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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진 Apr 27. 2024

목표를 넘어 자아로

지난 주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났던 바티칸 교황청 변호사 출신 교수님과 이번 주 2시간 정도 티타임을 가졌다. 내가 41주간 아침에 일어나 작성해온 노트(모닝페이지)를 보여드렸고, 그와 나눴던 대화를 회고하며 글로 정리해본다.  




"굉장히 목표 지향적인 사람이란 느낌을 받아요. 이 세권의 노트는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방식이예요. 목표지향적 삶의 역사죠. 강박에서 오는 고독과 외로움도 있었을 것 같아요. 인정욕구도 강하고요. 조금만 읽어봐도 '할 수 있다' 란 표현이 너무 많이 나와요. 대부분 어떤 다짐, 내가 되고 싶은 나에 대한 이야기 아닐까요. 이제 '진정한 나'를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표지향적인 삶을 살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방식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히려 금융시장에서 지금까지 성장해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을 겁니다. 그렇게 살지 않으려 해도 잘 바뀌지도 않을거고요. 이제는 약했던 부분을 강화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해볼 때입니다." 


나를 살리는 1분

"이동시간을 포함하셔도 좋고,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제가 이야기하는 것을 실천해 보세요. 단 1분이라도요. 시작은 문제의 구분, 식별 부터예요. 외부요인에 대한 나의 감정을 바라보는 겁니다. 예를 들면, 상대방과의 어떤 일로 인해 내 감정상태가 좋지 않다고 칩시다. 그 감정이 상대방 때문인지, 나 때문인지를 구분해보는 겁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상대방의 문제일 때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상대의 문제에 대해 화를 내는 사람이 많아요. 상대의 문제는 상대의 문제로 놔둡니다. 어찌 보면 이해의 영역이죠. 그런데 그게 내 문제라고 생각이 든다면, 나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 → 문제의 식별 → 그게 내 문제일 때 → 한 단계 깊게 들여보기 


그 감정의 역사를 천천히 들여다보세요. 처음에는 나무의 표피같이 감정 자체를 인식하게 되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의 어린시절과 연결이 되거나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과 연결이 될 때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의 흐름을 적어보세요. 지금까지 써 왔던 성장일지를 이걸로 대체해보면 어떨까요? 매일 쓸 필요도 없습니다. 온전한 내 시간 안에서 감정을 들여다보는 나를 살리는 1분은 매일 실천을 하고, 기록이 필요할 때 노트에 적어 보는 겁니다."    


"마음의 골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조용한 침묵의 공간이 좋겠지만, 여기서 경험하게 될 겁니다. 침묵은 고요하지 않음을. 중요한 건 어떤 생각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그 이유는 그 모두가 나 자신이기 때문이예요. 그 순간이 지나가면 풀어야 할 것이 보이는 순간이 찾아올 거예요." 


"이게 1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선 생각의 힘을 좀 빼세요. 우선 제가 말씀 드린 내용들을 실천하고, 적절한 때가 왔다고 판단이 들 때 연락을 주세요."  



나는 아침에 일어나 30분 정도 떠오르는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고 있었다. 줄리아 카메론의 모닝페이지를 읽고 무턱대고 쓰기 시작한 것이 1년이 되어간다.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쓰다 보니 내가 되고 싶은 나에 대한,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포함한 일에 대한 다짐 같은 메시지로 집중이 되었고, 그게 내 생각의 흐름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교수님을 통해 또 다른 방법을 통해 나를 정리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감정을 안고 산다. 그 감정의 실타래는 때로는 거칠게, 때로는 우아하게 엮여 나의 하루의 감도를 결정한다. 온전한 나로 살고 싶다는 다짐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다이어리도 잘 안 적던 내가 꾸준히 기록을 하기 시작했고, 이런 주제로 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Serendipity. 일단 수용하고, 내 몸으로 흘려보자. 거나하게 취해가던 업계 동료들과 왁자지껄한 목요일 저녁자리 중에, 가회동의 한 한옥에서 투자미팅을 진행하던 중에, 그 찰나에 나를 살리는 1분을 생각했다. 스쳐 지나가는 감정들을 잡아 관찰을 해보려 시도했고, 정확한 감은 못 잡은 듯 하지만 우선 이렇게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은 DALL-E로 만들어 본 마음의 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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