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더 : "아, 네 저는 머메이드 라인이 예쁘게 빠진 드레스샵 위주로 추천 부탁드릴게요. 웬만하면 드레스 전체가 드레이핑이 되어있고, 홀터넥이나 하트쉐이프의 가슴 라인이면 좋겠어요. 소재는... 예식장이 야외이기 때문에 비즈는 최소한이 좋고 깔끔한 실크가 좋을 것 같아요."
플래너 : 그럼, 메이크업이랑 스튜디오는요?
스더 : 배경보다, 색감이 좀 예쁜 느낌이면 좋겠어요. (보여주며) 이런 색감의 스튜디오를 가진 곳이면 좋겠는데, 이런 곳에서 촬영을 하려면 아마 청순한 느낌의 신부 화장보다는, 그래도 강한 아이 메이크업이 필요할 것 같으니... 지금 여기 리스트 되어있는 이곳이 좋겠네요!
플래너 : 아, 신부님. 벌써 다 고르셨네요.
그렇게 나는 10분도 되지 않아 스드메의 셀렉을(플래너가 당황해할 만큼ㅋㅋ) 빠르게 마쳤다.
보통 예신들이 말하는 공주놀이 '드레스 투어'도 일절 하지 않았고, 예식 하는 장소도, 커플링도. 그렇게 빠르게 마쳤다.
흔히 결혼식은 여자들이 말하는 인생의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이야기 하지만,
나의 취향은 늘 뚜렷한 편이었기에 모든 것이 쉬웠다.
뭄바이에서 만난 프랑스 친구가 결혼식 '컨셉'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부터 나는 야외에서의 결혼식을 구상하고 있었으며,
상하이에서 웨딩 촬영 피팅 모델을 하며 수많은 드레스를 입어보며 나에게 맞는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알아낸 것이다.
그리고 많은 촬영 끝에 결국 남는 것은 사진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나는 스튜디오 및 촬영에 돈을 가장 많이 투자하였으며,
네일을 전혀 하지 않는 나의 손에 맞는 심플한 웨딩링도 내가 직접 커스터마이징 하여 디자인하였다.
야외 결혼식에서의 음향도 어릴 때부터 키보드를 메고 홍대를 쏘다니며 버스킹을 하며 터득하였기 때문에 장비가 무엇이 필요한지 미리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선택의 순간은 짧았지만, 이렇게 나만의 취향과 안목은 그 이전부터 여러 나라를 다니며 내가 보고 느꼈던 분위기를 통하여, 경험이 모아져 나만의 취향이 점점 더 확고해졌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점점 굳어진 것이다.
집도 마찬가지였다.
18년의 떠돌이 생활로, 나는 이사라면 지긋지긋하게 다녀봤다. 처음 23kg 수트케이스 하나로 시작했던 나의 삶은 어김없이 몇 대의 트럭도 부족하게 늘어나기 마련이었으며, 그렇게 악착같이 긁어모은 맥시멀 라이프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이것은 왜 좋은지, 저것은 왜 싫은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나는 평생 미니멀리스트는 될 수 없겠구나.
아무리 혈육이 골라놓은 집이라 해도, 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면 이 집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래된 빌라들이 모여있는 인프라가 썩 좋지 않은 이 곳. 인천의 할렘가라고 불리는, 그러니까 남들이라면 사지 않았을 이런 썩은(?) 빌라.
그러나 나는 이 집에서 곳곳에 미리 묻어져 있는 나의 취향을 미리 발견하였다.
넓은 베란다(테라스)를 보며 아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내려 마시면서 음악을 들으며 식물에게 물을 주는 일상을 그렸고,
작은 주방에 대한 염려보다는 손님을 초대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다이닝룸'이 될 수 있는 분리된 공간을 미리 구상할 수 있었다.
나의 건반과 남편의 재봉틀과 마네킹이 어우러질 수 있는 작업공간,
티비를 보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 적합한 탁 트인.. 타일로 꾸며진 아트월 없는 거실. (저건 그저 이상한 벽지일 뿐이라.. 차라리 타일이 아닌 것에 얼마나 안도가 되었는지.)
그리고 베란다로 통하는 곳이 탁 트인 개방된 샷시가 아닌, 그냥 방문이라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비밀의 공간을 기획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