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마다 날이 서는 날, 나도 모르게 가시를 세운다
요즘 나는,
왜 이렇게 말끝이 날카로울까.
딱히 화난 일도 없는데,
누가 말을 걸면 괜히 짜증부터 난다.
별 뜻 없는 질문에도 신경이 곤두서고,
도와주려는 말도 괜히 날 무시하는 것처럼 들린다.
무엇보다 나 자신이 낯설다.
예전 같으면 그냥 웃고 넘겼을 텐데,
왜 이제는 말끝마다 가시가 돋을까.
마치 잔뜩 당겨진 활시위처럼
작은 자극에도 삐걱, 하고 튀어나간다.
스스로도 놀라게 되는 날카로운 말들.
그 순간의 나는 내가 아닌 것 같다.
몸은 이미 알았던 걸까.
자꾸 어깨가 뻐근하고, 숨이 가빠지고,
눈앞이 답답해질 만큼 무거운 감정이 밀려온다.
말은 입에서 나왔지만,
그 말의 힘에 내가 먼저 베인다.
'왜 그랬지?' 하고 돌아보면,
요즘 자꾸 스파크가 튀는 전선 같았던 나를 발견한다.
사람들이 말을 걸어오는 게 부담스럽고,
평소라면 무심코 넘길 일에도
'왜 하필 지금?'이란 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 누구보다 내 마음이 지쳐 있는지도 모른다.
눈에 띄게 분노하지 않아도,
내 안의 감정은 조용히, 아주 날카롭게 다가온다.
폭우가 오기 전, 흐릿하고 눅눅한 하늘처럼
감정의 먹구름은 이미 머리 위를 맴돌고 있었던 거다.
그리고 어느새 나는
누가 내 감정을 건드리기 전에,
내가 먼저 방어의 가시를 세우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그 말, 나를 아프게 하진 마."
"그 표정, 날 무시하는 거 아니지?"
"그 행동, 내가 기대한 건 아니야."
이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결국은 신경질적인 한마디로 내 감정을 대신했다.
가시덤불처럼 스스로를 둘러싼 말들 속에서
나는 조금씩 외로워졌다.
상대는 나를 불편해하고,
나는 그런 상대를 보며 더 예민해지고.
그래서 오늘은,
신경질적인 나를 미워하기보다
내가 얼마나 지쳐 있었는지를 먼저 안아주고 싶다.
감정은 늘 이유가 있다.
그 예민함 속에도, 그 짧은 말끝에도,
누군가 나를 알아주길 바라는 조용한 목소리가 있다.
가끔은 말하지 않아도,
"요즘 너 많이 힘들구나"
그 말 하나에
가시가 풀릴지도 모른다.
쉼의 결을 잇다 © 쉼결.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