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라고 말하고 싶을 만큼, 내 감정이 끓어오를 때
어느 순간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날 나는 참지 못했다는 것이다.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히 놓여 있던 마지막 선이 무너졌고,
그 뒤로는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었다.
나는 꽤 오랫동안 괜찮은 사람처럼 행동해왔다.
조금 서운해도 넘겼고, 불편해도 웃으며 참았고,
상대의 무례한 말투에도 '별일 아니야'라며 애써 무시했다.
마치 넘치기 직전의 냄비처럼,
내 감정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던 것이다.
뚜껑은 간신히 얹혀 있었을 뿐,
속에서는 이미 거센 끓음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작은 말 한 줄이 그 얇은 뚜껑을 밀어냈다.
"넌 항상 예민해. 그런 걸로 왜 그래?"
그 말은 내 안에서 무언가를 뚝, 하고 부러뜨렸다.
그 순간 나는 나조차 통제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가슴이 벌렁이고, 손끝까지 힘이 들어가고,
숨이 차오르며 말문이 막혔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마음은 뒤늦게 쫓아오는 듯했다.
격분은 말 그대로 참을 수 없는 감정의 끝이었다.
잔잔해 보였던 내 마음에
거센 파도가 한순간 몰아쳤고,
그 파도는 나를 휩쓸어갔다.
누군가는 내가 화를 못 참는 사람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감정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참고, 또 참고, 마지막 남은 둑마저 무너졌을 때
비로소 격분은 얼굴을 드러낸다.
그렇게 격분을 겪고 나면, 마음속 어딘가는 허물어져 있다.
감정은 분명 나를 지키려 일어났지만,
그 격렬함이 너무 커서
때로는 나 자신까지 상처 입히고 만다.
그래서 격분은 단지 폭발이 아니다.
그건 마음이 마지막으로 내보내는 구조 신호에 가깝다.
"이제는 제발 나를 좀 봐줘."
"이건 진짜 아니야."
"더는 안 돼."
이제는 안다.
감정을 무시한 채로 오래 두면
결국 마음은 불꽃에 탄 종이처럼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을.
그렇게 무너져 내린 마음 앞에서
나는 다시 묻는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걸까?'
'나는 계속 괜찮아야만 했을까?'
'그렇게 말한 그 사람은, 내 경계선을 알기나 했을까?'
이제는 내가 나를 보호할 차례다.
터진 감정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내가 지켜야 할 선은 내가 지킨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그 용기를 다시 꺼내드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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