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핑거스의 2025년 회고

3개년 연평균 성장률 82%, 완전한 흑자 전환

by 신동해

매년 한 번은 회고 글을 써야지 하고 마음을 먹는데 키보드에 쉽사리 손이 올라가질 않는다. 귀찮아서는 아니고.. 마냥 휘갈겨 쓰기에는 찍히는 활자의 무게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아닐까?


2025년을 돌이켜보면,

과정 중에는 아주 행복하지만 쓰렸고, 처음 창업할 때 세웠던 1차 목표를 이룬 해였고, 연말에는 전시 모드(Wartime)로 전환했던, 특별했던 한 해였다.



매출 100억을 달성했고, 턴어라운드를 했다.


22살 창업을 결심했을 때, 인생의 기울기를 바꾸기 위해서 시작하는 일인데 그래도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첫 번째 목표가 100억이었다.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나이브함, '몇 년 안에 할 수 있겠지.'라는 자의식 과잉으로 출발했다가 무려 10년이나 걸렸다. 나의 부족한 점이 여실히 드러난 그간의 여정이지만 그래도 유의미한 성과이다.

그간의 구구절절한 이야기들은 혼자만 간직하는 걸로 하고.. 오늘은 작년 이야기만 해보자.


예상치 못한 시즌4 목표 조기 달성


연 매출이 20억이던 2년 전 올핑거즈미팅에서, 시즌4 목표를 100억으로 선언했었다. 예상보다 수개월 빠른 시기에 달성했다는 점에서 유의미하고, 3개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 82%라는 높은 성과라는 점에서도 고무적이다. 코로나로 빌빌댔던 20-22 시즌에 대한 보상을 한 번에 받는 느낌이다.


2025년 12월 24일 야근하다가 링크드인에 올린 글. 예? 벌써 3월이요?


올해는 사실 100억보다 중요한 미션은 '완전한 흑자 전환'이었다.


우리는 VC 투자를 받았음에도 이미 2018년, 2023년에 흑자 전환을 했었고 창업 후 한 번도 방만하게 운영한 적은 없었다. 그 와중에 신사업 투자는 지속해 왔기 때문에 성장을 이룬 것이다.


매출 성장과 이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해냈다.

다만 숫자만 보았을 때 사실은 매출이 좀 덜 나고 이익이 더 났어야 하는데.. 하는 개인적인 아쉬움은 있다. (욕심이 끝이 없다..)


2025년에 우리가 이뤘거나 이루지 못한 것들


1) 제휴점 수(SKU)에서 이용권 수(Available Inventory)로의 전환


코로나 이전이었던 시즌3는 300만 원짜리 제휴점 4천 개를 입점시켜 매출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그럼 아주 단순하게 120억이라는 매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 이후 찾아온 코로나 시기에는 제휴점의 공격적인 확장이 어려웠고 매출 역시 상방이 막혀 있었다. 어떻게든 비용을 줄였어야 했는데, 단순히 비용을 통제하면서 시간을 번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데 뼈를 깎는 노력을 했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더 적은 인풋으로 더 많은 매출을 가져올 수 있을지, 스케일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고 이를 결국 해소했다.


단순히 제휴점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제휴점 당 객단가를 높이고자 했다. 특히 우리는 일반 플랫폼과 다르게 컨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Native AD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제휴점 당 인풋 리소스가 정해져 있다. 인풋 대비 아웃풋을 더 많이 가져올 수 있는 비즈니스 구조를 짜는데 주력했다.


지금은 로컬 쪽에서도 여러 가지 실행이 되고 있지만, 작년에는 법인에 집중했다. 새로운 빅브랜드 상품을 계속 소싱하면서도 이를 어떻게 하면 매출로 전환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과감하게 Movie 탭을 신설하기도 했다. 나는 영화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개발팀을 비롯해 TF팀의 눈물 나는 노력이 아직도 기억난다. (화이트 보드 사진 찍어둘 걸..)

제휴점 수보다 판매수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또한 고객들이 우리에게 등을 돌렸던 코로나 시기에 얻은 또 하나의 인사이트가 있었다. 그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도 우리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충분한 제휴점 사장님들이 꽤 있었고, 우리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가 오히려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의도한 건 아닌데 오히려 잘 어울리는 상품 포지셔닝이 되어버렸달까?


그래서 심지어 제휴점의 숫자가 줄더라도, 우리 서비스를 만족하고 있는 우량 고객들에게 우리만의 방법으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매출이 성장하는 그림을 만들 수 있었다.


2) 전년 대비 15배의 마케팅 성과


우리 회사의 공격은 영업과 마케팅, 투톱 스트라이크 체제이다.

고객이 양쪽에 있는 Two side 플랫폼이기 때문에 매출이 성장하려면 영업과 마케팅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내가 아는 최고의 공격 듀오는 쏘니와 케인임

나는 마케터들이 으레 하는 것처럼 [마케팅 지출 대비 전체 매출 ROAS]는 아예 안 본다. 이미 기존 사용자들이 일으키고 있는 누적 데이터가 착시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더 보수적으로 [이번 달 지출한 마케팅비 대비 이번 달 신규 사용자가 일으킨 매출 ROAS]를 측정한다. 이 신규 ROAS가 2024년 대비 2025년에 무려 15배가 늘었다. 말이 되나? 싶은데 팩트다. 말 그대로 미친 효율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잠깐 이야기가 새는데, 마케팅과 별개로 마케팅이 잘 되려면 0번은 상품이 좋아야 한다. 경쟁력 있는 상품을 소싱하기 위해 정말 치열한 제안과 협상과 구상을 한다. 여기에 있어서 경영진부터 운영 파트, QC Center, 로컬 영업팀까지 매일 골머리를 앓지만 '아무 상품이나 입점해서 그저 그런 가격으로 매대에 올려놓는 일'은 우리는 하지 않는다.


왜냐면 우리는 큐레이션 컨텐츠 서비스이고, 매력적인 공급자(컨텐츠)가 결국은 수요자를 이끈다는 성장 전략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서비스들이 MAU만 키웠다가 고꾸라지는 것을 보면서 배웠다. (심지어 우리도 2017년~2019년에 트래픽은 지금의 2배였다.)


마케팅 관점으로 다시 돌아와서 보자.


나는 마케팅 팀장을 겸직하고 있고 퍼포먼스/그로스 마케터로서 퍼포밍에 자신이 있는데, 여러 매체를 수평적으로 전개'만' 하는 마케팅 실행안을 가장 싫어한다. 즉, 우리에게 필요한 최적화된 컨텐츠와 세팅이 무엇일까를 정말 정말로 깊이 있게 고민해서 뾰족한 실행안을 찾는다.

컨텐츠 기획도 아주 집요하게 세밀하게 해야 하고, 단기 성과를 위해서는 매체 정책을 팔로업하는 스킬도 중요하고, 엉덩이 붙이고 아주 지루하게 반복 실행을 할 때도 있어야 한다. 여기에 우리 같은 프로덕트 기반의 그로스 마케터들은 개발 지식도 꽤나 중요하다.


상반기에는 영화 상품, 하반기에는 팝딜 상품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새로운 매체도 발굴하고, 마케팅용 프로덕트도 개선하고, 기존에 있는 자산을 활용해서 추가 예산 없이 할 수 있는 신규 고객 대상 캠페인도 신설했다. 또 팀원들이 실행을 기가 막히게 해 준 덕분에 같은 비용으로 15배의 성과를 낼 수 있게 되었다.

3) 더 개선된 채용 및 조직관리 체계


보통 사업하는 대표들, 스타트업의 경영진들은 그냥 이거저거 다 하는 사람들이다. 원톱부터 골키퍼, 때로는 심판과 경기장의 청소부까지 필요하다면 해야 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신 대표, 자네는 가장 강력한 스킬이 뭐야?" 라고 물어본다면, 현시점에서는 그래도 HR인 것 같다.


HR의 영역이 너무나 방대하기에 채용과 온보딩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채용은 모든 조직관리의 시작이기 때문에 중요성이 정말 크다.


채용 전략, 채용 기획, 실행, 면접, 온보딩, 교육, 팀 운영, 오프보딩까지 정말 많은 부분을 고도화해 왔고, 프로젝트를 실행하며 가설을 검증하기도 했다. (물론.. 성과가 있으면 보통 실패도 따라옴..) 또 나의 노하우를 리더급들에게 전하기도 하고, 프로젝트를 통한 인사이트, 그리고 각 리더분들께 배우기도 많이 배웠다.


우리에게 어떤 자리가 필요하고, 어떤 사람을 이 자리에 앉힐지, 어떻게 하면 우리와 잘 맞는 인재를 모셔올 지에 대해서 단지 직관이 아니라, 더 나은 방법ㆍ더 논리적인 문제 해결 방식ㆍ더 체계적인 관리 방법을 만들어가고 있다. 나 개인도, 우리 리더들도, 우리 조직도 성공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것이다.

메신저 배경사진에도 있습니다만 (레이달리오 <원칙> 책 일부)

나는 <원칙>, <초격차>, <하이아웃풋매니지먼트> 책에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었다. 그리고 2024년 내가 읽은 책 중 베스트였던 <매니징>도 좋았다.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수년을 같이 지낸 아끼던 팀원과 헤어지던 2022년 어느 시기, 매일 새벽에 일어나 <원칙> 책을 필사했다.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 나만의 원칙을 세웠고 동일한 일이 반복될 때 프로토콜을 돌렸다. 그리고 2025년에도 오랫동안 함께 울고 웃었던 분과 헤어지면서 다시 한번 꺼내 들어 필사를 했다.


조직관리는 사람에 대한 일이라 외부에 쓰기에는 항상 조심스러워서, 다소 감상적이지만 이 정도로 남기겠다.


4) 리스크 관리 실패에 따른 대가를 치렀다.


회사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몇몇 지표들이 있다. 특정 영역에서 너무 외형적인 성장에만 집중한 나머지 A 라는 지표가 이렇게나 빠르게 안 좋아질 것이라는 예상을 못 했다.

"다른 어떤 것들보다 지금 이 지표를 잡아야 한다."고 B 이사님이 경영진 회의에서 언급한 이후로, 이를 바로잡는데 6개월이 넘게 걸렸다.


들여다보니 왜 지표가 안 좋아졌는지 명확하게 보였고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만약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어떤 Task가 평균 90점이어야 한다면 사실 한두 번은 88점, 85점짜리가 생겨도 괜찮다. 심지어 회사에서는 동기부여나 다른 어떤 이유로 인해서 80점 짜리도 눈을 감을 때가 있다.

지속적으로 80점, 70점 자리들이 쌓이는데 이를 걸러낼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 전체 Task를 대상으로 100점으로 기준치를 높일 수밖에 없다. 그래야 다시 평균 90점을 만들 게 아닌가?

평소에 물이 새는 걸 관리했어야 했는데 배관이 터지고 나서 과도하게 정비를 들어간 셈.

80점을 해도 괜찮은 줄 알았는데 심지어 과락 수준이었고 어느 날 갑자기 100점으로 기준치가 확 높아진다면 모두가 힘들다.

이래서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쌓이면 무섭고, 시스템이 중요하다.


이 나비효과가 조직에도 큰 영향을 미쳤고, 이를 수습하기 위해 프로덕트 사이드와 조직 사이드로 구분해서 바가지로 물을 퍼내고 다시 배관을 조였다. 나는 4분기부터는 핵심 채용에 디깅하고, CRM 관련해서 실무에 깊이 관여하게 되었다.


그래도 그런 어려운 와중에 우리 메인 BM 고도화를 위한 대규모 리서치와 개발은 두 이사님을 필두로 시작해 현재까지 모두가 열심히 몰입하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시즌4


목표는 달성했지만 아직 시즌4는 진행 중이고, 남은 과제들이 많다.


우선 팝딜 BM 고도화를 위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이 3~5월에는 순차적으로 출시되고, 출시 후에도 계속 디벨롭 해야 한다. 또한 컨텐츠/마케팅 관련 비용 효율화, 영업관리 CRM 고도화, 신규 구독 서비스 출시 등 프로젝트가 아직 남아있다. 거기에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하는 글로벌 서비스, 사내 생산성 높이기 위한 AX, AI 신규 프로젝트까지..


분명 한 게 많은데, 항상 앞으로 할 것도 많은 것은 언제나 아이러니.. 그렇다면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때?

가끔 듣는 이야기가 있다.


"텐핑거스가 12년차인데 왜 스타트업인가요?"

- 우리는 12년차 회사이지만 여전히 성장에 목이 마르고, 변화가 많고, 업무의 밀도가 높다. 그래서 좋은 인재들이 끊임없이 온다.


"스타트업인데 생각보다 체계가 잡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좋아요! (혹은) 분위기가 딱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아쉬워요!"

- 10년이 넘은 회사가 체계가 없으면 이상한 거 아닌가요? 진짜 자율에 따른 책임을 한번 경험시켜드려?


내년에도 회고 글을 쓸 때 시즌4를 잘 마무리했다는 내용이 있기를 기대해본다.


올해도 잘 살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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