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에세이 | 짜증

사소한 자극에 흔들리는 마음

by 쉼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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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말을 끊는다. 그것도 반복해서.

컴퓨터는 느리고, 작업은 지연된다.

도심 한복판, 교통체증에 갇혀 약속 시간은 이미 지나버렸다.

자꾸 울리는 휴대폰 알림 소리에 집중은 흐트러지고...


예상과는 달랐다. 나의 하루는 분명 더 조용하고, 더 매끄러울 줄 알았다.

하지만 작은 일들이 틈을 타 들어와 내 마음의 리듬을 하나씩 깨뜨린다.

별일 아닌 듯한 그 순간들, 그 하나하나가 모여

결국 마음의 여백을 갉아먹는다.


책상 앞, 모니터 근처에 날파리 한 마리가 어지럽게 맴돈다.

해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어느새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

내 마음의 안전구역에 무단침입한 듯한 존재.

사소하지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모든 것들에 대한 짜증이

그 작은 날갯짓에 투영된다.


잔잔한 호수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평온했던 마음은 점점 퍼지는 파장으로 흔들린다.

작은 자극일 뿐인데, 생각보다 큰 반응이 나를 집어삼킨다.

라디오의 주파수가 어긋난 듯, 머릿속은 지지직거리는 소음으로 가득하다.

모든 게 어긋난 것 같고, 집중은 흐려지고,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반응이 예민해진다.


그 짜증은 겉으로는 미묘하지만,

내 안에서는 폭풍처럼 몰아친다.

표정은 굳고, 어깨는 올라가고,

뜻하지 않게 누군가에게 짜증 섞인 말을 내뱉는다.

그 후엔 어김없이 찾아오는 후회.

'왜 그랬을까, 그렇게까지 예민할 필요는 없었는데.'


하지만 안다. 그 짜증은 단지 오늘 하루의 결과가 아니라,

쌓이고 쌓인 작은 피로들이 낸 신호탄이라는 걸.

내가 숨 쉴 틈을 주지 못했던 내 마음이

더는 감당할 수 없어 보낸 작고 큰 외침이라는 걸.


그래서 이제는 이 짜증이 더 큰 감정으로 번지기 전에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

날카롭게 서 있던 감정의 바늘이 조금은 무뎌진다.

그렇게 다시 나의 하루를 조율해본다.


짜증은 무너진 균형을 바로잡고 싶다는 내면의 몸짓일지 모른다.

그 작은 신호를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한결 다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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