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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Mar 27. 2024

thanks to spinach frittata

시금치 프리타타&콥 샐러드&봉골레파스타&버섯갈릭브레드&시저샐러드 감사


오늘은 집에 빨리 오고 싶었습니다.  

만든 시저샐러드를 얼른 먹고 싶어서요. 

버섯갈릭브레드와 아라비아타펜네는 그냥 그럭저럭. 

하지만 셰프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다는 시저샐러드는 무척 맛있었습니다. 

풍성한 로메인과 루꼴라에 삶은 달걀과 볶은 베이컨과 방울토마토와 블랙 올리브를 넣고 머스터드와 마요네즈와 엔초비와 마늘과 양파와 레몬즙과 꿀로 된 드레싱을 얹은 후 식빵을 잘라서 버터에 구운 크루통을 뿌린 시저샐러드. 매일매일 만드는 요리가 점점 더 맛있어집니다. 


시저샐러드와 버섯갈릭브레드와 아라비아타펜네(위)


어제는 시금치 프리타타와 콥샐러드와 봉골레파스타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제가 만든 음식을 누군가에게 맛보게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요리하자마자 집 근처까지 자동차로 달려와 KTX를 타고 서울로 슁~

지하철역에서 벚꽃이 연상되는 연분홍 케이크를 샀습니다. 

만들어 간 세 가지 요리에, 소고기 편육에 달걀지단에 미나리를 챙챙 감은 미나리강회를 만들고 소고기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오늘은 리리리리리현님의 탄생일. 

이날을 기념하기 위해 어젯밤부터 자정을 기다렸습니다. 

분홍색 케이크를 사 왔다고 나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핀잔을 들었지만, 실은 요즘 연노랑이나 연분홍 니트를 입고 싶답니다. 봄이잖아요. 

마늘과 참기름에 미역을 볶는 대신, 국거리 소고기를 찬물에 씻고 키친타월로 핏물을 뺀 후 찬물에서부터 서서히 마늘과 함께 끓인 육수에서 불순물을 싹 걷어내고, 불려서 자른 미역을 넣고 소금과 국간장으로 간을 했습니다. 맛이 기가 막힙니다. 

봉골레파스타와 콥샐러드와 시금치프리타타까지 차려놓으니 생일상으로 그럴듯합니다. 

케이크에 촛불 붙이고 둘이 노래 부르고 다이어트하시는 분은 방으로 들어가시고 생일파티는 조촐하게 끝났습니다. 선물은 미리미리 거하게 해 주었지요. 


오늘 아침에 당근라페샌드위치를 도시락으로 싸주고 다시 KTX 타고 슝~

좀처럼 타지 않는 KTX. 참 빠르고 편하더군요. 돈으로 시간을 살 수 있다는 모 학생 말이 맞습니다. 


막간에 콩이와 잠깐 산책을 하고, 부랴부랴 간 학원에서 오늘도 세 가지 요리를 하고 집에 왔습니다. 

시저샐러드를 빨리 먹고 싶었지만 펄쩍펄쩍 뛰는 콩이를 지나칠 수 없어 짧은 거리 산책을 하고 왔습니다. 


식사를 다 하고 나자 전화가 왔습니다. 어제 다이어트하신다던 분이었습니다. 

오늘 남겨놓은 요리를 먹고는 깜짝 놀랐다고요. 특히 프리타타는 파는 것 같다고. 프랑스에서 해 먹어 보았다고......


이 정도면 인정받은 거죠?

요즘 점점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가는 기분입니다. 

예전엔 요리가 집에만 있는 사람의 출구처럼 보였는데 이젠 요리가, 맛있는 음식이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지 실제로 느낍니다. 비록 살 날이 살아온 날보다 짧을지라도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닌, 할 줄 알아서 다채롭게 살면서 안 할 수도 있는 삶을 살 겁니다. 새로운 배움과 완성의 성취감 그리고 누군가 맛있게 먹어주는 기쁨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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