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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gantes Yang Sep 12. 2024

D-56, 전화기 너머로

D-56

전화기 너머로


하루종일 엄마는 집에서 휴식을 취했다.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자주 피로를 느낀다고 한다.

엄마가 피곤해하면 아이도 덩달아 조용히 있는다.

피곤해하는 엄마를 이해하는 건지 고마울 따름이다.


오늘은 일신홀에서 공연이 있던 날이라 집으로 향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많이 늦은 시간이었다. 

가는 길에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루종일 피곤해서 조용히 쉬고 있어서 그런지 기쁨이도 조용하다고 하더라. 

일신홀에서 집까지는 차로  대략 50분. 통화가 길어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평소에 아빠가 엄마에게 말을 걸었을 때의 아이의 반응이 또다시 나왔다.


바로 발차기. 그리고 꿍쓰꿍쓰.


전화기 너머로도 아빠하고 대화하는 걸 아는 걸까. 

아닐 수도 있겠지만 뭐든 상상하기 나름 이랬다고 

내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마냥  다 갖다 붙인다. 하하...


[2024년 9월: 따님은 탈출 시도 중]


엄마가 아빠하고 대화할 때의 엄마 말투를 이제는 아는 걸까. 

신기하기만 했다. 이 상황을 놓칠 수 없었기에 나는 바로 기쁨이를 불렀다.


기쁨아~ 아빠야~


엄마가 대신 답한다.


그래, 잘 있대.


뱃속의 아이가 뭘 알겠냐만은 지금 이 상황조차도 행복했다.


기쁨이가 태어나자마자 눈앞에 가장 먼저 보이는. 

엄마 아빠의 얼굴과 목소리. 우리가 자기의 부모란 걸 인지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그렇게 생각해 보면 지금으로서 나는 단지 익숙한 목소리일 뿐이다. 

내가 자기 아빠인지 어찌 알까. 생각만 해도 웃기더라.


지금은 그냥 누군지 모를 남자의 목소리.


내가 너의 아빠란 걸 어떻게 증명해야 할까 늘 생각하게 된다. 

좋은 아빠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우리 기쁨이 울음소리도 빨리 듣고 싶다. 행복한 기다림이다.


사랑한다 우리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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