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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Jan 24. 2024

4년을 방치한 차에 시동을 걸고

전부 아들 덕분에 가능했다.

4년을 방치한 차에 시동을 걸어 놓고 아들이 뉴욕으로 떠났다.

오랜만에 세 명이 같이 살던 LA 아파트에서 3주간을 지내면서

거의 4년간 방치된 차를 예전의 차로 만들어 주고 간 것이다.


아들이 가고 한참 후에 정신을 차려보니 아들은 황금 같은 시간을

차에 매달려 살게 한 것 같아서 미안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LA 아파트를 딸의 공간으로 해 줘야지 하는 계획에

이 차도 더는 탈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처분하기로 마음먹고

아들에게 중고로 팔 수 있는 곳을 알아보라고 했었다.


차는 코로나 덕분에 거의 4년을 그냥 지하 주차장에 있었는데 

시동도 안 걸리는데 엄청 더러운 이 상태로 파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차의 등록증도 살려 놓아야 한다고 최상의 상태에서 팔아야 한다고 

아들이 LA에 오기 전부터 복잡해지는 절차에 대해서 아들과 의논했었다.


차를 토잉 해서 다니던 한인 정비소까지 끌고 가려면 AAA 회원이어야 하는데

그것도 몇 년 회비를 내지 않아서 다시 가입하고 쓸 수 있는 날짜를 계산했다.

그리고 차의 등록이 3년이나 밀려서 번호판에 붙여야 하는 스티커가 없는데

밀린 등록비에 연체료를 내어도 배출가스 검사를 받아야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배출가스 test는 이제까지 엔진을 돌리지 않아서 안된다며

50마일에서 75마일까지는 차를 움직여야 smoke test가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운전은 해야 하는데 등록은 안되어 있고 등록증을 받자니 검사가 안된다.


이런 상황이 많이 있는 것인지 이런 상황에 필요한 허가증이 있다고 

예전 같으면 이 모든 것을 DMV(Department of Motor Vehicles)에 가야 하는데

곳곳에 사무실이 많은 AAA (American Automobile Association)에서 가능해

생긴 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사무실에서 신속하게 친절한 설명으로 해결을 했다.


비용을 지불하고 하루 사용이 가능한 허가증을 받았는데 날짜가 없었다.

며칠이 걸릴지 모르는데 매번 AAA 사무실에 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것을 

50마일까지 운전하는 동안 경찰에 잡히는 날에 날짜를 기입하라고 그러는지

이 한 장으로 며칠간은 운전이 가능하다고 아들이 AAA 사무실에서 받아왔다.


나와 딸은 토잉카를 불러서 그 차에 타고 전에 다녔던 정비소까지 왔는데

정비소는 바쁜 것 같았고 친절한 아저씨는 감기에 걸려서 힘들다고 하시며

당장 해 줄 수 없다고 전화를 하겠다고 해서 아들과 만나는 장소로 걸었다.

아마도 처음으로 Korea town을 걸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관광을 하듯이

차로 지나치면서 봤던 건물 앞에서 기념사진도 찍어 가면서 즐겼는데

4년 만에 아들과 딸과 같이 LA의 북창동 순두부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다음날 오전에 차 정비를 마쳤다고 해서 Lyft 택시를 타고 갔는데

운전을 해도 되도록 전부 확인을 했다며  타이어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정말 4년 만에 많이 걱정이 되었지만 아들이 운전대를 잡고

일단은 더러워진 차를 닦아 내자고 손으로 세차를 해 주는 곳을 찾았다.


4년간이나 찌든 먼지를 기계로 세차하면 얼룩이 남을 것 같아서

사람 손으로 닦아 주는 곳을 찾았는데 그러면서 아들은 운전 연습을 하고

처음 가보는 세차장의 사장님이 한국분이어서 편안하게 질문을 했는데

배터리가 방전이 되어 그 주위가 지저분한데 그것도 닦을 수 있냐고 하니

열어 보시고는 그냥 두어도 될 것 같다면서 괜히 돈을 쓰지 말라고 했다.

깨끗해야 팔 때 더 받지 않겠냐고 하니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하시면서

차를 닦아주는 사람이 성실하니 마음에 들 거라고 하셨는데 정말 그랬다.

차 문짝 틈새에 내부까지 뒤 트렁크의 틈새도 잊지 않고 닦아 주어서

후덕해 보이는 남미 아저씨께 팁을 주면서 몇 번이고 고맙다고 했는데

더럽던 그 차가 예전에 우리가 탔던 그 차로 보이니 얼마나 반가운지 

아이들도 차를 타면서 조금 전에 탔을 때와 전혀 다른 기분이라고 했다.


차문을 닫으면서 아이들 둘이 동시에 창문은 내리지 마라고 하는데

틈으로 들어간 물이 창문을 내렸다 올리면 얼룩이 지는 것을 잊지 않고

4년이나 지났는데 언제나 했던 것처럼 하는 말에 한바탕 웃었다.


나는 4년 만에 운전을 하는 아들이 걱정이 되어 옆좌석에 앉아 감시를 하고

딸은 뒷좌석에 앉아 경찰에 잡히면 스모크 검사를 받기 위해서 운전을 한다고

날짜가 쓰여 있지 않은 서류에 얼른 날짜를 적어 넣으려고 팬을 들고 있었다.


우리는 전투를 하듯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했다.

아들은 그냥 운전이 된다며 신기해했는데 정말 안정적인 운전을 했고

딸은 차를 타면서 오늘의 날짜는 하면서 중얼거리며 팬을 꼭 쥐고 있었다.

이렇게 75마일을 5일 동안에 달리고 smoke test를 받고 그 서류를 들고

DMV 업무를 보는 AAA 사무실에서 등록증을 받고 스티커를 번호판에 붙였다.


이 일들이 이렇게 순서대로 하면 해 지는 일이었는데

여름에 딸과 둘이서 지내면서는 엄두도 못 내고 Lyft를 타고 다녔었다.

이래서 아들이 남자가 있어야 하는 것인지 

아들이 성큼성큼 겁 없이 일을 밀고 나가는 덕분에 차가 멀쩡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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