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첫 제주도 여행 이야기
제주도를 처음 다녀온 게 2010년, 그 후로 2번을 더 다녀왔고, 4명의 친구들과 함께 보고 먹고 즐겼다. 그리고 이번 주에 4번째 제주도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첫 제주도 여행으로부터 5주년 기념으로 그때의 여행을 되새김질해보려고 한다.
제대로 뚜벅이 여행
우리의 여행 목표는 '제주 올레길 걷기와 한라산 정상까지 올라가기'로 딱 두 가지였고, 우리는 목표에 충실히 걸었다. 그리고 버스표를 서고, 언제 오는지도 모르는 버스를 기다리며 뚜벅이만의 낭만을 즐기기도 했다. 우리가 둘 중에 한 명이라도 면허가 있었다면 그런 낭만은 없었겠지.
긍정의 힘을 보여준 한라산
그 당시 한라산에 대해 아는 거라곤 제주도에 있는 산이다, 애국가 영상에 나오는 백록담이 정상에 있다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안일한 생각으로 등산을 시작했는데 끝이 없이 올라가는 거다. 이제 정상인가 싶으면 더 올라가고 더 올라가고. 그렇게 걸어서 하늘로 올라가 버리는 줄 알았다. 발은 계속 오르고 내 맘속에서는 계속 긍정의 힘을 쥐어짜고 있었다.
"새로운 시작의 첫 단추라고 생각하자!"
"여기 정상을 찍으면 일이 술술 잘 풀릴 거야! 모든 일들이 잘 될 거야!"
그렇게 한라산의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나를 반기는 건 메마른 청록색 백록담과 팔뚝 만한 까마귀들 뿐이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과 앞으로 모든 게 잘 될 거라며 근거 없는 자신감에 기뻤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짧았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하니까. 우리는 그렇게 해질 무렵 내려와 바로 시내의 약국으로 갔다. 그렇게 파스를 붙이고 우리는 어정쩡한 걸음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이쁘니까 다음에는
"맞아. 제주도는 이렇게 이쁜 곳이니까 다음에는 사귀는 사람하고 와야지!"
용머리해안에서 한 커플이 사진 찍는 걸 보면서 혼자 이런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2번의 여행 모두 사이좋은 내 친구들과 함께 했고, 이번에는 엄마와 함께한다. 언젠간 갈 수 있을 거라고 나를 위로해 본다.
이제 첫 여행 때의 설렘은 없지만 초록초록한 푸근함이 느껴지는 제주도. 시골이 없는 나에게는 할머니 집에 놀러 간 것처럼 도시에서는 즐기지 못하는 자연을 보고 즐기고 꾸깃꾸깃 접어두었던 내 마음이 여유로워질 수 있게 다림질해주는 곳이다. 아 빨리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