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접하는 민주화운
마이산 : 저렇게 말해도 돼?
강물 : 당연하지. 지금은 무단통치 시대가 아니잖아.
2020년 4월 선거를 며칠 앞둔 어느 날 저녁,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어느 후보의 연설을 뉴스로 보고 나누는 아이들의 대화였다.
'무단 통치시대'란 말은 「용 선생의 시끌벅적 한국사」라는 책에서 근대사를 공부하며 익힌 용어이다. 아이들은 과거의 일이었던 역사를 배우고 현재의 뉴스를 보며 연결고리를 찾는다. 새삼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는 생각과 그에 따른 내 역할이 무겁게 느껴졌다.
나의 어린 시절과 처음 선거를 했던 나이 무렵을 떠올려보았다. 그때는 지금과 달랐다. 어린 내가 정치를 접할 기회도 희박했고, 나 스스로도 의지가 없었다. 식사시간에 어른들의 이야기를 듣거나 TV 뉴스를 접하는 게 전부였다.
성인이 된 내가 접한 역사와 정치는 학창 시절 교과서, 어른들의 이야기와 달랐다. 그 차이점을 메우는 건 내 몫이었다. 이런 이유로 나는 아이들에게 올바른 전달자가 되고 싶었다. 쉽지 않은 일이다. 이럴 땐 책과 영화가 훌륭한 도구이다. 다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아서 문제이다.
에세이 쓰기 단톡 방에서 소개된 책이 떠올랐다. 서점 나들이를 자주 못하는 요즘 다른 이들의 책 추천은 고맙다.
만화로 보는 민주화 운동, 「빗창」, 「사일구」, 「아무리 얘기해도」, 「1987 그날」.
각각의 책은 제주 4·3,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을 다루고 있다. 총 네 권으로 구성된 책은 각각의 저자가 다르다. 한 사람의 생각보다 다른 시각으로 접할 수 있어 더 좋았다.
지금은 4월이니까, 일단 4월에 관련된 두 권의 책만 아이들에게 주었다.
"오늘은 만화책 읽어도 돼?"
"책 읽는 시간에 포함되는 거야? 진짜?"
아이들은 신이 나서 방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책을 가지고 나오는 아이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강물 : 엄마, 책이 좀...... 그래.
나 : 어떤 점이?
강물 : 어른들이 약속을 지키지 않아.
마이산 : 나는 대통령은 모두 훌륭한 사람인 줄 알았었어.
강물 : 그때 사람들이 너무 불쌍해.
마이산 : 나는 그 사람들처럼 못 할 거 같아. 대단한 사람들이야.
아이들은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 느낌을 서로에게 쏟아냈다.
강물 : 우리 힘으로 독립을 했어야 했어. 그럼 달라졌을 텐데.
마이산 : 지금 우리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안심이 돼. 너무 무서운 일이야.
나 : 그때와는 다른 방법으로 지금도 일어나고 있어. 촛불 집회 기억나?
마이산 : 아.....
엄마와 자신들은 그런 무서운 일이 일어난 시대에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이야기하던 아이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책에 실려 있는 ‘기획의 말’을 읽어주었다.
‘민주주의는 목적지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제주 4·3, 4·19 혁명, 5·18 민주화운동, 6·10 민주항쟁을 다룬 이 네 권의 만화는 우리 사회가 지금에 도달하기까지 거쳐 온 노정입니다. 이 책들이 우리 민주주의의 역사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기를, 어제의 이야기가 미래 세대에서 내일의 희망을 전해주기를 바랍니다.’
나 : 얘들아, 사람들이 왜 민주화 운동을 한 것 같아?
마이산 : 자신들, 주위 사람들, 아이들을 위해서가 아닐까?
강물 : 정당한 대우를 받으려고?
말하고 싶었지만 표현할 방법을 몰랐던 내 생각을 글로 만났다. 조금은 올바른 전달자가 된 것도 같았다. 내가 또 아이들이 이런 과정을 하나하나 알아가고 실행해가면 언젠가는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