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스토옙스키, 고골, 솔제니친, 디킨스, 헤밍웨이, 피츠제럴드, 카뮈...
위대한 작가들은 불행을 먹고살고 불행한 시대에서 그 빛을 발한다. 그분들의 파란만장하고 굴곡진 인생과 뛰어난 지성과 문장력의 무릎에도 닿지 못하지마는, 나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나는 질식할 것 같은 이 나라의 '검찰 과두정'보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이 글을 쓰고자 하는 욕망을 부추겼던 것 같다. 집단면역으로 감염자가 줄어들고 무료한 중환자실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자 기적처럼 한 글자도 제대로 쓸 수가 없었다. 대문호들의 무겁고 진중한 펜촉과 달리 나의 키보드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벼움에도 말이다.
한 살 더 나이를 먹고 하루하루 시간이 갈 수록, 중환자실에서 일하는 연차가 쌓일수록 말 한마디가, 행동 하나하나가 더욱 조심스럽고 무거워진다. 나는 그렇게 한 문장을 완성하는데 온갖 에너지를 쏟게 되었다.
마지막 글을 쓴 지 150여일이 지나고도 한 문단 채우기 힘든 쇠약한 몸이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