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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Sep 09. 2024

D-57, 발차기 얍!

D-57

발차기 얍!


30주 차에 들어서면서 아이의 활동은 나날이 왕성해졌다.

틈만 나면 뱃속에서 발차기를 해댄다.


아야...


엄마에게서 자주 듣는 소리.

태어나면 정말 작고 아직은 힘도 없을 텐데

뱃속에선 뭔 힘을 그리 주는지.


할 말이 있는 걸까?

점점 커져가는 자신의 몸으로 인해 좁아지는 공간이 불편해서일까?

아이의 모든 행동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궁금하다.

표현이 서툴러서인가 싶기도.


엄마 장기를 누르던지 아니면 방광을 누르던지.

아니면 발로 차던지.


태어날 때가 다가올수록 뭔진 몰라도 표현만큼은 확실해진 듯 한 우리 딸. 

딸바보가 되어가는 어딘가 모자란 아빠는 마냥 신기하고 이쁘기만 하지만 

엄마 입장에서는 아이가 소중하면서도 동시에 아이의 발차기를 견뎌내야 한다.


태권도를 마스터하나 싶기도.


영화 매트릭스에서도 보면 주인공이 디스크와 엔터키 하나만으로 순식간에 무술 하나를 마스터한다. 

우리 아이도 속에서 설마?


엄마가 너무 아파하면 내가 대신 아내의 배를 만지며 기쁨이를 부른다. 

조금이라도 아이가 진정될까 싶은 마음에.


딸이니 이 정도지, 아들이었으면 발차기로 끝나지 않았을 것만 같다. 

갈비뼈 몇 대는 부서졌을 거라며 다행이라고 하는 엄마. 

조그마한 아이가 쳐봤자 얼마나 강하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진짜 어디라도 부러뜨릴까 봐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물론 상상이기 때문에 웃고 넘기지만 아이가 활발한 것에 대해서는 일단 안심. 

건강하다는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이의 왕성한 활동을 며칠만, 몇 주만 더 견뎌내면 된다. 

그러다 보면 맞이할 날도 곧 오겠지.


오늘도 엄마와 함께여서 행복했길.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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