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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재 Oct 07. 2021

5. 캣초딩은 고려해 본 적 없는데요.

둘째까지는 괜찮지 않을까?

나는 행삼이를 '입양'했고, 치즈 아들내미는 '임시보호'를 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치즈를 입양하겠다는 입양자가 있었다. 입양 예정자는 추석까지 임시보호를 요청했고, 그래서 나는 그때까지 입양 예정자님이 정해주신 '꼬몽'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꼬몽이가 먼저 온 첫날, 소파 밑에서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육아와 케어는 모두 행삼이가 했기 때문에 나는 꼬몽이와 그다지 친하지도 않았다. 나는 꼬몽이를 별로 만지지 않았으며 대화를 하거나 별도의 교육 등을 시키지 않았다.(설사를 밟아서 냥빨은 한번 했다.) 하지만 추석 전후로, 여차저차 생각이 많아졌고 합의 끝에 꼬몽이를 입양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절대 내가 꼬몽이에게 정을 주거나 임시 보호자로서 갑질을 한다거나 타인에 대해 평가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우연히, 모종의 이유로 보내기 힘들다고 판단이 내려진 것뿐이다. 아직도 그분과 나는 친하게 지내고 있으며 자세한 이야기는 잘 협의가 된 부분이니 생략해도 될 것 같다.

이튿날, 엄마 고양이 행삼이가 오자 자기 집처럼 늘어진 모습.

보통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어릴수록 선호한다고 한다. 귀엽기도 하고, 더 오래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고, 처음부터 가르칠 수 있으니 행동교정이 필요 없고 등등의 이유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성묘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는데, 그 이유는 성묘가 확실히 어른스럽고 조용하기 때문이었다. 


난 치료의 마무리 단계이기는 해도 현상유지를 위해 정신과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있다. 특히 불안증세는 쉽게 나아지지 않아서 심각한 수면장애를 유발하고는 한다. 이는 내가 금주를 하면서부터 더욱 심해졌는데, 약을 먹지 않으면 30분마다 깨는 것도 모자라 몽유병에 가까운 행동을 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였다. 그래서 자기 전에 반드시 안정제와 수면유도제, 발작 약을 먹고 잠들어야 3시간가량 억지로 잘 수가 있다.

캣초딩은 사고를 칠 것이라는 것도 일종의 내 편견이 아니었던가?

이러한 이유로 꼬몽이의 입양자를 다시 찾으려고 했으나, 웬걸, 가만 보니 애가 조금 멍청한 구석이 있더라고? 그리고 행삼이랑 애틋하기도 하고, 밤에 딱히 신경 쓰이게 하지도 않고, 바보 같아서 어디 가서 제대로 고양이 짓이나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되고, 솔직히 입양 홍보 그거 되게 귀찮고, 행삼이는 애를 5마리 다 잃었다가 겨우 한 마리 데리고 있는 건데 애를 또다시 뺏으려니 좀 잔인한 것 같고, 두 마리 정도는 뭐 부담스러울 정도는 아니지. 한마리나 두마리나 비슷하지 않을까?


알 수 없는 마음의 소리가 마구마구 나를 뒤흔들었다. 그래서 결국 꼬몽이를 둘째로 들이기로 마음먹었다. 애가 캣초딩치고 조용조용하니 마음에 들었던 것도 한몫했다. 행삼이가 엄하게 가르치기도 했고.


입양 희망자 분과 나쁘게 끝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이름을 새로 짓기는 귀찮고, 그렇다고 꼬몽이 그대로 가자니 내가 좀 정 들이지 않은 느낌이 별로였다. 그래서 맹한 구석이 있는 아이니까 '꼬맹'이로 하자 싶었다.

애틋한 모자지간

성격은 이름 따라간다더니, 아직까지도 맹구 같은 구석이 있어 날 웃음 짓게 하는 아이다. 순둥 하고 바보 같으면서도 마음이 따듯해서 엄마 말도 잘 듣고 여동생도 잘 보살핀다. 그리고 조용조용히 사고를 잘 치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면 주방 오만군데에 고양이 발자국이 있고 프라이팬을 열심히 핥은 흔적을 볼 수 있다. 내 책상에도 얼마나 열심히 간섭하는지 필기구가 엉망이 되어있으며, 베란다는 뭐 자기 세상으로 가끔 통돌이 세탁기 안에도 들어가 있어 꺼내 주고는 한다.(몇 번 그러더니 지금은 안 들어간다.)

아직도 너무 맹구 같아 덕분에 매일 웃는다. 세탁기, 건조기 사용 전에는 항상 고양이 유무 확인 필!

내가 자는데 문제가 없으니 다 괜찮다. 잘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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