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툰남편 김광석 Feb 28. 2021

커피 쿠폰 두 장의 추억

사진으로 쓰는 에세이 21.02.28.


이 사진을 찍었던 날 만났던 인연이 있다. 연애 초반으로 보이는 20대 초반의 커플이었는데, 풍경과 너무 잘 어울려서 한 장 찍어줘도 되냐고 물었다. 그들은 수줍은 표정으로 소곤소곤 상의를 마치더니 한 장 찍어달라고 했다. 가볍게 두 컷의 사진을 찍은 뒤 헤어지며 연락처를 물었다.


집에 도착해서 보정을 마친 뒤 사진을 보내주었는데, 사진이 마음에 든다며 커피 쿠폰을 한 장 보내주었다.

그리고 몇개월이 흘렀는지 모르겠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 그들 중 남자 측에서 연락이 왔다.


"저 혹시 그 때 찍은 사진이요. 그거 다시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게 됐거든요."


아 그 사이에 안타까운 이별의 시간과 행복한 만남의 시간이 모두 있었다니. 나는 흔쾌히 하드를 열어서 사진을 보내주었다. 보내기 전에 조금 더 성장한 보정 실력으로 한 번 더 리터칭을 하기도 했다.


그는 또 사진을 받은 뒤 커피 쿠폰을 한 장 보내주었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풍경만 찍던 내가 사람들을 찍고 싶어했던 것은. 단순히 사람들을 찍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갖고 있는 사랑의 감정을 담고자 했던 것은.


그들은 지금쯤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오랜 연인관계를 유지했다면 지금쯤 결혼을 했을수도 있을 것이고, 헤어졌던 이유가 재발하여 다시 이별을 했을수도 있겠다. 어떤 운명을 만들어갔든 웃고 사랑하며 행복했으면 좋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