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런의 철학 1부 - 개요

프롤로그

by 김승주

※주의※ 본문에는 스포일러 및 필자의 주관적 견해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살면서 하나쯤은 자기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작품을 하나씩은 접하기 마련이다.

나에겐 그것이 네이버 웹툰 '나이트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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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런은 SF 액션 장르의 네이버 웹툰으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오랜 기간동안 연재중이다.

소형 웜홀과 블랙홀을 만들어서 함선 엔진으로 달고, 워프도 하는 등 작중 전개 시점은 수백년 뒤의 미래다.

인류를 위협하는 정체불명의 괴수들과 맞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작품...이라고 간단하게 요약하겠다.


이야기를 진행하기에 앞서 나이트런은 문제점 많은 작품임을 미리 밝힌다.

1. 그림체가 굉장히 올드하고 트렌드에 맞지 않다. 작화는 매우 불안정하며 호불호도 많이 갈린다.

2. 대사가 너무 많고 문법이 어색하다. 텍스트가 많은데 가독성도 좋지 않고 오탈자도 많다.

3. 세계관과 설정, 떡밥이 상당히 많아 뇌 비우고 볼 수 있는 작품은 절대 아니다.

4. 극단적인 선정성과 잔혹함을 갖추고 있으나 미성년자도 열람 가능하다.(네이버 웹툰계의 3대 미스터리 중 하나)


이처럼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로 나이트런에는 명확한 단점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나를 포함한 적지 않은 사람이 나이트런을 인생작이라고 극찬한다.

내가 생각하는 나이트런을 봐야 할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캐릭터의 입체성

나이트런에는 수많은 등장인물이 존재한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인공 및 조연들, 한두컷 등장하는 엑스트라들 등은 여타 작품들에 비해서도 매우 많다. 그러나 이 모든 인물들의 입체성과 당위성이 대단할 정도로 높다. 여러 작품에 등장하는 절대선이나 절대악은 거의 없고, 등장인물들은 각자 확고한 가치관이 존재한다.

저 캐릭터와 나는 전혀 다른 존재지만, 내가 저 상황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할 지 쉽게 상상하고 고민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이런 점 때문에 수백년 후 가상의 세계의 이야기임에도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물론 과학적으로 현실적이다 이런 건 아니다!)


2. 탑클래스의 분량, 방대한 세계관과 설정, 치밀한 떡밥(주관적)

이것들은 누군가에겐 진입장벽이지만 누군가에겐 큰 매력이 되기도 한다. 나이트런은 SF물답게 '과학'이라는 이름을 붙인 온갖 설정이 존재한다. 매 화의 분량도 많은데 17여년 동안의 연재분이 쌓여있다. 정주행 한 번에 시간이 '개월'단위로 소요되기도 한다. 가장 대단한 건 떡밥 살포 능력이다. 그냥 훑어보고 지나갔던 그림이나 대사가, 수 년 후에 거대한 폭풍으로 돌아온다. 그것도 아주 많이 말이다. 10년 넘게 떡밥으로만 남아있던 인물이 절정의 순간 딱 등장하는 그 카타르시스는 말할 필요가 없다.


3. 가치관의 대립

이것이 다른 작품들과 나이트런을 구분짓는 가장 큰 특징이다.

나이트런은 단순히 괴수를 쓰러뜨리는 이야기가 아니고, 착한 캐릭터가 나쁜 적을 이기는 이야기도 아니다.
이 작품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은 언제나 "무엇이 옳은가"다. 이곳에는 절대적인 악당도, 완전무결한 영웅도 없다. 서로 다른 정의(Justice)를 가진 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 충돌할 뿐이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비극적 서사를 통해 독자들에게도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결코 명확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실제로 '절대적인 정답'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리주의, 실존주의, 인간중심주의, 평화주의, 극단적 현실주의 등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인물들이 작품 내내 무자비하게 충돌한다. 이들이 공격적이어서, 악해서가 아니다. 서로 다른 올바름이 공존할 수 없다는 슬픈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왜 이 작품을 굳이 추천하는가

솔직히 말하면 나는 나이트런을 가볍게 추천하지 않는다.

정주행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고 읽는 내내 피로감도 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내 인생에, 당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적어도 나에겐 그랬다.

나이트런은 "네가 옳다고 믿는 선택은, 정말 끝까지 옳을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을 끝까지 놓아주지 않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인간을, 삶을, 세상을 대하는 자세도 돌아보게 될 것이다.


여러 번 밝혔듯 나이트런은 단점이 명확하다. 하지만 장담컨데 그 장벽을 넘어서는 순간, 당신은 다른 어떤 작품에서도 느끼지 못한 압도적인 전율과 철학적 질문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당신의 인생에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묻게 만드는 작품이 필요하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 낡고 거친 우주 대서사시를 추천한다.


2부부터 등장인물들의 가치관 대립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써내려갈 것이다.

<나이트런의 철학>에서 다루고자 하는 건 철학과 윤리밖에 없다.

누가 더 강한지, 이 설정이 현실성이 있는지 등은 전혀 논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나이트런이라는 한 작품을 통해 인간이 선택 앞에서 얼마나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살펴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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