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아서 할게."
중학교에 입학 아들이 처음 던진 이 말에, 저는 가슴 한켠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제 손을 뿌리치던 아이가, 이제는 더 이상 의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만 같았거든요.
그동안 매 순간 의지하던 아이가 이제 더 이상 부모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하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순간,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 아이와 함께 일상을 나눌 날이 과연 얼마나 남았을까?
아이들이 어릴 땐 영원히 우리 곁에 있을 것만 같습니다. 부모로서 아이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라 믿었죠. 하지만 어느새 사춘기가 찾아오고, 아이는 더 이상 부모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말하기 시작합니다.
저는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해 집을 떠났을 때와 대학생이 되어 집을 떠났을 때의 느낌이 전혀 달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대학 입학 후, 이제 성인이 되어 더 이상 법적으로 부모의 동의가 필요 없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쓸쓸하게 다가왔어요. '부모로서 내 역할은 여기까지 일수도 있겠구나. 만일 아이가 더 이상 부모를 찾지 않아도 달리 할 수 있는 건 없겠구나... '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생각을 하니 등골이 서늘해졌어요.
그리고 곧 다시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쌓아온 관계가 있다면, 자녀가 성인이 되어서도 서로가 든든한 동반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요. 부모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겠다는 것을요.
그래서 오늘은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 부모로서 꼭 기억해야 할 세 가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1. 자녀에게 ‘쉼터’가 되는 부모
부모는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안전한 쉼터’여야 합니다. 무조건적인 사랑과 이해를 보여줄 때, 아이들은 힘들 때 자연스럽게 부모를 찾게 됩니다. 조언이나 해결책을 먼저 꺼내기보다, 아이의 작은 감정이라도 귀 기울여 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참 각박하죠. 그런 세상 속에서 “언제든 돌아가면 나를 따뜻하게 맞아줄 곳이 있다”는 믿음은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2. 지혜로운 조언자가 되기
사춘기 자녀가 “내가 알아서 할게”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부모는 의논 상대의 자리에서 한 발 물러서야 할 때가 온 겁니다. 이 말을 듣기 전에,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답을 주기보다는 질문을 던져보세요.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이렇게 문제 해결의 길을 열어주는 부모는 아이들에게 언제나 의지할 수 있는 지혜로운 조언자로 남게 됩니다. 중요한 건 정답을 강요하지 않고, 아이가 스스로 답을 찾도록 기다려주는 거예요.
3. ‘본보기’가 되는 부모 되기
자녀는 부모의 말보다는 행동을 통해 배웁니다. 부모가 감정을 잘 조절하고, 맡은 일을 성실히 해내는 모습을 보이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책임감과 성실함을 배웁니다. 말보다 행동이 더 큰 힘을 발휘하잖아요? 부모가 먼저 좋은 본보기가 될 때, 아이들은 그 모습을 통해 삶의 중요한 방향을 배우게 됩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시간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그 시간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자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소통하는 겁니다.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은 아이는, 그 사랑을 바탕으로 세상과 당당히 마주할 힘을 얻게 됩니다. 오늘이, 바로 지금이 부모로서 아이를 깊이 안아줄 마지막 기회일지 모릅니다. 그러니 사랑을 아끼지 마세요.
사랑받은 아이는 결국 세상에서 빛나게 됩니다. 부모의 사랑이야말로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가장 큰 선물이거든요.
이 글은 아이들이 조금 더 어릴 때, 그 소중한 시간을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던, 그래서 어렵게 돌아왔던 과거의 저에게 전하는 글입니다.
여러분은 너무 늦은 깨달음으로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지금, 오늘 아이를 꼭 안아주세요.
김선희 작가(훈민에듀코칭 대표)는 부모교육 전문가이자 전문 코치로, 부모와 자녀가 함께 성장하는 삶을 지향합니다. 첫 저서 <내 아이는 내 뜻대로 키울 줄 알았습니다>로 많은 부모들에게 공감을 얻었으며, 오디오북과 강연을 통해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부모와 아이가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소통의 길을 제시하고, 실천 가능한 조언으로 부모들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안합니다. 오늘도 진심 어린 목소리로 부모와 아이의 연결을 돕고 있습니다.
*강연 및 협업문의 hunminedu0501@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