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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승광 Mar 14. 2024

결혼은 권리일까, 제도일까

동성혼, 헌법은 어떻게 보고 있나 (2)

동성혼에 관한 헌법상 논쟁 제2라운드가 시작되었습니다. 이번 주제는 결혼이 기본권이지, 제도인지에 관한 논쟁입니다.


먼저 찬성론자가 창을 휘두릅니다. 혼인할 권리에 대해 역설합니다. 혼인은 국가가 성립되기 이전부터 사람들이 행하던 계약이다. 종족 유지를 위한 자연적 계약이라고 보아야 한다, 누구와 혼인해야할지, 혼인하면 안 될지를 국가가 정할 수는 없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 역시 “개인의 인격권・행복추구권은 개인의 자기운명결정권을 그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 자기운명결정권에는 성적(性的)자기결정권 특히 혼인의  자유와 혼인에 있어서 상대방을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되어 있다.”(헌법재판소 1990. 9. 10, 89헌마82 결정; 헌법재판소 1997. 7. 16, 95헌가6 결정)고 결정한 바 있습니다.  


반대론자는 다시 방어를 합니다. 혼인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지만 혼인은 국가의 제도라는 것입니다. 기본권이라는 것만으로 제도를 변경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말도 합니다. 인천지방법원이 풀어내는 바와 같이 "우리 사회의 혼인 및 가족 관념에 의하면 혼인 이라 함은 일부일처제를 전제로 하는 남녀의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의미한다.”(인천지방법원 2004. 7. 24, 2003드합292 결정.)고 합니다.


찬성론자가 이에 대해 반박을 합니다. 헌법 제10조가 규정한 바와 같이 모든 국민에게는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가장 큰 행복 중 하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혼인하여 살 권리라고 합니다. 제도라는 이유로 동성혼을 금지하는 것은 행복추구권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또 헌법 제10조에는 성적 자기 결정권이 내재되어 있는데 동성혼을 금지하는 것은 이것을 침해한다고 말합니다.


성적 자기 결정권에 관해서 찬성론자의 말이 계속됩니다. 젠더는 생물학적으로 정해지지 않는다는 것이죠. 대법원 역시 2006년에 그와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종래에는 사람의 성을 성염색체와 이에  따른 생식기・성기 등 생물학적인 요소에 따라 결정하여 왔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는 생물학적 요소뿐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의  귀속감 및 개인이 남성 또는 여성으로서 적합하다고 사회적으로 승인된 행동・ 태도・성격적 특징 등의 성역할을 수행하는 측면, 즉 정신적・사회적 요소들 역 시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다.”(대법원 2006. 6. 22, 2004스42 결정.) 이와 같은 사항을 들어 찬성론자는 자신의 성 정체성은 물론, 자신의 파트너가 될 성을 선택하는 문제는 성적자기결정권에 속한 사항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대론자는 다시 반론을 폅니다. 그는 우선 개개인이 가지는 행복추구권, 성적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며 인정한다는 전제를 깝니다. 하지만 혼인은 제도라는 점을 다시 강조합니다. 행복추구권과 성적자기결정권에 동성 간의 결합을 법적 의미의 혼인으로 인정받을 권리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합니다. 국가법적으로 인정받을 권리는 공동체의 가치 보존과 타인의 인간존엄이라는 목적에서 제한이 가능하다는 주장입니다. 동성혼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르느와르 풍으로 표현한 행복을 추구할 권리 by 빙 이미지 크리에이터


발언 기회는 다시 찬성론자에게 주어집니다. 이번에는 헌법 제11조가 규정하는 평등의 원칙을 논거로 가져옵니다. 평등의 관점에서 소수의 성적 지향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입니다. 헌법 제11조는 “누구든지 성별에 의하여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거든요. 찬성론자는 최근에 나온 판결 하나를 제시합니다. 동성결합 상대방에게도 국민건강보험이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라는 2023년 2월 21일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입니다. 이 판결에서 법원은 이성커플(사실혼 배우자)에게는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고 동성커플에 대해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본질적으로 동일한 집단에 대하여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은 그 근거로 동성결합도 이성결합과 마찬가지로 동거․부양․협조․정조의무에 대한 의사의 합치 및 밀접한 정서적․경제적 생활공동체 관계라는 점을 들었습니다(서울고등법원 2023. 2. 21. 2022누32797). 


이번에는 반대론자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평등 원칙을 이유로 혼인 제도를 풀어버린다면 사회질서에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합니다. 동성혼 뿐 아니라 일부다처혼, 일처다부혼을 합법화하자는 의견도 나올 수 있다고 말이죠. 허황된 논리 같지만 뜬금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실제로 202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일처다부제를 합법화하는 정책 제안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동성혼과 일부다처제가 허용되는 상황이기에 평등 원칙에 입각한다면 일처다부제 역시 합법화 되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대외정책연구원, 2021).   


그와 함께 반대론자는 찬성론자가 서울고등판결을 잘못 읽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이 판결에서도 현행법령의 해석상 사실혼은 이성간에만 인정되므로 원고를 사실혼 배우자로 인정할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다만  직장에 다니는 사람의 사실혼 배우자와, 성별만 다를 뿐 비슷하게 함께 살고 있는 동성 커플은 본질적으로 같은 그룹이라고 봤습니다. 그런데 법이 남녀 사이의 사실혼 배우자에게는 지원을 주면서 동성 커플에게는 그러지 않는 것이 평등에 위반된다고 한 것이지요. 이 판결은 동성혼이 허용될 수 있다는 신호로 보면 안 된다고 합니다.


찬성론자는 다시  헌법 제17조가 규정한 사생활의 자유에 대한 보장을 끌고 들어 옵니다. 사생활의 자유 보장은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면서 자신이 원하는 사생활을 누릴 권리입니다. 그리고 혼인이야 말로 가장 사적인 영역의 하나이므로, 동성혼도 역시 사생활의 자유의 영역으로 포함되어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대론자의 반박은 다시 제도론에 기초합니다. 동성혼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여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합니다. 동성혼을 처벌하는 규정이 없기에 혼인 신고를 하지 않은 채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지요. 동성혼에 대해서는 국가가 인정하지 않기에 세제의 감면이나 주택의 공급 등과 같이 국가로부터 특별한 혜택을 받을 수 없을 뿐입니다. 동성혼에 대한 불허는 사생활을 침해하는 문제가 아니며, 그들이 선택한 결과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 참고문헌

김선화. (2015). 동성혼의 법제화에 관한 고찰. 이화젠더법학, 7(3), 31-63.

대외정책연구원. (2021). 남아공, 일처다부제 입안 계획에 보수층 반발.

이동훈. (2019). 동성혼의 헌법적 쟁점-헌법해석의 한계. 공법학연구, 20(2), 155-182.

조홍석. (2023). 현행 헌법상 동성혼인. 공법학연구, 24(4), 157-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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