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계산
엑셀에 18년도의 가계부를 만들고 있는데
이제 일 년만 더 지나면 30년 주택 론이 끝나는구나 하면서
이제 막 시작한 새해를 무시하고 내년을 바라보고 있었다.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종이로 된 가계부를 썼는데...
내가 시작하게 된 이유는 시댁의 사람들에게 보여 주기 위한 것으로
친정집이 부유했으니까 씀씀이가 무척 헤플 거라고 생각했는지
수입과 지출을 따져서 가계부를 보여주는 편이 덜 굴욕적일 것 같았다.
그것을 지금까지 계속하는 것은 그저 오기와 비슷한 것으로
이제는 보자는 사람들도 없는데 30년 이상 해 온 습관을 멈추기가 어렵고
이제까지 해 왔던 기록이 모두 쓸모없이 되어 버린다는 것도 싫었다.
미국에 와서는 완전하게 컴퓨터에 기록을 했는데
일본에서도 엑셀은 써서 그것을 바탕으로 하나씩 붙여 발전하게 되었다.
수입은 일본에서 발생하고 지출은 미국과 일본 두 군데서 나가
수입에서 지출을 빼려고 미국 돈으로 쓰인 것은 바로 일본돈으로 환산하고
일본에서도 두 군데에서 쓰고 있어서 그것도 따로따로 계산이 되도록 했다.
처음부터 누군가가 보자고 할 때 바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어서
입으로 들어가는 것은 모두가 식비로 외식이나 간식도 식비가 되고
집안에서 필요한 세제나 휴지 등은 가정용품으로 모두 같은 줄에 기록했다.
그러니까 자세하게 쓰는 것보단 뭉텅 거려 썼는데
물건에 욕심이 없어 크게 적자를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많이 썼다고 느끼면
다음 달에 그것을 조절하는 것으로 가계부는 안전하게 살도록 도와줬다.
일 년에 두 번 미국에 오는데 그 한 번에는 반드시 새해의 가계부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 일이 점점 빠르게 다가오는 것 같이 느껴지는 것은 나이 탓인지
2017년의 숫자가 눈에 익으려고 하니 2018년이라는 숫자로 변해 다시 어색한데
2019년이 되면 집의 론이 끝난다는 것에는 반가워 씩 웃었다.
얼른 한 해가 지나가면 조금은 숨통이 트이겠구나 하면서
론으로 매달 지불했던 금액을 안 쓰고 계속 모은다면 제법 저축이 되겠다는 생각에
일 년이면 얼만가... 그럼 10년이면 얼마가 되나...
그럼 내 나이는...
내 나이도 쌓여 간다는 것은 생각 안 하고 열심히 계산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