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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쩌다 인도네시아 Nov 14. 2023

500원짜리 소토국밥

인도네시아 물가의 진실


#1. 베트남 이야기

15년 전, 베트남에 갈 기회가 있었습니다. 잠깐 스톱오버 하는 정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 당시 베트남에서 견습선교를 하고 있던 후배가 있어서 연락해 만났었습니다. (그냥 문득 연락했는데 나와준 후배가 얼마나 고맙던지..) 베트남에 가기 전, 몇 가지 알아본 정보에 의하면

'베트남은 물가가 싸다. 500원-1000원이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다.'

였습니다. 처음 해외여행을 했던 저는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베트남 동은 많이 가져가지 않았었습니다. 달러만 조금 남겨갔었던 기억이 있어요.

 

그렇게 후배를 베트남에서 만나고 식당을 돌아다니며 알았습니다. 제가 너무 터무니없는 돈을 가지고 왔다는 것을요. ㅋㅋ 무지했던 저는 1000원이면 해결할 수 있다기에 2-3만 원 정도면 잘 있다가 갈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하하

후배가 제 이야기를 듣더니, 대단하다며 어떻게 그걸로 있다가 갈 생각을 했냐고 하더라고요.

결국 후배에게 밥도 얻어먹고 차도 얻어마시고... 제 주머니에 있던 달러 몇 푼을 꼬깃꼬깃 주고 나왔던 기억이 있네요^^;;

실제로 현지 물가는 그리 저렴하지 않았었습니다.

 

#2. 자카르타와 족자카르타 물가

인도네시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에서 유명한 인도네시아의 도시는 '자카르타'와 '발리'. 자카르타와 발리를 가본 사람이라면 느끼겠지만, 물가가 꽤나 높은 편입니다. 한국보다는 저렴하기에 호캉스도 누릴 수 있고, 쇼핑도 많이 하고 갈 수 있겠지만, 1-2천 원에 밥 한 끼를 해결하는 그런 곳은 아닙니다. ^^;; 왜냐하면 한국인들이 방문하는 그곳은 인도네시아의 10%들이 사는 곳이니까요~

인도네시아는 엄청 넓습니다. 자카르타와 발리는 극히 일부일 뿐이고 그중에서도 한국인들이 보고 가는 곳은 그보다도 좁은 인도네시아입니다^^ 그렇다 보니 물가차이가 천지차이입니다.

인도네시아 하면 아직 후진국 이미지가 강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1인당 GDP가 아직 4000불을 웃돌고 있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사회적 문제들이 자리하고 있지요. 대부분의 지역은 최저임금이 한 달에 20만 원 정도인데 자카르타에 가보면 20만 원으로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로 물가가 높습니다. 문제는 GDP (국내 총 생산)는 세계 16위이지만 1인당 GDP는 111위라는 거죠. (한국: GDP 13위, 1인당 GDP 30위) 이곳에 살다 보니 보이지 않는 사회적 계층이 너무 만연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잘 사는 사람은 돈을 벌기가 더 쉽고, 못 사는 사람은 더 어렵죠. 인도네시아 대부분의 국제 학교가 한 달에 1-200만 원씩 한다는 걸 보면 최저임금은 그저 최저임금일 뿐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족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물가가 저렴한 곳 중에 한 곳입니다. 산업이 형성되어 있는 곳이 아니고 관광과 교육으로 구성되어 있는 도시여서 물가가 낮은 편입니다.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가자마다 대학교가 있는 곳이기도 하고, 도시 내에 1000개 이상의 대학이 있기도 한 교육의 도시이죠. 이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물어보니 자카르타보다 족자카르타 물가가 저렴해서 왔다고 하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4년 동안 대학교를 보내는 게 집안 경제에 부담이 되니, 생활비와 학비가 저렴한 곳을 찾아오게 되기도 하는 거죠^^. 그런데 반대로 좋은 대학을 찾아온 부자 학생들도 있습니다. 몇몇 학생들은 하숙집에 월세를 내는 게 아니라, 하숙집을 통째로 사서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 공부하면서 비즈니스도 할 수 있게 부모님이 사주신다고... 하하^^ 상위 몇 프로의 학생들은 이미 부모님들이 집도 차도 사주시고 편하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십니다.^^ 그렇다 보니 빈부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것 같습니다.

빈부격차가 벌어진다는 이야기는 인도네시아의 물가도 지역에 따라 꽤나 차이가 나는 것이죠~ 최저임금이 20만 원이면 물가가 엄청 저렴하겠지?라고 생각하고 인도네시아에 여행하러 온다면 오산입니다.^^ 생각보다 여행지는 물가가 높고 현지 물가가 있는 곳으로 가면 인프라가 상당히 열악한 것을 느낄 수 있을실 겁니다. ^^

 

 #. 500원짜리 소토국밥

이렇게 한참을 물가가 높음을 강조해놓고... 500원짜리 국밥을 소개하려니 머쓱하네요^^;; 사실 인도네시아에 거주하며 물가가 엄청나게 차이나는 곳에 살다 보니 500원짜리 국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도 있습니다. ^^ 처음엔 물가차이가 너무 심하다보니 적응이 안됐었는데, 요즘은 그 상황을 즐기고 있습니다^^

어느 날 부터인가 저희 동네에서 자주 지나다니는 길에 이런 식당이 있더라고요. 5000루피아. 한국돈 500원. 아니 정확하게는 420원(11.11 기준)이네요.^^ 500원 안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있을지 너무 궁금해하며 가보았습니다.

닭고기 소토 국밥은 500원, 소고기 소토 국밥은 800원입니다.

소토는 인도네시아의 대표 국밥입니다. 보통은 닭고기로 육수를 내는데 거기에 인도네시아 특유의 향신료들을 넣는 게 특징입니다. 지역마다 다른 향신료들을 사용해서인지 맛이 다 다릅니다^^ 처음엔 향신료가 너무 세서 못 먹었었는데 먹다 보니 깊은 맛이 느껴져 진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 식당은 논밭 옆에 있는 조글로(족자카르타 건축양식)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것 같았고, 단 돈 500원에 소토를 팔고 있었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라면 인도네시아 어딜 가도 만날 수 없는 가장 저렴한 가격일 것입니다. 인도네시아 친구들도 깜짝 놀라는 가격이기는 합니다.

500원이라는 가격이 무색하게 꽤 그럴싸해 보이지 않나요?


사실 들어가면 가격이 다를 줄 알았습니다^^;;; 어떻게 500원에 국밥을 팔겠어요? 아마도 소토 국물만 주고 고기 넣으면 얼마 추가, 밥도 추가해야 할 줄 알았는데... 제가 너무 오해했나 봅니다. 야채와 고기까지 들어간 소토에 밥까지 포함해서 500원이었습니다. 거기에 템페튀김을 하나에 100원씩 주문하고 달콤차(떼마니스)를 하나 주문하면 1000원도 안 되는 가격에 한 끼를 든든하게 먹을 수 있습니다.

소토와 밥까지 500원, 옆에 있는 튀김은 하나에 100원입니다. 따뜻하게 바로 튀겨 나오니 100원이라는 가격이 믿어지지 않죠.

그럼 남는 게 있나? 싶을 수 있는데, 아무래도 이 시골에는 재료들도 저렴하고 인건비가 비교적 낮다 보니 많이 남기지 않고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습니다. 인건비가 낮다고 서비스가 안 좋은 것은 아닙니다. 자매처럼 보이는 젊은 두 친구가 소토를 팔고 있었는데, BTS를 좋아한다며 웃으며 말을 건네는 모습이 참 예뻤습니다. 사실 이렇게 인도네시아 깊숙이에 들어와 있으면 맛있고 저렴한 식사를 하며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참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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