게 떡볶이를 배운 그 딸은 이제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어 내 아들에게 ‘엄마표 떡볶이’의 새로운 버전을 선보이고 있다.








즉석떡볶이의 추억


고등학교시절, 학교 바로 앞 아파트 상가에는 즉석떡볶이가 한창 유행했었다. 친구들과 하교 후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학원 가기 바쁜 시간을 쪼개 즉석떡볶이를 끓여 먹고 밥볶음까지 뚝딱 먹고 배를 땅땅 두드리고 학원을 가던 그때가 있었다. 즉석떡볶이집이 점점 사라져서 아쉬워져 가고 그렇게 우리의 추억도 사라지는 건가 싶었다. 함께 즉떡을 끓이면서 나눈 십대였던 우리들의 고민거리들은 어느새 공중으로 하나둘 사라져 갔고 시간은 흐르고 떡볶이를 함께 모여 먹기 바쁜 대학생, 직장인이 되었다. 순서대로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고 육아를 하고 일을 하며 떡볶이를 여유롭게 먹던 친구들과의 추억은 점점 아득해져만 갔다.


유독 떡볶이를 좋아했던 나는, 어린 아들이 빨리 커서 함께 즉석떡볶이를 먹으러 갈 날을 손꼽았었다. 남편은 즉석떡볶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고, 굳이 식탁에 떡볶이를 요리랍시고 올리는 것도 좋아하지 않았으니, 나는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때면 역 앞 떡볶이 매대에서 한 번씩 포장해 오는 것이 다였고.. 가끔씩 추억의 즉석떡볶이가 그리워지곤 했었다.

아들이 커가면서 떡볶이를 어느 정도 먹겠다 싶어 졌을 때, 처음으로 갔던 동네 허름한 즉석떡볶이집이 생각난다.


 솔직히 지금은 프랜차이즈 즉석떡볶이집도 많이 생겼지만 그때만 해도 내가 어릴 적 먹던 학교 앞 즉석떡볶이집 같은 곳이 점점 사라져 갔으니, 그나마 몇 개 없던 즉석떡볶이집을 동네에서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르겠다. 초등학생이 막 된 아들과 떡볶이 냄비를 마주하고 앉아 별거 들어 있지도 않은 옛날식 야끼만두가 들어간 즉석떡볶이를 시켜 보글보글 끓여 먹고, 밥까지 볶아먹고 나왔을 때의 기분이란.. 학창 시절 내 떡볶이 친구를 다시 찾은 것 같았다.


아들은 엄마가 만들어주는 떡볶이를 좋아한다. 심지어는 함께 재료를 손질하고 요리를 하곤 한다. 마치 그 옛날, 하교후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던져놓고 쪼르르 부엌으로 가서 “엄마, 오늘은 내가 떡볶이 만들게!”라고 당당히 외치던 초등학생 떡볶이 요리사였던 내가 떠오른다.


이제는 입맛에 맞는 떡볶이 밀키트가 많이 생겨서, 좋은 재료로 건강하게 양념을 만들고 말랑한 방앗간 떡을 바로 포장해 보내주는 떡볶이 밀키트를 냉동실에 쟁여놓고 이용하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은 맛있는 떡볶이 브랜드들이 많이 생겼고 입맛대로 떡볶이집을 고를 수 있어서 배달로도 충분히 다양한 떡볶이를 주문해 먹을 수 있다.


하지만 종종 고추장과 갖은 양념을 풀어 떡볶이를 끓이고 있는 우리 집이다. 맛있게 먹어주는 가족이 있고, 엄마표 떡볶이를 좋아해 주는 아들 덕분에 떡볶이를 만들다가 끓어오르는 빨간 떡볶이 국물을 바라보며 추억을 곱씹을 수 있다.


국민 음식 떡볶이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선선한 가을이다.

어디 한번, 내일도 떡볶이를 끓여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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