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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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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Mar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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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무사함에 감사합니다


모처럼 눈을 떴다가 또 자고 여유 있게 일어났습니다. 

15분간 스트레칭을 제대로 하고 일주일 만에 쌀밥을 했습니다. 

냉장고에 있는 채 썬 무와 당근과 오이를 들기름에 볶아 달걀지단과 밥과 함께 섞어 고추장을 넣고 비볐습니다. 웬만하면 맛있어야 비빔밥이 맛이 없습니다. 

어제 남긴 당근라페 샌드위치 반쪽을 인스턴트 카페라테와 함께 먹고 마셨습니다. 

점심식사를 연달아 두 번 한 셈이죠. 

그런데 이상합니다. 무얼 먹어도 맛이 없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콩이 밥을 줄까 하고 나가 보았는데 바람이 따뜻합니다. 

다시 집으로 올라와 열쇠를 가지고 나가 차 트렁크를 열었습니다. 

헬멧을 쓰고 패딩조끼를 차 안에 두고 자전거에 올랐습니다. 

콩이 목줄은 풀어주었습니다. 


콩이와 함께 달렸습니다. 

코끝에 닿는 바람이 따스합니다. 훈풍입니다. 

직선거리를 한참 달리다 왼쪽으로 코너를 돌고 돌 때쯤이었습니다. 

뒤에서 승용차 오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달리는 자동차만 보면 미친 듯 따라가는 콩이는 컹컹 짖으며 자동차 바퀴를 따라 맹렬히 달리는 듯했습니다. 

시골길은 자전거와 자동차가 동시에 달리기엔 너무 좁습니다. 

오른쪽 난간 옆으로 바짝 붙어 가는데 차도 속도를 늦추는 듯했습니다. 

갑자기 자동차를 가로지른 콩이가 자전거 앞으로 뛰어 들어왔습니다. 

바퀴가 털에 닿는 순간 급브레이크를 잡았습니다. 

너무 놀라 자전거에서 내려, 세워둘 틈도 없어 옆 난간에 자전거를 기대 두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자동차를 향해 인사하고는 콩이를 붙잡아 살폈습니다. 

창문 열린 자동차가 천천히 지나가며 "(개가) 너무 좋아서 그래."라는 소리가 들립니다. 


'콩이는 어떻게 된 걸까? 갈비뼈라도 부러졌으면 병원에 가야 할 텐데, 오늘은 토요일, 문 연 동물병원이 있을까?' 

콩이를 살펴보며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아스팔트 위에 콩이를 눕히고 여기저기 유심히 살펴보며 문질러 주는데 콩이가 가만히 있습니다. 

아스팔트의 온기와 사람 손길에 몽롱해지는 듯했습니다. 

잠시 후 일으켜 세워보니 걷습니다. 자전거를 끌고 따라가며 살펴보니 멀쩡합니다.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니 콩이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집에 도착한 콩이는 물을 마시고는 땅바닥에 엎드립니다.  

옆구리를 만져보니 헥헥 거리며 지친 듯 가만히 있습니다.  


콩이를 두고 반대 방향으로 자전거를 달렸습니다. 

다시 집에 갔을 때 만약 이상이 있으면 병원에 가야지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지역 경계를 넘어 막다른 길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골목으로 자전거가 들어오는 걸 보자 콩이가 펄쩍펄쩍 뜁니다. 

천만다행입니다. 



저녁이 되기 전, 다시 나가 콩이 목줄을 잡고 산책을 했습니다. 

콩이는 여전히 활발합니다. 

윗동네에 매화가 피었습니다. 

봄날입니다. 

무사함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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