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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하 Jan 12. 2021

눈이 내린다, 위로 오른다.

하늘나라 흰 눈꽃 송송이 포근포근 지붕에 옷 입히나요.

Photo by. Filip Gielda / Unsplash


하늘에 점점이 수놓던 눈꽃은 순식간에 피어 내렸다.

흩뿌린 듯한 눈발은 점점 거세지더니

금방 온 세상에 소복이 쌓다.

지붕 위로, 간판 위로, 헐벗은 가로수 가지 위로,

가로등 위로, 창틀 위로, 지나가는 행인의 외투 위로.


쌓인 눈은 본연의 색 그대로 녹아 사라질 운명이지만

행인들이 쉼 없이 오고 가는 길바닥에서

온갖 불순물이 섞여 들어 새카맣게 질척,

머무는 이 없이 한갓진 땅 위로는 유리창에서 번진

전구색 조명 그대로 따스함에 물든다.


눈 내리는 풍경보다 더 눈에 선연한

희뿌연 시야에도 눈바람을 뚫는 조심스러운 걸음과

제설 작업에 임하는 사람들의 노고와

미끄러운 내리막의 눈길로 하원하는 아이들 모습에

마냥 감상에 젖을 수만은 없다.


하나 그 차디찬 성질을 익히 알고 있음에도

소리 소문 없이 쌓이는 모양은

이불솜처럼 포근하리란 기대감마저 들고

해사한 아이들의 웃음만큼이나 밝다.


병상에 드러누워 창문 너머 하늘이 거꾸로 보이니

내리던 눈이 위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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