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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재 Oct 07. 2021

6. 모자란 고양이를 키우는 방법?

다 믿는 구석이 있다.

임광이의 토끼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창고로 쓰이던 작은방은 임광이가 숨어서 나오지 않으려면 충분히 그럴만한 공간이 곳곳에 있었고, 길에서 데려온 너무나 작은 아이이기 때문에 상태변화를 체크해야만 했다. 그래도 화장실과 숨숨집 밥, 물, 장난감 등을 충분히 넣어주고 수시로 꺼내어 손을 태워주었다.

순식간에 64그람이 쪘다.

처음에 데려온 임광이는 '고양이'가 아닌 상태였다. 애 엄마가 궁금할 정도로 할 수 있는 말은 '하악'밖에 없었으며 모든 바디 랭귀지와 고양이 언어와 몸짓은 거의 통하지 않았고 유치가 전부 났음에도 불구하고 아주 묽은 유동식과 분유밖에 먹질 못했다. 경계심이 너무 강해 초반에는 분유를 강급하기도 했고, 불린 사료를 안 먹는 이유를 도무지 몰라 갈아주고 빻아주고 으깨주고 종류별로 바꿔주고 아주 별 짓을 다 해봤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배변 실수를 하더라도, 잘 먹지 못하더라도 배변 상태가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락톨 분유와 마더앤베이비캔을 주로 먹였다. 분명 사료를 먹을 나이인데...

거실에 있는 아이들이 백신 접종이 하나도 되지 않은 상태인 데다가 역시나 격리 관찰기간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전염병에 대비하여 두 구역 중 하나라도 살리려면 2주 동안 작은방과 거실을 오가며 소독약에 아주 절여지다 못해 불려지는 고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옷 또한 수시로 갈아입고 소독/세탁을 반복했다. 임광이가 궁금해 보러 오시는 고양이 사랑방 회원님들도 친절히 소독약에 절여드렸다. 사용한 소독약은 처음에는 알코올 계열이었으나, 나중에 염소계열로 바꾸게 되었다. 별 이유는 없고, 내가 알코올 중독 치료 중이기 때문이다.


환묘를 오랫동안 돌본 경험이 있다는 것을 언급했던가? 나름 경력도 있고 고양이랑도 쉽게 친해지고 그들의 행동과 몸짓에 대해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소통을 할 줄 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임광이는 내 기준에서 절대 고양이가 아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꾸물대는 생명을 붙잡으려고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던 와중, 어깨 관절 부분에서 몽우리가 만져졌다.


왜, 사람도 여드름이나 피지낭종이 생기곤 하니까. 처음에는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아기 고양이를 돌보는 분이라면 절대 작은 상처도 쉽게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싶다. 그 몽우리는 점점 커지더니 어느 날 5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가 되어 팍 하고 터져버려서 날 놀라게 했으니까. 

얼마나 아팠을까?

일단 피고름이 줄줄 나와 다 짜내버렸다. 다행히 임광이는 '하악'밖에 하지 못하는 부족한 고양이라 신음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했다. 10여분에 걸쳐 피고름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 깨끗한 천으로 짜내고 짜내고... 그러면서 조금 울었다. 이렇게 작은 게 아프다는 사실이 슬퍼서... 그리고 혹여 백혈병이라던가 악성종양이라던가 하는 극단적 가능성이 새벽의 공포로 다가와 날 두렵게 했다.


빨리 해가 뜨길 바랬다. 그리고 병원이 열기도 전에 임광이를 데리고 찾아갔다. "우리 애가 종기 같은 게... 생겨서요, 피고름이 엄청 나왔어요!" 나의 오두방정에 수의사 선생님은 침착하게 "털을 밀고 좀 봅시다."라고 대답하셨고 잠시 후 털이 빡빡 밀린 임광이에게는 두 개의 상처가 있었다. 하나는 피고름이 터진 자국이고, 다른 하나는 무언가 물린 자국 같다고 하셨다.

"얼마나 열심히 짜셨는지... 남은 고름이 없네요. 하하, 저도 진짜 열심히 짰는데 하나도 안 나왔어요."

"우리 애.. 악성종양이나 백혈병 그런 건 아니죠?"

"애가... 이제 4주 아닌가요?"


의사 선생님은 가능성이 있긴 하지만 거의 없다고 하셨다. 신생아한테 여드름 같은 게 났는데 암이냐고 묻는 수준이라면서. 나이가 좀 있었다면 배양검사를 해보았겠지만, 무언가에 물린 자국이 있어 필요 없을 것 같다는 결론이었다.


어린 고양이는 종종 이런 식의 감염으로 죽는다고 한다. 심지어 모기에 물려도 순식간에 감염되어 고름주머니가 차면서 2차 감염으로 이어진다고. 너무 어려서 고름주머니 자체를 제거하는 수술은 불가능하고 더 이상 염증이 차지 않도록 2주간 항생제를 먹고 소염제를 병행하기로 했다. 이 기간 동안 상처를 그루밍할 수 있기 때문에 환묘복을 입혀야 하는데, 맞는 사이즈가 없어 여성용 양말을 잘라 입혀야 했다. 문제는 내 손재주가 나쁘지 않은 편이지만 그것이 섬세함쪽으로 발달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두 번의 시도와 두 번의 실패, 오른쪽에 묻은건 똥이 아니라 이유식이다.

그 꼴을 보다 못한 고양이 사랑방 회원님 중 한 분이신 은영님이 손바느질로 아가 옷을 뚝딱 만들어 주셨다. 심지어 팔이 가려지는! 이 옷이 정말 톡톡하게 제 역할을 했는데, 그루밍을 원천 차단하고 체온 유지에도 도움을 주어 회복이 정말 빨라졌다. 귀여운 건 덤이었다.

포장까지 금손, 그리고 너무 찰떡같은 칼라감과 멋진 오버핏.

이 작은 아이한테 약을 먹이다니... 하지만 나는 환묘케어 경력직 집사이기 때문에 하루 두 번 꿀떡꿀떡 아주 잘 먹였다. 선생님 말씀은 잘 들어야 한다. 밥도 더 잘 먹였다. 당시 임광이는 아가용 캔에 분유를 넣어 아주 묽게 타 주어야만 겨우 먹었는데, 빨리 나아야 하니까 식습관 교정은 나중으로 미루고 그냥 잘 먹는 것이니 잔뜩 주었다.

사료를 주면 전부 엎었다. "난 이런 걸 먹는 고양이를 본 적이 없어!"

2주 후, 임광이의 상처는 깔끔하게 아물었으며 몸무게는 처음의 두 배인 1kg를 달성했고 격리에서 해제되어 합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하지만 6주 차에도 '하악'만 할 줄 알고 2주 동안 온갖 소통과 교감을 시도했음에도 눈만 마주치면 도망가고 밥은 미음만 삼키는, 고양이라기에는 한참 모자란 상태였다.


그래서 합사를 걱정했냐고? 아니, 나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카피캣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며, 우리 행삼이는 육아 경력직에 병원에 가면 찬사가 쏟아지는 예의 바른 스트릿 출신 고양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 걱정을 하기는 했다. 고양이와도 교감이 안되면 어떡하지...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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