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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Mar 17. 2024

창의성과 비즈니스 그 사이 어딘가

디올과 레이몬드 제네커를 통해 들여다 본 패션 브랜드 경영의 방향성

요즘 푹 빠져 있는 드라마 “더 뉴 룩(The New Look)”은 2차 세계대전 전후의 파리를 무대로, 크리스티앙 디올, 코코샤넬, 피에르 발망, 크리스토발 발렌시아 등 당대를 대표했던 디지이너들의 실화에 기반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패션은 존재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창작활동을 이어 나갔다. 종전 이후 크리스티앙 디올이 피폐했던 파리에 활기를 불어넣고 파리 패션의 상징이 되어가는 여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디올의 작품에는 전쟁 전 파리에 대한 향수가 반영되어 있었고, 디자인을 통해 여성스러운 우아함과 세련미를 다시 도입함으로써 전쟁의 기억을 지우고자 했다. 나는 특히 뤼시앵 들롱 하우스에서 디올과 함께 일했던 레이몬드 제네커와 파트너가 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디올과 그녀의 20-30초 남짓의 짧은 대화가 디자이너를 대하는 경영자의 태도는 어때야 하는지, 더 나아가 브랜드에 투자하는 사모펀드가 고민해야 할 부분을 압축적으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디올은 당시 프랑스의 부호 마르셀 부삭의 투자를 받아 자신의 하우스를 운영할 기회를 얻는다. 화려함과 웅장함을 추구하길 바랐던 부삭과 우아함과 프라이빗함을 원했던 디올은 스튜디오 위치에 대한 의견부터 너무 달랐다. 부삭은 레이몬드 제네커가 사업을 담당하는 조건으로 디올이 원하는 장소에 스튜디오를 제공한다.    


아래 디올과 제네커의 역사적인 순간을 들여다보자.




(제네커) 나도 나만의 뭔가를 갖고 싶단 걸 알았죠. 난 여전히 더 많은 걸 원해요 크리스티앙

I realized that I want something for myself as well. I am still hungry, Christian.  


이젠 뤼시앵을 떠날 때가 됐죠.

Lucien and I have had our time.  


난 새로운 것을 이루고 싶어요.

I want to build something new.  


부삭은 조건을 하나 걸고 이 공간에 동의했어요. 당신이 창작 활동을 하는 동안 사업은 내가 맡는 거죠.

Boussac has agreed to give you this space on one condition: that I handle the business while you create.


난 동업자가 되고 싶어요.

What I want is a partnership.


당신과 이 여정을 함께하며 당신을 지원하고 보호해서, 우리 둘의 성공을 이루고 싶어요

I want to share this journey with you, to back you up, to protect you, and to help us both succeed.


같이 할래요?

Will you have me?


(디올) 제네커 부인 제 동업자로 당신만 한 분은 없죠. 덕분에 참 행복하네요. 정말 오랜만이예요.

There is no one I would rather have by my side than you, Madame Zehnacker. You have made me happy for the first time in a very long time.  





디올은 자서전에서 제네커를 "나의 환상에 이성을, 나의 상상력에 질서를, 나의 자유에 규율을 부여한 사람 reason to my fantasy, order to my imagination, discipline to my freedom.” "이고, "나의 제2의 자아 my second self" 라고 표현했다.

Christian Dior working in his office in 1947 with Raymonde Zehnacker (right).Credit. Sipa Press

창의성과 비즈니스 간의 균형 


디올과 제네커의 관계는 창의성이 필요한 산업에 투자하려는 사모펀드와 경영자에게 귀중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럭셔리 패션은 디자인적인 매력과 비즈니스적인 엄격함이 공존하는 산업이다. 특히 한국의 패션산업은 자본시장에서 ’어렵다‘라는 이유로 자주 외면당하는 섹터기도 하다. 디올과 제네커의 이야기는 패션 브랜드의 경영자는 디자이너의 예술적 자유와 수익을 추구해야하는 비즈니스 운영의 제약 사이의 미묘한 균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함을 알려준다. 그리고 디자이너가 가장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게 보호하고, 지지하고, 육성하는 환경에 투자하는 것의 가치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사례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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