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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울문화재단 Jun 30. 2017

예술가에게 예술가교사란 무엇인가

예술가교사 6인의 솔직 대담

서울문화재단(이하 재단)의 초등 돌봄교실
저학년 어린이 대상 통합예술놀이
‘예술로 돌봄’과 초등 정규교과
(국어, 수학, 사회 등) 연계 고학년 어린이
대상 통합예술수업인 ‘예술로 플러스’가
4월에 시작, 1학기 중반을 지났다.
전년도까지 교육단체의 참여로 운영되던
‘서울창의예술중점운영학교’는
중학교 정규교육과정(자유학기제,
창의적 체험활동) 연계 청소년 대상
인문예술교육 ‘예술로 함께’로 전환되어
5월부터 본격적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1월에 선발되어 역량강화 워크숍 및
프로그램 공동연구 기간을 거쳐
현재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예술가교사(Teaching Artist, 이하 TA)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사회: 서명구_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장
토론: 유하나(어린이 플러스 전담 TA, 현대음악 작곡가), 이은미(어린이 플러스 PTA, 연극인), 전흥렬(어린이 통합 TA, 현대무용가), 전혜주(청소년 TA, 설치미술작가), 진보경(청소년 TA, 소설가), 최형욱(청소년 TA, 회화설치작가)
일시: 2017년 5월 15일 오후 2시
장소: 남산예술센터 예술교육관 스튜디오A

1 예술가교사 대담 전경.




어린이 TA는 이제 수업 두 달째로 ‘예술로 플러스’ 6차시 한 바퀴를 마쳤고, 청소년 TA는 이제 막 수업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TA는 15명이, 청소년 TA는 180명 대부분이 처음 TA를 시작하시는 분들인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2인, 3인 팀티칭 방식으로 운영되는 팀별 분위기도 궁금합니다.


전흥렬 
TA 활동이 처음이라, 수업 시작한 지 한 달 좀 넘었는데 아직까지 긴장이 돼요. TA로서의 공동목표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수업 지도안의 활동들을 충실히 하려다 보니 자꾸 처음의 목표가 흐릿해질 때가 있더라고요. 시작할 때의 마음가짐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해요. 

유하나 
재단 사업에 대한 학교현장의 이해도와 참여도가 높아진 덕분에 신규 TA들과 2인 1팀으로 수업하는 플러스 전담 TA들도 큰 무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보경 
저희는 소설가 2명, 국문학을 전공한 연극 장르 1명으로 이루어져 프로그램을 개발할 때 타협점을 잘 찾았던 것 같아요. 초등학교나 도서관에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교사로 활동하셨던 팀원 분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계셔서 그 부분에 있어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저희 팀은 정말 조화로운 분위기인데, 팀워크 부분에서 힘들어하는 TA들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형욱 
플러스 수업을 할 때 파트너에게 많이 의지하고 서로 보완할 수 있었는데, 청소년 TA가 되어 3인 팀티칭을 해보니 이 역시 전략적으로 좋은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 생각하지 못한 변수들이 많을 텐데, 든든하다고 해야 하나. 3이라는 숫자의 상징성이 있는 것 같아요.

2 청소년 TA 전혜주 설치미술작가. 3 청소년 TA 최형욱 회화설치작가.




재단은 미적경험 통합예술교육의 방법론을 기반으로 TA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학교예술교육에서 차별화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이은미 
통합예술교육을 위해 다른 장르의 전공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서로 사용하는 언어도 다르고 추구하는 방향도 다른데 그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를 함께 만들어낸다는 것은 단순히 형식적인 통합이 아닌 내용적인 통합을 이루는 거죠. 그 노력을 소규모 단위로 집중해서 계속 이어나가는 것, 그리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업실행과 현장 모니터링을 통해 보완하는 일련의 과정이 여타 학교예술교육과 가장 차별화되는 지점인 것 같아요. 

유하나 
플러스 수업은 기존의 교과수업이 사회현상이나 전해져 내려오는 지식들을 수동적으로 학습하는 교육에서 벗어나도록, 예술적 활동으로 한 번 더 주목하고 관찰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사고할 수 있는 미적체험의 순간을 마련한다고 생각해요. 학교현장에서 아이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에 반응하도록 이끌어내는 것이 TA와 예술강사를 구별할 수 있는 지점인 거죠. 

최형욱 
기존 학교예술교육모델과 차별되고 대안으로 자리할 수 있는 방식이 TA의 문화에 있다고 봐요. 암묵적인 어떤 합의에 의한 소통 방식이라고 해야 하나.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며, 다른 것을 확인하고 성장하는 것은 데이터에 잡히지 않는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분위기이고 흐름이거든요. 기획 단계에서는 이 부분을 예측할 수 없는데, 그런 작용들이 폭발적으로 생성될 수 있는 분위기나 토양을 만들어주는 것이 행정기관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획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단의 TA라는 제도는 그 폭발의 씨앗을 굉장히 많이 가지고 있고요. 벌써 예술교육이라는 이름으로 230명이나 모여 있잖아요.



청소년 인문예술교육의 취지에 대해 어떤 철학과 방법으로 수업에 접근하고 있는지요? 특히 요즘의 사회 환경에 비추어 인문예술교육이 우리 청소년들에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1 청소년 TA 진보경 소설가. 2 어린이 통합 TA 전흥렬 현대무용가.


진보경 
인문학이나 예술활동의 궁극적인 목적이 인간탐구라고 생각하는 만큼, 혼돈의 시기를 지나고 있는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람입니다. 인문학이나 예술이 아무래도 문학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죠. 고갱의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작품을 감상할 때도 무지의 상태에서 감상하는 것과 그 안에 스며 있는 작가의 철학이나 인간 존재에 대한 가치관을 접하고 감상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거예요. 문학 TA로서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최형욱 
‘우리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교육으로 얻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해본다면, 사실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이 교육으로 전수되지는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친구, 가족과의 관계에서 직면하는 어려움을 지나오며 형성되는 것이 각자의 삶의 방식이자 인문학이고 철학인데, 엄마도 해주기 어려운 인문교육이라는 무거운 화두를 우리가 떠안으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그것에 관한 문제를 어른들의 개념화된 언어로 건드리는 순간, 날고 기는 예술가라 할지라도 부담스럽고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예술가나 교사라는 점을 내세우기보다는, 어려움을 겪고 극복하는 삶을 살며 먼저 어른이 된 TA와 청소년이 사람과 사람으로서 만난다는 자체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공교육에서 아이들이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박탈되었는데 그게 오픈되었다는 점이 굉장히 고무적입니다. 

진보경 
청소년에게 사회적 자아의 개념을 심어주는 역할을 인문예술교육이 단번에 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사회적 자아를 이야기하려면 나로 시작해서 우리 공동체, 학교 등으로 점차 넓혀가야 하거든요. 실제 예술을 작품과 활동으로 체험하면서 궁극적으로 창의적 사고를 하거나, 사회현상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저의 이상적인 수업인데, 자칫 아이들이 예술놀이만 하다 끝날까봐 걱정도 됩니다. 처음이라 TA도 그렇고 사업 담당자들도 고민을 하는 과정인데, 그 결과를 다음 TA들에게 물려주고 하면서 인문예술교육 고유의 방향을 잡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이은미 
아이들이 속해 있는 학교, 친구, 또래관계에서도 사회문제와 다를 게 전혀 없는 현상들이 그대로 발현되고 있는 만큼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 자체를 가져오기보다는 그것의 의미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자기 이야기로 활동할 때 좀 더 매력을 느끼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나’와 주제를 연결해 예술활동으로 풀어낸다면 충분히 지금 교실에서도 인문예술교육이 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혜주 
저는 인문예술교육이라는 것이 각자 다른 예술가들의 방법론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이들에게 굉장히 다른 사고방식과 관찰하는 눈이 있지만 표현을 할 수 없다면 사회적 참여로 이어지지 못할 텐데, 그 표현방법을 TA가 열어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다른 생각과 관점을 각자 다른 예술언어로 펼칠 수 있는 전문가들이니까요.

3 어린이 플러스 전담 TA 유하나 현대음악 작곡가. 4 어린이 플러스 PTA 이은미 연극인.


예술가로서의 창조적 에너지가 예술교육으로 이어지고 상호 상승작용을 일으킬 때 예술교육이 본질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예술작업으로서의 예술교육은 어떻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전흥렬 
저는 최대한 많은 가능성을 뽑아내어 그 우연의 결과들을 재정립해 담백하게 만드는 즉흥작업을 즐겨하는 안무가입니다. 정답을 정하지 않아 생기는 많은 결과들은 실수가 아니라 무한한 상상력으로 뿜어낸 에너지예요. 예술교육 역시 비슷한 부분이 있죠. 아이들과 함께 수업했던 내용이 작품 작업의 콘셉트로 연결된 경우도 있었어요. 감각적으로 직접 체득한 감정을 표현해야 상대방도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창작을 구성할 때 놀이 형식을 많이 활용하는데, 아이들이 보여주는 단순함과 직관적인 표현에서 높은 가능성을 발견하거든요. 

최형욱 
창작작업과 예술교육이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애초에 그것이 불가능한 성격의 장르도 있어요. 본인의 절대적 예술세계를 지키기 위한 부차적인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는 거죠. 그 부업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것, 수용하는 여부는 철저하게 개인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 아이들을 만나는 일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요. (웃음) 

유하나 
어떤 이들에게는 부업일 수 있겠지만 저는 재단에서 예술교육을 함으로써 새로운 관점으로 작업을 진행하게 됐어요. 예중, 예고의 엘리트식 기능교육을 받게 되는 우리나라의 예술교육은 옛날 것을 답습하는 방식이라 자칫 시야가 좁아질 수 있는데, 학교현장에서 아이들과 만나고 또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을 만나면서 제 작품이 그냥 정지된 악보로서 퍼포먼스의 재료로 쓰이는 게 아니라 대화할 수 있는 형태로 이용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전혜주 
제 작품의 관객은 마음먹고 예술작품을 보러 온 준비된 이들이 아닌 일상 속의 불특정 다수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 있어서 관객과 소통하며 생기는 메시지나 학생들과 수업하며 생기는 메시지의 방식이 비슷한 거죠.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그 의미를 깨닫는 과정이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은미 
자기 장르의 예술성을 놓지 않으려는 노력과 내 장르의 언어를 어떻게 어떤 부분에서 발현할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해요. 개인적으로는 수업을 공연처럼 하려고 합니다. 처음 인사할 때부터 마칠 때까지가 한 편의 공연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학교에서 예술교육 수업을 진행하는 TA의 고유역할 외에도 교육 프로그램의 연구개발 및 확산, 아카이빙, 예술교육 매개 및 촉진활동 등 향후 역할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생각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요? 그 외 TA의 역할과 사업개선을 위해 제안할 점이 있으시다면?


유하나 
저는 재단만의 예술교육 철학과 방법을 먼저 접한 TA들로부터 많이 배웠는데, 그런 역할을 하는 전문가도 중요하지만 그들이 재단과 함께하며 발전시킨 철학과 노하우를 이어나갈 수 있는 기록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해요. 

이은미 
그 기록을 바탕으로 외부 기관이나 다른 예술교육가들에게 재단의 예술 교육철학과 방법론을 전파하는 매개자 역할을 TA들이 해나가야 하는 시기인 것 같기도 하고요. 덧붙여 교육이 한순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만큼 지금까지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TA활동을 지속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으면 합니다.




정리 석주희
서울문화재단 예술교육팀
사진 조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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