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콘텐츠 창작자들의 보금자리
지난 6월 2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일산 소재의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 뉴콘텐츠센터를 개관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과 콘텐츠를 연결한 뉴콘텐츠 창작자들을 위한 공간으로, 20개의 관련 스타트업 기업이 입주해 있다. 한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설립한 콘텐츠문화광장은 문화예술과 첨단기술을 한데 감싸 안는 실험의 장이자 시연 무대다. 뉴콘텐츠 창작자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는 뉴콘텐츠센터와 콘텐츠문화광장을 소개한다.
뉴콘텐츠센터는 2017년 5월에 구축 계획을 설립한 후 공간 임대 및 설계·시공을 마치고, 올해 4월 입주 기업을 모집해 6월에 개관했다. 가상현실콘텐츠산업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뉴콘텐츠 제작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
뉴콘텐츠센터는 1인 공간과 3인실의 열린 공간, 그리고 그보다 규모가 큰 독립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현재 1인 공간에 5개 기업, 열린 공간에 8개 기업, 독립공간에 7개 기업이 배정돼, 총 20개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1년간 뉴콘텐츠센터에서 활동할 이들은 방송과 영상 중심의 뉴콘텐츠 개발 기업으로, 다른 입주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업체들로 구성됐다.
다양한 장르와 기술을 융합해
문화콘텐츠를 제작하는 곳들로, 반짝이는 사업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주로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며, 창업한 지 5년이 채 안 되었거나 창업 예정인 스타트업 기업들이다. 이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뉴콘텐츠센터의 목표이다.
이들은 입주 기간 동안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우선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 지원이 있다. 사무공간과 가상기기를 제공받으며, 빛마루방송지원센터의 영상 관련 중·소형 스튜디오와 편집실, 프로젝트실, 세미나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초기 사업 운영을 위한 사업화 자금 같은 경제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투자 설명회와 컨설팅, 시스템 검증 등 해당 사업에 맞는 맞춤형 지원도 받을 수 있다. 특히 정기적인 강연을 통해 국내외 최신 동향을 공유하고, 입주 기업 간 네트워크도 이루어진다.
뉴콘텐츠센터에 입주한 기업들은 방송과 영상부터 에듀테인먼트, 광고, 전시, 스포츠, 게임, 유통·쇼핑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다. VR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임은 물론 교육용과 체험형 콘텐츠가 눈에 띈다. 윌로우 팩토리의 ‘오케이, 오케스트라!’는 초보자에게 악기의 소리 및 특성, 연주법을 알려주고, 사용자가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네트워크를 통해 다른 사용자들과 합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M_Lab의 영상콘텐츠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현장감 있게 경험하도록 돕는다. 아트박스는 시공간을 뛰어넘어 역사적 장소를 체험할 수 있는 신개념 역사 교육 VR 콘텐츠를 제작했다. 가상현실상에서 면접 체험과 면접 진단 등이 가능한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메타노드, 뇌졸중 환자의 운동력 회복을 위해 스마트 글러브를 활용한 치료용 VR 게임을 제작하는 (주)테크빌리지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더욱 새롭고 유익한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서울 홍릉 인근에 만든 콘텐츠문화광장은 문화예술과 첨단기술을 한데 감싸 안는 실험의 장이자 시연 무대다. 이곳은 기술과 결합된 문화예술 융·복합 콘텐츠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 혁신 기술을 융합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시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문화예술 기업을 인큐베이팅하여 전문 인력을 개발함으로써 지속적인 창작 활동을 독려하고자 설립됐다.
콘텐츠문화광장은 콘텐츠 시연 무대인 스테이지66과 프로젝트 시연 공간인 박스66, 문화예술 기업의 입주 공간, 인프라 공간 등 콘텐츠 산업에 필요한 다양한 공간을 갖추고 있다. 블랙박스 형태의 스테이지66에서는 첨단 기술을 이용한 공연 및 행사 개최가 가능하며, 쇼케이스와 기술 시연, 무대 실험 등도 진행한다. 박스66은 유리박스로 된 가변형 공간으로, 기술 기반의 융·복합 프로젝트 시연 및 기술 실험, 첨단 전시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마련됐다. 그 외에 연습실과 분장실 등 무대 관련 인프라가 준비돼
있다.
이러한 공간과 시설 덕분에 콘텐츠 기획부터 창작, 제작, 공연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는 것이 콘텐츠문화광장의 강점이다. 게다가 콘텐츠 개발자들이 관련 단체 및 기업과 협업하여 더 많은 도전과 실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장차 문화예술 기업을 지원하는 통합 시스템이자 허브 역할을 하리라 기대된다. 올해는 9개의 문화예술 콘텐츠 분야 중소기업들이 지원을 받아 콘텐츠를 제작·시연 중에 있으며, 이들은 공간과 인프라 지원뿐만 아니라 중소 콘텐츠 기업이 접하기 어려운 첨단 장비까지 지원받고 있다.
콘텐츠문화광장은 사업 선정기업이 아니더라도 이용할 수 있다. 이미 다양한 국내외 공연 및 축제, 강연 등이 열리고 있으며, 융·복합 콘텐츠 시연을 위한 대관도 진행한다.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회사를 소개해주세요.
문화예술과 가상현실을 융합한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일반적인 공연이나 전시가 일방향적인 콘텐츠라면, 저희는 가상공간에서 관객과 상호작용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또 가상현실을 통한 예술 교육은 물론 새로운 직업 창출을 위한 프로그램도 진행합니다. 이 분야가 새로운 직종으로 각광받고 있으니, 실무를 습득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거죠.
가상현실과 문화예술의 융·복합 콘텐츠는 어떤 건가요?
영상으로 전시를 하고, 전시 현장에서 관람객이 가상현실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러다 더 발전시킨 것이 다중 레이어 합성 기술이에요. VR 기기를 쓴 사람만 체험하는 게 아니라 기기를 쓰지 않은 주변 사람들도 마치 그 공간에 들어간 듯하게 되죠. 무대에 적용한다면, 기존의 영상 활용이나 프로젝션 매핑 기술을 넘어서, 무대 위의 배우가 노래하고 연기할 때 감정 표현에 따라 공간이 상호작용하도록 만들 수 있어요.
뉴콘텐츠센터에 입주한 후 어떤 도움을 받고 있나요?
일단 소규모 스타트업 기업들에게 좋은 콘텐츠 제작 기회를 제공해주어서 기쁘게 생각해요. 저희는 공간을 디자인하기 때문에, 작업 결과를 미리 가늠해볼 수 있는 테스트 베드가 필요해요. 이곳에서 필요한 기기뿐만 아니라 넓은 스튜디오까지 무상으로 제공받고 있어요. 과거에 좁은 공간에서 해보지 못한 것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지원받아 콘텐츠 제작에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요?
우선 이곳의 인프라를 잘 이용하고 외부 공연 제작사나 박물관, 미술관 등과 협업해서 저희의 콘텐츠를 사업화하는 게 목표입니다. 교육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는데, 현재 연구하고 있는 기술 부문에서 실제로 수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죠. VR과 관련한 분야가 게임만 있는 게 아니라, 문화예술 콘텐츠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공연 및 전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관객과의 소통이 꼭 필요한데, 그중 한 방법이 VR임을 강조하고 싶어요.
뉴콘텐츠센터에 입주한 소감이 어떤가요?
가상현실 작업은 사람들에게 아직 생소하고 과도기에 있어요.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힘이 되죠. 방대한 가상현실 기술 관련 정보도 공유할 수 있고요. 다양한 기기들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습니다. 입주 기업들에게 어떤 기기가 필요한지 센터 측에서 사전 조사를 했어요. 상용되는 것들을 갖추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되죠.
입주 전엔 예상하지 못했으나 입주 후에 만족하는 부분이 있다면요?
이곳에 입주한 다른 업체와 협업할 수 있어서 기쁩니다. VR 콘텐츠 제작에도 다양한 인력이 필요한데, 디자이너가 없는 업체에서 캐릭터 디자인을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어요. VR에 쓰이는 캐릭터는 예쁘기만 해서는 안 되거든요. 3D에 최적화된 캐릭터가 필요한데, 마침 제가 그런 경험이 있어서 함께하게 됐죠.
VR 웹 애니메이션이란 무엇인가요?
전통적인 방식의 애니메이션과 비슷한데요. 내용에 따라서 VR 기술, 즉 360° 영상이 들어갑니다. 편집에 의해 일방적으로 주입되는 영상과 달리, 360° 영상은 사용자의 의지에 따라 보고 싶은 걸 보는 거예요. 현장성이 강하게 느껴져서, 한 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죠. 배경의 규모도 아주 크게 느껴지고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서린이의 앞마당>은 어떤 작품인가요?
7살 꿈 많은 소녀 서린이의 이야기인데, 서린이는 제 딸입니다. 딸아이가 그리고 만드는 걸 좋아해서, 같이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통 아이들에게 애착인형이란 게 있잖아요. 제 딸도 어려서부터 애착인형을 끼고 사는데, 그게 바뀌곤 하더라고요. 서린이의 애착인형이 바뀔 때마다 인형들이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는 모습을 그리고, 결국 다른 인형이 아닌 스마트폰에 밀려나는 이야기를 만들어봤어요. 요즘 아이들이 영상에 집착하는 현실에 대한 풍자와 성장 이야기를 결부한 작품입니다. 여기에 가상현실의 문법을 적용하고요. 짧은 분량의 웹 애니메이션으로 28화를 계획 중입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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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이민선 (자유기고가)
사진 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