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 들어가며 / 포커에서 배운 인생

포커에서 배운 인생

by 신형수

가장 단순한 규칙 속에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하는 게임, 포커.
종이로 된 단 52장의 카드만으로 성인들이 며칠 밤을 새워가며 몰입할 수 있는 이 게임은, 수많은 게임들 사이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게임 중 하나다. 컴퓨터나 복잡한 장비조차 필요하지 않다. 그만큼 포커는 외부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적고, 오직 인간 그 자체로 게임의 재미와 긴장을 완성한다. 포커는 철저히 인간의 본성을 건드리는 게임이다.


포커를 통해 나는 신이 없다는 사실을 배웠고, 확률이라는 개념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이해하지도 못하는 양자역학의 불확정성의 원리, 즉 세상은 결코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다는 사실까지 관심 갖게 만든다. 포커 테이블 위에서는 언제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타나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태도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수많은 포커 게임을 경험하며 내가 갖게 된 확신이 하나 있다. 포커 게임을 몇 시간만 함께 해보면 그 사람의 밑바닥까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숨기고 싶은 성격, 감추어 온 약점, 심지어 본인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성향까지 포커라는 구조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나는 포커를 통해 자신도 모르는 내면에 숨겨 있는 모습이 100% 가감 없이 들어 난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는 누구나 자신의 진짜 모습을 어느 정도 포장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포커 테이블 한가운데에서는 그 포장이 벗겨진다. 그들의 칩과 함께 성향과 태도, 판단 방식이 그대로 던져진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해야 하거나 중요한 판단이 필요할 때, 가능하다면 포커 게임을 통해 그를 바라본다. (포커게임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게임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무리라고 말하는 사람이 이 있겠지만, 그것은 포커라는 게임을 충분히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나오는 생각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52장의 단순한 카드 게임 안에는 일상에서 감추고 있던 인간의 추악함마저 드러날 수밖에 없는 높은 자유도가 존재한다. 게임의 흐름과 승패에는 플레이어가 처한 모든 상황이 그대로 반영된다. 살아온 환경, 성격, 가족관계, 직업, 학력, 심지어 그날 아침 무엇을 먹었는지 까지도 그날의 플레이에 영향을 미친다.

만약 당신 주변에 항상 포커에서 이기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분명 다른 여러 가지 게임에서 항상 이기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 책을 끝까지 읽었을 때 충분히 공감하게 될 것이다. 포커는 이상할 정도로 이기는 사람은 계속 이기고, 지는 사람은 반복해서 진다.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말처럼, 포커에서의 성향 또한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에게 포커 전략을 설명하고 토론해 왔지만, 실제로 플레이가 눈에 띄게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성품과 태도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포커 실력 역시 마찬가지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더 좋은 포커 전략을 전달하기보다는, 포커라는 게임이 가진 섭리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포커만큼 모든 상황이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미치는 게임은 드물다. 가진 카드가 불리해도 블러핑을 통해 승리를 가져올 수 있고, 거짓말이 정당하게 허용되는 거의 유일한 게임이다. 모든 상황을 활용해 임기응변과 순발력으로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게임, 그것이 포커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해 포커 실력의 향상보다는, 스스로 단점이라 생각했던 성품과 성향을 인식하고 다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렇게 한 단계 성장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면, 포커 실력은 상상 이상으로 향상되어 있을 것이다. 포커 전략을 공부하기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으면 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는 사이 포커 테이블의 승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쓰고 있는 나 역시 포커 게임에서 매번 이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패배의 순간이 더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커는 내가 평생 가장 즐겨온 취미이자, 동시에 끊임없이 관찰하고 연구해 온 대상이다. 이 책은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쓰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나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공부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포커를 오래 하다 보면, 이 게임에 대해 사람마다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실제로 포커 테이블 위에서 오가는 대화와 토론을 들어보면, 같은 상황을 두고도 각자의 해석과 판단은 놀라울 만큼 다르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왜 서로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포커를 깊이 바라보는 출발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정답을 제시하는 전략서가 아니다. 내가 포커를 대하는 방식, 그리고 그 방식이 어떻게 나의 사고와 삶의 태도로 이어졌는지를 담은 기록에 가깝다. 다시 말해, 이 책은 내가 가진 포커에 대한 철학이며, 동시에 그 철학을 바탕으로 인생을 살아가며 얻은 생각들의 정리다.


만약 이 글을 읽는 수많은 포커 플레이어들 중 누군가가 이 생각에 조금이라도 공감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포커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게임과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면, 그것이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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