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에세이 | 원망

같은 자리에 있었는데, 나만 외로웠던 그 기억

by 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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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망은 관계 안에서 가장 조용하게 자라나는 감정이다.

소리를 내지도 않고, 분명한 경계도 없이,

마음 한 구석에 천천히 번진다.


같은 공간에 머물렀지만

감정의 온도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말은 오갔지만 마음은 닿지 않았고,

서로의 표정을 읽는 것 같으면서도

서로의 마음을 보려 하지 않았다.


그 사람이 일부러 나를 다치게 하려 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마음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서운한 말이 쌓였고,

기대했던 반응이 돌아오지 않았고,

나는 점점 말이 줄어들었다.


말하지 못한 감정은

젖은 편지처럼 마음속에서 무거워졌다.

누구에게도 꺼내지 못한 채,

그저 구겨진 채로 남았다.


표현하지 않은 서운함은

결국 단절처럼 느껴졌다.


원망은 멀어진 사람이 아니라

가까웠던 사람을 향해 생긴다.

기대가 있었기에 실망이 컸고,

마음이 열려 있었기에 더 깊이 상처받았다.


끊어진 전화선처럼,

감정은 더 이상 전달되지 않는다.

나는 계속 말을 걸고 있었으나

상대는 아무 말도 듣지 못한 듯한 느낌만이 남는다.


그 자리에 분명 함께 있었지만

마치 그림자처럼 어긋나 있었다.

같이 있는 듯했으나,

나만 혼자였던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원망이 감정의 끝자락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어느 날 문득 알게 되었다.


이 감정은 사실,

한때의 연결을 기억하고 있는 마음의 모양이라는 것을.

사라진 믿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생긴 감정의 저항이라는 것을.


마음은 아직도 묻고 있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 어떤 의미였던가.

나는 왜 그토록 이해받고 싶었는가.


이 질문들 위에 서 있을 때,

원망은 천천히 감정의 결을 드러낸다.

그 결은 상처로, 서운함으로,

그리고 어쩌면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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