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잔에 술을 가득 채운다.
내 마음도 따라 출렁인다.
무엇이관데 사랑은 양가적일까.
가려진 듯 드러나고
충만한 듯 갈증 나고
홀가분한 듯 무겁고
평안한 듯 혼란하고
유쾌한 듯 불쾌하고
빌어먹을 모순 투성이야.
파도에 휩쓸릴 모래성처럼
부질없는 감정 따위에
이토록 오랜 시간을 들여 소모할까.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미련은
또 뭐란 말인가.
나는 평생을 목매었건만
혹자에겐 솜털처럼 가벼움을
못내 참을 수 없는 까닭은
심사가 뒤틀린 자격지심일까.
아니면 다른 무엇일까.
잔을 비워 빈 속에 술이 채워진다.
취기 어린 흥에 겨워 음침한 속내를 감추는
나는 한낱 비루한 존재라
마음을 채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