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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감사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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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곱째별 Mar 28. 2024

thanks for the special lecture

특강 감사합니다


아침 7시 알람소리에 눈을 떴습니다.

그런데 다시 눈을 떴을 때는 8:50

새벽 4시에도 일어났었는데,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부리나케 옷을 입으면서 긴급 문자를 보내고 짐을 챙겨 집을 나섰습니다.

학기 중에 이런 적이 없었는데 정말 이상할 정도로 잠에 빠졌습니다.


기차는 다른 도시에 9:05 도착인데 그때 막 차를 몰고 나섰습니다.

비가 오고 있었습니다. 기압이 낮아 몸이 가라앉았나 봅니다.


4주를 기다려온 특강날이었습니다.


알려드린 카페에서 선생님이 강의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정신없이 나오느라 텀블러도 컵도 가지고 오지 못한 저는 1회용 컵 대신 계량컵에 카푸치노를 받았습니다.  

무사히 강의를 마치고 미리 예약해 둔 학교 스카이라운지에서 풀코스 식사를 했습니다.

실습하는 학생들의 의연한 듯 서툰 손길이 귀여웠습니다.  

계산하려고 일어나는 저를 선생님이 말리셨습니다.


소정의 강사료에 왕복 기차삯에 택시비에 식사비까지.......

선생님은 저와 학생들을 위해 이 먼 곳까지 거저 와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행선지 따라 동쪽 끝에서 서쪽 끝으로 이동해 모셔다 드리고 저는 학원으로 갔습니다.

라구알라볼로네제 순서가 이미 끝났습니다.


강의실에서 보이는 처마 위에서 비둘기 한 쌍이 서로 목덜미를 부리로 어루만져주길래 귀여워서 쳐다보았습니다. 이 큰 도시 어느 한 구석 둘만 있을 수 있는 공간을 찾은 그들이 기특했습니다. 잠시 후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 위에 올라탔습니다. 순식간에 교미하고는 위에 있던 비둘기가 포로록 날아 다른 쪽으로 멀찍이 내려가 앉습니다. 좀 전의 다정함은 찾아볼 수 없이 냉정했습니다. 흐뭇하게 바라보던 그들의 사랑 행위는 교미를 위한 애무에 불과했습니다. 일부러 보려고 한 건 아니었습니다. 좌측면 아래 사선으로 뻗은 제 시선에 우연히 그들이 있었습니다.


인살라타와 버섯리조또를 만들었습니다.


온종일 비가 내립니다.

목련은 함박눈송이처럼 토실토실 피어오르고 개나리도 노란 담장을 이루었습니다. 벚꽃이 피어오릅니다.

차는 미끄러지듯 집에 도착했고 콩이는 하염없이 저를 쳐다보고 어디선가 하얀 고양이가 나타나 제가 주는 사료를 먹었습니다. 한식 조리할 때 버리는 동태 부속물을 가져다 하얀 고양이 먹으라고 집구석에 놓았더니 온 동네 무서운 고양이들이 다 몰려와서 다시는 그러지 않습니다. 오늘은 비가 오고 날이 어두워 하얀 고양이의 눈이 동그랬습니다. 마주 보고 눈을 맞추니 처음으로 예뻤습니다. 비 오는 날 산책은 콩이에게 너무 짧습니다. 아쉽고 아쉬워 집으로 들어가는 저를 뚫어지듯 쳐다봅니다. 하지만 오늘은 더 놀아줄 수가 없습니다. 쉬어야겠습니다.  


4주를 기다려온 특강이 끝났습니다.  

이 먼 곳까지 와 주신 선생님께 고맙습니다.

'인생도 급하게 달리면 안 보인다'고 하신 선생님

그래서 저는 걷습니다.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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