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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재 Oct 14. 2021

13. 원조 마스코트를 소개합니다.

나나 짜장이 삼동이

행삼이가 우리 아파트의 유일한 깜찍이어서 구조와 입양에 많은 분들의 도움이 모아졌던 것일까? 사실 아파트에는 원조 마스코트가 있었다. 행삼이가 사람마다 코코, 춘장이, 삼순이라고 부르던 것처럼 이 친구도 나나, 짜장이, 삼동이 등으로 불리고 있었다. (현재는 헷갈려서 사랑방 회원님들끼리는 나짜삼이라고 통칭한다. 행삼이가 중성화 수술 후 방사되었다면 코춘삼이 되었을 수도.)


내가 막 아파트에 첫 입주하였을 때, 처음에 본 아파트 고양이는 앙고라 터키쉬 성묘였다. 그 아이는 입양인지 냥줍인지 금세 사라졌고, 중간에 4개월령 치즈 냥이가 있었다는데(나는 본 적이 없다.) 그 아이가 바로 '공주'가 된 것이라 한다! 귀 커팅이 없길래 중성화를 하려고 병원에 방문했는데, 알고 보니 수술까지 하고 누군가 버린 고양이였다고.


그리고 한쪽 귀가 컷팅된 젖소무늬 남자아이가 등장한 것 또한 내 기억에는 작년 가을쯤일 것이다. 당시 5~7개월 정도의 덩치였으며 사람을 너무 좋아해 이 또한 누군가가 버린 아이일 것이라고 추측되었다. 우리 아파트 영역에 세 번째로 등장한 고양이였다. (이하 나짜삼이라고 통칭)

고알못들이 준 밥(rice)을 먹고 안티를 늘리고 있는 나짜삼. 무분별한 동정은 안하니만 못하다.
초겨울의 짜삼이

나짜삼은 좀 독특했던 게, 애살이 많은 성격이라 사람이 조금만 관심을 보여주어도 쫓아다니고 비비적거리며 아파트 내부까지 따라 들어왔다. 층수도 상관없이 계단을 마음껏 오르내리며 문 앞에 쌓인 택배박스 위에 앉아 여유롭게 골골대기도 하였으며, 같이 엘리베이터를 탄 사람도 많았다. 정말 겁이 없는 개냥이 었다. 그래서인지 안티팬도 행삼이보다 많았다.

일단 무릎 비스무리는 다 올라가고 보는 짜삼이. 나름의 환영 인사이다.

나짜삼은 곧 아파트를 중심으로 근처를 전부 본인 영역으로 삼았는데, 그래서 한동안은 근처에 다른 고양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사실 TNR이 된 고양이가 대장 냥이가 되어 머물면 좋은 점은, 다른 고양이들이 함부로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고양이 성격에 따라 다르긴 하다. 부모님 공장의 대장 냥이는 사교성이 좋아 밥을 주면 친구들을 늘 네댓 마리씩 초청하는 바람에 부모님은 밥 주는 걸 그만두셨거든.

부모님 공장의 대장 냥이, 공장단지 여기저기서 챙겨준 덕분에 6년 넘게 장수하고 있다.

무튼 그렇게 나짜삼이 이 근방의 고양이를 전부 쫓아내며 원조 아파트 마스코트로 매김 할 즈음, 2개월령의 행삼이가 갑자기 출현한 것이다. 나짜삼은 자상하고 상냥한 고양이기 때문에 너무나 작은 아기 고양이를 차마 냥냥 펀치로 쫓아낼 수가 없었나 보다.


짜삼이는 아기 행삼이를 예의범절 스트릿 어른 고양이로, 마치 친아빠처럼 키워주었다. 둘은 빠르게 친해져 먹을 것도 같이 나누어 먹고, 산책도 같이하고, 낮잠도 함께 자며 그렇게 길 생활을 의지해 나갔다. TNR 표식에 대해 잘 모르는 주민분들은 아빠와 딸이 아니냐며 곧잘 이야기하곤 했다.


하지만 행삼이가 아이를 낳은 뒤에는 나짜삼까지도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 와중에도 나짜삼은 자기 몫의 밥을 행삼이의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 등 예민한 딸내미가 부리는 성질까지도 다 맞추어 주는 착하디 착한 고양이의 모습을 보였다.

행삼이의 출산 후 쭈구리가 되었다.

현재도 나짜삼은 우리 아파트에 머무르며 때로는 문지기 역할을 하고, 언제는 접대묘의 역할도 열심히 수행하고 있다. 그렇게 집냥이에 어울리는 좋은 고양이면 누군가 입양하면 되지 않는가 싶겠지만, 글쎄 이건 굉장히 어려운 주제라서 말을 꺼내기도 어렵다. 아파트 문지기를 잃어서 싫은 건 당연히 아니고, 일단 성묘의 선호도가 낮아 입양 자체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행삼이도 중성화 후 다시 방사할 예정이었을 정도로.


그렇다고 가여워하고 정을 주는 사람더러 직접 입양하라는 발언은 조금 가벼운 소리이다. 대상이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 아이라고 해도 같은 말이 나오기는 어려운 걸 생각하면 말이다. 나만 해도 정기적으로 고아원에 후원을 하고 있지만 모든 아이들을 입양할 수는 없다. '지원'과 '책임'은 구분 지어져야 할 단어이다.

길고양이의 수명은 약 1~2년 정도라고 한다. 고양이를 '지원'하는 사람은 그 짧은 수명 동안 원하지 않는 발정과 번식을 막아 인간과 공존할 수 있도록 TNR을 진행해주고, 가끔 아픈 곳은 없는지 굶지는 않았는지 들여다보는 것이 최선의 행동이다. 이 과정에서 각기 방법이 다르다 보니 말이 많은데, 적어도 나짜삼에 관해서는 이 지원이 누군가의 불편함을 초래하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다.


* 지금은 고양이 사랑방을 쉬고 계신 '베란다' 회원님이 본인 베란다를 밥자리로 내어주셨었고, 나짜삼을 챙겨주는 회원님들은 밥시간 후 주변 청소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셨다.


아이든 동물이든 불쌍하다고 본인의 능력치를 넘어서 전부 입양하여 돌본다면 우리는 그것을 책임감 있는 사람이 아니라 '호더'라고 부른다. 섣부른 입양이 센터에 남는 것이나, 길에 남아있는 것보다 못한 결과를 낳는다면 과연 잘한 일일까?


사실 그냥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이 모든 것이 구질구질한 변명으로 들릴 것이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나 또한 글을 작성하면서 내가 나짜삼을 입양하지 못하는 이유를 구구절절 나열한 것만 같아서 부끄럽기 그지없다.


그냥 작은 소원이 있다면 나짜삼이 더 큰 혐오를 받거나 아프거나 사고당하지 않고, 자기 수명대로 자유롭게 살다가 떠나기를 바란다. 조금 큰 소원을 빌자면 나에게 나짜삼을 좋은 곳에 입양 보낼 수 있도록 강력한 서포트를 할 수 있는 여유와 능력이 생겼으면 좋겠다. 완전 대놓고 소원을 빌자면 내가 4마리를 케어해도 호더 소리를 듣지 않을 정도로 대박이 났으면 좋겠다.

오늘도 아파트를 부탁해 짜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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