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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서 Oct 18. 2019

너를 안으면 갓 구운 빵 냄새가 나

다시 볼 수 없는 너에게

안녕. 너한테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이라 조금 떨리네. 너를 처음 만난 이후로 6년이 지났어. 그건 어떻게 알았냐고? 구글에서 알려주더라. 오랜만에 사진첩에 들어가서 같이 찍은 사진들을 봤어. 거기서 넌 하얗게 빛났고 난 새까맣게 탔고 그렇게 바둑돌 같은 두 명이 같이 웃고 있더라. 사진 속에서 너와 나의 머리털의 길이는 짧아졌다 길어졌다 하며 시간이 흘렀네. 네 머리털은 부드럽고 아름다워서 계속 쓰다듬어도 질리지가 않았어.


우린 많이 달랐어. 산책을 해야 쉬는 것 같다고 느끼는 너와 집에 누워있어야 쉬는 것 같다고 느끼는 내가 달랐지. 그런데 그렇게 달라도 너처럼 나를 사랑스럽게 봐주는 사람은 없더라. 네가 나를 바라볼 때면 내가 세상의 누구보다 귀한 사람이 된 것 같았어. 퇴근하고 집에 가면 환하게 웃는 네가 있었고 그런 너를 볼 때면 이렇게 평생 살아도 행복하겠다 싶더라. 밥을 차리고 맛있는 냄새가 올라오면 너는 신이 나서 온 집안을 춤추면서 뛰어다녔지.


올해도 네가 좋아하던 가을이 왔어. 여름에는 너랑 붙어있는 게 너무 싫었어. 체온이 높은 너를 안고 있으면 금방 더워져서 땀이 났거든. 가을이 오면 네가 안아주는 걸 난 피하지 않았고 우리는 그렇게 하루에 수십 번도 더 안고 있었지. 자다가도 네가 곁으로 다가오면 그 온기가 참 따뜻했어. 네가 잠결에 내 곁을 벗어나면 나는 다시 너를 붙잡아 내 품 속으로 끌어당겼지.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차가워서 난 요즘 이불속에 들어가 있어. 응. 맞아. 네가 좋아하던 하얀색 이불. 너의 습관들은 나에게 잠 들어왔다가 나갔지만 너를 꼭 껴안아야만 맡을 수 있는 빵 굽는 냄새. 그 냄새아직 남아있는 것 같아. 이젠 네가 나를 안아주던 방식으로 다른 이를 안아주면서 너의 냄새를 생각해.


글을 쓴다는 것은 마음껏 슬퍼하는 일인 것 같아. 네가 떠나도 일상은 계속되고 내 삶은 흐르고 있어. 내 안의 너는 여전히 귀하고 너의 시선으로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보는 내가 있어. 고마워. 오늘 네 사진을 보고 오랜만에 설렜어.






다시 볼 수 없는 너에게.




나의 강아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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