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니멀리스트 상희 Jul 07. 2021

미니멀한 삶을 꿈꾸며 취향으로 채우는 집

미니멀 인테리어를 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내가 살 집인데 나의 취향대로, 예쁜 것들로 채우면 안 되나요? 미니멀한 삶을 꿈꾸지만 예쁜 물건을 사며 즐거움을 느낀다면 그건 미니멀 라이프가 아닌가요?



처음에 미니멀 라이프를 하면서 미니멀 라이프 카페나 유튜브에서 이런 글과 영상을 보게 되었다.


'안 예쁜 건 다 버리는 거 아니야? 그리고 예쁜 걸로 다시 사면 그건 미니멀 라이프가 아니라 미니멀 인테리어를 하는 거 아닌가?'


그 글을 보는 순간 '혹시 나도 그런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만 해도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미니멀하면서도 예쁜 집을 보고 동기부여를 받고 '나도 이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하고 비워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니멀한 집이 예쁘게 보이는 게 아니라 미니멀하고도 예쁜 집이 좋은 건가?

지금 나는 그걸 따라 하는 걸까? 나도 미니멀 인테리어가 하고 싶었던 걸까? 그 당시 답을 찾지 못하고 마음 한편에 그 마음이 남아 있었다.


-


그리고 시간이 흘러 미니멀 라이프 6년 차가 되면서 이제는 그 답을 알게 되었다. '아 나는 미니멀 인테리어가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내가 정말로 좋아하고 아끼는 물건들로만 채우고 싶었던 거구나'라는 걸 말이다.

 



나의 예쁨, 당신의 예쁨, 우리의 취향

잘 생각해보면 예쁘지 않기 때문에라는 말에는 나의 '취향'이 들어가 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라는 말은 쉽게 들을 수 있다. 예쁘고 예쁘지 않고의 기준은 모든 사람이 다르다. 그리고 우리 집에 '내 눈에' 예쁘지 않은 물건이 있다면 그건 나의 기분 좋은 에너지까지 빼앗아 간다. 그래서 취향이 아닌 물건은 비워내는 게 좋다. 취향이 아닌 물건은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취향이 되지는 않더라. 결국 잘 쓰이지 않고 비워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걸 경험하면서 예쁘지 않아서 비우는 것이 아닌 정확히는 내 취향이 아니라서 비우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취향인 사람에게 보내주는 것이다. 그래야 그 물건이 사랑받으며 오래도록 잘 쓰일 수 있으니까.




이게 내 취향이라고? 진짜 내 취향은?

그런데 분명 내 취향이라며 행복하게 샀는데 막상 집에 가져오고 나니 집이랑 안 어울리는 거 같고, 이게 내 취향이 맞는 건가 싶고, 이렇게 생각하다 보면 내 취향이 정확하게 뭔지 모르겠다며 혼란스러워한다. 맞다. 취향이란 정확하게 정의하기도 어렵지만 그 조합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분명 나는 알록달록하고 톡톡 튀는 패턴을 좋아한다. 생동감 있는 색감으로 포인트를 주는 것을 좋아한다. 분명 신혼 때 우리 집은 그랬다. 알록달록했고 톡톡 튀는 패턴으로 포인트를 주며 그게 나의 취향이라며 즐겁게 집을 꾸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남겨진 물건들 속에 우리 집은 톡톡 튀는 것들과 화려한 색들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땐 나의 취향이라고 생각했는데 물론 그것도 맞지만 더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걸 몰랐다.


<알록달록했던 신혼집>




결국은 마지막에 남는 물건

미니멀 라이프를 시작하고 정말 많은 물건들을 비워냈는데, 6년 이란 시간 동안 꾸준하게 비워내면서 나는 내 진짜 취향을 알아갔다. 결국 마지막에 남는 물건이 나의 진짜 취향이었다. 진짜 취향은 물건을 채울 때가 아니라 이렇게 물건을 비우면서 찾아가는 거더라. 처음엔 그 중간을 몰라서 사고 비우고를 반복했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중요했던 취향은 화려한 패턴보다 톡톡 튀는 색들보다 심플한 디자인에 질리지 않고 오래 쓸 수 있는 편안함이었다. 지금 우리 집에 남아있는 물건들이 그렇다. 오래도록 편안하게 옆에 있을 물건.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물건. 지금 우리 집에 남아 있는 물건들은 되도록 자연과 비슷한 소재, 자연과 비슷한 색감, 무채색이었다.




정말 필요하다면 기다리자

꼭 필요한 물건이 생겨 채움을 해야 할 때는 예전보다 더 신중해졌다. 예전에는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으면 내 마음에 꼭 들지 않아도 '이 정도면 '하고 적당히 사서 대충 쓰다가 아니야 역시 마음에 안 들어하고 비우기를 반복했었다. 쉽게 사고 쉽게 비웠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물건을 살 때면 마음에 꼭 드는, 진짜 내가 좋아하는 물건을 만날 때까지 기다리고 그 기다림을 즐기게 되었다. 검색에 검색을 하다가 오랜 기다림에 지쳐 사기를 포기한 물건도 있다.

물건의 끝을 생각하며 채움에 신중해지고, 나와 함께할 물건도 평생 함께 갈 연인을 고르듯이 인연이 되기를 기다린다.




뻔하지만 당연한

나의 취향을, 나의 살림을, 내가 사는 집을, 남과 비교하지 말자. 미니멀 라이프는 이래야 한다는 교과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당연히 이러면 안 된다는 규칙도 없다. 각자의 집이 가진 의미가 다르고 모든 사람의 라이프는 성격만큼이나 다양하다. 그렇기에 집은 다른 누구에게 평가받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아무도 뭐라고 할 수 없는 나의 세계인 것이다.


그러니 미니멀하고 예쁜 집에 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고 포기하지 말자. 적당한 타협은 결국 나에게 부정적인 에너지를 가져다준다는 걸 잊지 말자. 불필요한 물건이 주는 불필요한 에너지는 비워내고, 정말로 좋아하는 물건들만 남기고 채웠을 때 우리 집을 둘러보면 어디에서도 받을 수 없는 안전하고 행복한 에너지를 받을 수 있다. 나의 집은 행복한 삶, 행복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 눈에 비칠 우리 집이 아닌 내 눈에 비칠 우리 집에 애정을 가지고 가꾸어 나가자. 우리 모두가 각자의 취향이 가득한 집에서 살아가기를 바란다.



미니멀 라이프가 목적이 아니다. 본질은 내가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집인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비움 연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