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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Aug 29. 2024

D-60, 찌르고 차고

D-60

찌르고 차고


오늘도 우리 기쁨이는 엄마에게 자신이 존재함을 열심히 알리는 중이다.

엄마는 밥을 먹다가도 '아야~', 가만히 쉬다가도 '아야~'.

심지어 트림을 하다가도 엄마를 차거나 찌른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뱃속 아기가 생전 듣지 못한 소리에 주로 반응을 더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아빠 목소리에??


엄마랑 대화하다 보면 아빠는 괴상한 소리를 내기도 하고

이상하고 말도 안 되는 성대모사를 하면서 엄마의 귀를 괴롭힌다.

그럴 땐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던데 말이지.


주차가 지날수록 아이의 뒤늦은 활발함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한다.

한동안 너무 잠잠해서 걱정 이렀지만 괜한 걱정이었던가.

아이는 자기 잘 있고 걱정하지 말라는 듯 주기적으로 엄마를 툭툭 건드린다.


아이가 태어날 시기가 다가오면서 엄마 배를 차지하는 범위도 점점 커져간다.

아이의 태동은 점점 더 강력해진다.

암만 커도 결국엔 신생아의 크기일 텐데 이렇게 강해도 되는가 싶다.


엄마 아빠가 워낙에 활동적이고 또 잘 먹고(사실 많이 잘 먹는다) 하고 때문에

우리 아이도 그 이상은 가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엄마는 우리처럼 만큼은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우리는 마음만 먹으면 무한대로 먹기 때문에 아이까지 그러면 식비가 감당이 안될뿐더러

여자 아이가 많이 먹으면 얼마나 크겠냐며 걱정도 된다 한다.


하긴 나도 어려서부터 조절을 안 해주니 엄청 먹어댔던 것 같다.

그래서 아이 때부터 어마무시한 체격을 자랑했더랬지.

결코 자랑이 될 수는 없지만..


[2024년 8월: 아빠와 딸]


이제는 아이의 활동이 엄마 배를 통해서 제법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빨리 나오고 싶어 하는 건지, 답답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건강한 건 틀림없다.


아내는 변태 같다고 하지만, 아빠도 가끔은 아의 태동을 느끼고 싶어 한다.

아파도 좋다. 따끔거려도 좋다.

이 모든 감정공유를 아빠는 엄마의 표현을 통해서만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다는 게 아쉬울 때가 있다.


뭐 그래도 우리 딸이 엄마하고 교감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는 건 사실이다.

둘 다 처음 부모가 되는 과정이다 보니

뭐든 처음이고 기대가 되면서도 걱정이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우리 딸 빨리 보고 싶은 아빠의 마음.

벌써부터 아이를 품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아이도 행복해하겠지.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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