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에세이 | 적개심

나를 지키기 위해 드는 날 선 마음

by 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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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날 같은 마음이 서는 순간이 있다.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던 일도, 어떤 말은 심장을 꿰뚫는 화살처럼 다가온다.

그때 마음은 움츠러들지 않고, 오히려 뾰족하게 날을 세운다.


믿었던 사람이 내 진심을 이용했을 때,

무시당한 자리에서 애써 웃어야 했을 때,

계속 반복되는 상처가 나를 더는 약하게 두지 않을 때,

내 안에서는 날 선 마음, 적개심이 깨어난다.


이 감정은 단순한 분노와 다르다.

분노가 순간의 불꽃이라면, 적개심은 방패를 든 전사처럼 굳세다.

나는 다치지 않기 위해, 다시는 같은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차갑게 마음의 거리를 세우고, 상대를 향해 긴장된 시선을 보낸다.


가까워지고 싶었던 만큼, 상처도 깊었다.

하지만 적개심이 자리할 때, 나는 거리를 두며 배운다.

날이 서 있지만, 쉽게 뽑히지 않는 칼집 속의 칼같은 마음.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에 대해 위험을 품는 일이라고 해석하게 되고,

나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한 번 더 깨닫게 되고,

그리고 다시는 똑같은 자리에 서지 않기 위해 어떤 결심이 필요한지를.


적개심은 내가 약하다는 증거가 아니다.

오히려 나를 지키고 싶은 본능, 생존을 향한 의지다.

다만 그 날이 나를 베지 않도록, 너무 오래 쥐고 있지 않도록

나는 이 마음을 차분히 바라본다.


적개심 속에서 나는 묻는다.

내가 진짜 믿고 지키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내가 등 돌리고 싶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마음을 계속 유지한다면 나에게 어떤 영향이 돌아올까.

그리고 결국, 내가 다시 마주하고 싶은 삶의 모습은 무엇일까.


날 선 마음은 나를 위한 울타리다.

그 울타리 안에서 나는 상처를 추스르고, 다시 단단해진다.

적개심은 내 안의 작은 전사가 되어 나를 지켜준다.

하지만 이 전사는 언제까지나 칼을 뽑고 서 있는 존재가 아니다.

때로는 방패를 내려놓고, 내가 회복할 수 있도록 지켜주는 수호자이기도 하다.


이 감정을 품은 채 나는 다시 배우고, 단단해지고, 앞으로 나아간다.

적개심은 나를 파괴하기 위해 생긴 것이 아니라,

내가 더 안전한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일깨워준 마음의 신호다.


오늘도 마음 한편에서 나를 지키는 전사를 떠올리며,

나는 다짐한다.

“나는 이제 나를 더 잘 보호하면서도,

다시 살아갈 힘을 선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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