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의 힘

"나도 그랬어"가 주는 용기

by Via Nova

오래전 일이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아마도 8급 2년 차 경이었습니다.


당시 과장님이 부르시더니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안에 대한

해법을 찾아 보고하라고 하셨어요.


순간 머릿속은 하얘지고

막막했고 답답했습니다. 그땐 챗지피티도 없었거든요.


들어오는 일을 쳐내면서 머릿속에는 계속 그 고민만 한가득 있었죠.

다행히도 약 2주가량 시간을 주시더라고요.


옆자리 선배에게 물어 물어 지금 보면 너무 우습기만 한 보고서를 들고 과장님께 갔습니다.

돌아온 건 짧고 굵은 한마디


"이건 다시"


대체 뭘 고쳐야 할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려주시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냥 마음에 들지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예전 상사들은 대부분 그랬던 것 같아요.



자리로 돌아와 멍하니 앉아있는데

당시 차석 주사님이 어깨를 툭 치며 말했습니다.


"OO야, 너 이거 몇 번 고쳤어?"

"세 번이요..."

"오 괜찮네. 난 예전에 열두 번도 고친 적 있어. 이만하면 양반이야.

세 번만에 보고에 까였으면 아직 힘이 남아있겠네."

"아 네. 감사합니다."


격려인 듯 압박인 듯 모를 그 말에

순간 긴장이 풀렸습니다.

다시 키보드를 두드릴 힘이 생겼습니다.



시간이 흘러 이제는 보고서를 혼자 책임지고 올릴 수 있게 되었을 때

떠올랐던 건 과장님의 날카로운 지적이 아니라

그 선배의 농담 섞인 한마디였습니다.


당시 선배마저 나를 나무랐다면 저는 모든 자신감을 잃고 좌절했을 거예요.

직장 자체가 문제 해결을 위한 집단인지라

매일이 퀘스트처럼 주어지고

가끔은 '게임오버'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그럴 때 필요한 건 대단한 조언이나 도움이 아닌

"처음엔 다 그래, 나도 그랬어."

라는 짧지만 힘이 되는 한마디 말 아닐까요.



이미 잘하고 계시겠지만 특별한 오늘

옆 사람에게 조금 더 친절하고 살갑게 대해주심 어떨까요.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니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