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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실한 관찰자 Sep 06. 2015

처음, 제주도

5년 전, 첫 제주도 여행 이야기

 제주도를 처음 다녀온 게 2010년, 그 후로 2번을 더 다녀왔고, 4명의 친구들과 함께 보고 먹고 즐겼다. 그리고 이번 주에 4번째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첫 제주도 여행으로부터 5주년 기념으로 그때의 여행을 되새김질해보려고 한다.



제대로 뚜벅이 여행

 우리의 여행 목표는 '제주 올레길 걷기와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가기'로 딱 두 가지였고, 우리는 목표에 충실히 걸었다. 그리고 버스표를 서고, 언제 오는지도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뚜벅이만의 낭만을 즐기기도 했다. 우리가 둘 중에 한 명이라도 면허가 있었다면 그런 낭만은 없었겠지.

'날 잘 따라와~'라고 말하는 듯 ⓒysshin
뚜벅이 여행자만의 낭만, 버스표 ⓒysshin



긍정의 힘을 보여준 한라산

 그 당시 한라산에 대해 아는 거라곤 제주도에 있는 산이다, 애국가 영상에 나오는 백록담이 정상에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안일한 생각으로 등산을 시작했는데 끝이 없이 올라가는 거다. 이제 정상인가 싶으면 더 올라가고 더 올라가고. 그렇게 걸어서 하늘로 올라가 버리는 줄 알았다. 발은 계속 오르고 내 맘속에서는 계속 긍정의 힘을 쥐어짜고 있었다.


"새로운 시작의 첫 단추라고 생각하자!"

"여기 정상을 찍으면 일이 술술 잘 풀릴 거야! 모든 일들이 잘 될 거야!"


 그렇게 한라산의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나를 반기는 건 메마른 청록색 백록담과 팔뚝 만한 까마귀들 뿐이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과 앞으로 모든 게 잘 될 거라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기뻤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짧았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하니까. 우리는 그렇게 해질 무렵 내려와 바로 시내의 약국으로 갔다. 그렇게 파스를 붙이고 우리는 어정쩡한 걸음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르고 또 오르고 끝없이 ⓒysshin



이쁘니까 다음에는

"맞아. 제주도는 이렇게 이쁜 곳이니까 다음에는 사귀는 사람하고 와야지!"

 용머리해안에서 한 커플이 사진 찍는 걸 보면서 혼자 이런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2번의 여행 모두 사이좋은 내 친구들과 함께 했고, 이번에는 엄마와 함께한다. 언젠간 갈 수 있을 거라고 나를 위로해 본다.


 다시 보니까 옷까지 맞춰 입었던 그 커플  ⓒysshin


 이제 첫 여행 때의 설렘은 없지만 초록초록한 푸근함이 느껴지는 제주도. 시골이 없는 나에게는 할머니 집에 놀러 간 것처럼 도시에서는 즐기지 못하는 자연을 보고 즐기고 꾸깃꾸깃 접어두었던 내 마음이 여유로워질 수 있게 다림질해주는 곳이다. 아 빨리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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