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진 홈웨어와 흘러내리는 옆머리에 꽂아 올린 미용실 삔. 티셔츠에 과자 부스러기, 라면스프 좀 묻으면 좀 어때. 이제 내 시간인데. 오늘은 하이볼 한잔 부탁드려요. 유리컵에 시원한 유리구슬 넣은 위스키 한잔이면 이제 내 시간의 시작을 알리기에 충분하지. 음악은 Cozy한 Jazz로 부탁드려요. 아니면 Chill R&B/Soul 정도면 되려나. 가사는 몰라도 돼요. 몸이 살짝 그루브하게 꿈틀거릴 정도의 비트면 충분하니까요. 뭐 이렇게 허세 가득한 말투냐고요? 뭐 어때요, 저는 신데렐라거든요. 금요일 밤, 모두가 잠들면 평일의 먼지투성이 신데렐라가 변신 할 시간이에요. 갑자기 누더기 바꿔줄 갓 마더는 없지만 그녀의 마법 지팡이에 필적할 위스키가 있어서 다행이에요. 위스키 좀 아냐 물으신다면 아뇨, 밑바닥에 적당히 깔아주고 토닉워터에 레몬 주스 몇 방울이면 충분해요. 왕자님과 댄스는 애초에 거절할게요. 무도회장 갈 필요조차 없어요. 빗자루와 잿가루 가득한 제 방이 바로 무도회장이거든요.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다 보면 제게 필요한 건 또 다른 한잔, 그 이상의 무엇도 원치 않아요. 제가 주정뱅이냐고 물으시겠죠. 잠시 가벼운 흐름에 몸을 맡기고 빗자루를 요술 지팡이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주정뱅이 역할도 마다하지 않을게요. 제게도 남들 눈치 좀 벗어나 숨 쉴 구멍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 거참, 시끄럽네요. 일요일 자정이 넘기 전 잿더미의 신데렐라로 돌아갈 테니 이제 그만 신경 꺼주세요. 그럼 저는 이만, 한 잔 하러 갈게요.
Drnk night, Drunken n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