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투자자는 무엇을 하는가
함께 일할 애널리스트를 뽑고 있다. 많은 경우 그러하듯, 우리 같이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벤처캐피털 투자 팀은 팀원이 나가거나 들어오는 일이 잦지가 않기에, 흔한 일은 아니다. 이럴 때일 수록 평소 만날 일이 많지 않은 다양한 분들과 커피챗을 하게 되고, 매 커피챗 마다 역으로 우리 팀의 다이내믹스와 VC라는 업의 본질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하우스마다 하나같이 다른 철학과 다른 전략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겠지만, 적어도 우리 하우스에서 초기투자를 하면서 초기투자자의 본질은 크게 3개라는 생각을 한다. "딜소싱(deal sourcing), 밸류애드(value add), 펀드레이징(fundraising)". 요약해서 말하면, 좋은 창업가에게 투자하고, 그 창업가가 잘 되도록 돕고, 그런 창업가들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재원을 마련하는 힘.
Deal Sourcing - 좋은 창업가를 만나는 것
지난 주에만 열 개 이상의 회사와 미팅을 했고, 세네 개의 회사에게 정중한 거절을 전했다. 우리는 보통 100개의 회사를 만나면 1-2개의 회사에 투자를 할까 말까의 극히 낮은 확률로 수많은 창업가들을 만난다. 투자 시장에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딜이 들어오고, 우리는 다양한 이유로 거절을 하기도 하고, 때로는 거절을 당하기도 한다. 투자가 적절하지 않은 사업도 있고, 너무 늦게 만나거나 너무 일찍 만난 경우도 있고, 항상 인연이 되지 않음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명확한 서비스, 프로덕트, 혹은 트랙션이 없는 경우가 많기에 우리는 결국은 '사람'을 보고 투자한다. 시장을 본다는 것은 결국 창업가가 풀고자 하는 문제의 크기와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에 공감하는 것이다. 전문성을 본다는 것은 그 창업가가 과거 어떤 분야에서 피땀 흘려온 경험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팀을 본다는 것은 그가 타인을 동기부여하고 훌륭한 구성원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었는지를 보는 것이며, 실행력을 본다는 것은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고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행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결국 모든 것은 사람으로 귀결된다.
누군가에게 초기투자를 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창업인생의 10년여년을 함께하겠다는 다짐이자, 같은 배에 올라타 험난한 바다를 항해하겠다는 약속이다. 그런 창업가를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역으로 그런 투자자를 찾는 것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좋은 창업가를 만나기 위해서는, 그들과 결이 맞을 수 있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Value Add - 내가 믿는 창업가에게 힘이 되어주는 것
내가 믿는 창업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쩌면, 내가 가진 신념과 가치가 이 험난한 세상 속에서 증명되기를 바라는 마음과도 맞닿아 있다. 때로는 내가 가진 약점을 내가 투자한 창업가에게서 발견하기도 하고, 내가 가진 강점을 그 창업가에게 투사하게 되기도 한다. 우리는 많은 포트폴리오 회사를 관리하지만, 결국 한 명 한 명에게 진심을 다할 수밖에 없다. 정말로 놀랍게도 그 수많은 창업가 하나하나의 모양과 개성이 다 다르다. 모든 창업가는 저마다의 개성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의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뿌듯함과 안타까움, 애석함과 응원의 감정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초기투자자로서 창업가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그들에게 필요한 우리의 역할은 달라진다. 자본조달, 정보제공, 네트워크 제공 등 다양한 방법론에 대한 썰을 이곳저곳에서 풀어왔지만, 어떤 때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응원하는 것이 최선일 수도 있고, 어떤 때는 명확한 숙제를 부여하여 성장을 촉진해야 할 수도 있다. 때로는 단호한 조언이 필요한 순간이 있으며, 때로는 기회를 연결해 날개를 달아줘야 하는 순간이 온다. 이따금 비대해진 에고를 잠시 가라앉히기 위해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10년 만기의 펀드를 운용하다보면 창업가 결별은 비일비재하고 기상천외한 별별 일들이 일어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마음으로 우리는 때때로 힘든 결정을 내리고 계속된 노력을 한다. 한 포트폴리오 회사에는 극약 처방을 내리고, 또다른 포트폴리오 회사에게는 무한한 응원을 하고, 지역 각지로의 해외진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파트너들과 협력을 꾀하고. 창업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내돈내산을 통해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노력도 기울인다. 결국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언젠가 창업가들이 우리 손을 떠나 홀로 날아갈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다.
Fundraising - 우리 전략을 믿어주는 자본을 모으고, 궁극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
이처럼 정성을 다해 좋은 창업가를 찾고 그들의 성장을 지원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금융자산으로서 펀드의 퍼포먼스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투자 업은 결국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하며, 계속해서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는 도관으로서 펀드를 세번째, 네번째, 다섯번째로 확장해나가려면, 좋은 투자 수익을 만들어내는 것을 넘어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야 한다. 흔히 Flywheel이라고 하는 선순환의 구조가 형성되는 이유다. 좋은 창업가에 투자하고 좋은 성과를 내야 펀드가 조성되고, 펀드가 조성되어야 좋은 창업가에 투자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수많은 다른 GP 운용사들 사이에서 우리는 어떤 차별화된 엣지를 갖고 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 펀드레이징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운용사들이 출자를 받기 위한 펀드레이징 과정은 스타트업이 VC투자를 받기 위한 노력보다 몇 배로 더 긴 호흡을 필요로 한 경우가 많다. Fund Business의 브랜드는 정말로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창업가들과의 긴밀한 관계, 성공적인 포트폴리오 구축, 출자자들과의 신뢰와 평판이 차곡차곡 쌓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이를 위해서는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가치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믿는다. 동시에 전략적인 펀드 모델링, 예술적인 회수 작업들까지.
아직 펀드레이징은 주로 파트너님의 몫이지만, 어깨 너머로 배우고 또 함께 대응을 하면서 경험한 것이 그러하다. 앞으로 나도 계속 차차 더 배워나가야할 부분인지라, 세가지 VC 업의 본질 가운데 가장 중요함에도 가장 내가 덜 경험한 부분이기도 하다.
본 글은 저자의 철저하게 개인적인 의견으로, 관련 기관, 조직, 개인등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본 글은 법률이나 투자 관련 조언을 제공하는 목적이 아니며, 본 글을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내리거나 관련 지침으로 활용해서는 안됩니다. 특정 회사나 투자에 대한 언급은 정보 제공의 목적일 뿐, 투자에 대한 추천의 목적이 아님을 다시 한번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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