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수능에 확산 모델(디퓨전 모델)에 관한 문제가 출제되었다. 국어 비문학 문항은 언제나 시사적인 내용이 포함되었지만 이번 문제는 관련 업종에 있는 나에겐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다. 인공지능 기술이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것도 모자라 이제는 수능 문제로까지 등장해 학생들의 사고를 시험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AI가 우리 삶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왔는지를 알리는 신호다. 우리는 이제 자연스럽게 ‘AI와 함께 살아가는 삶’을 고민하고, 이를 어떻게 일상에 활용할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문제에 설명된 기술은 디퓨전 모델이다. 우리가 흔히 들어 본 LLM이 아닌 수능 문제에 나온 디퓨전 모델이란 무엇일까? 쉽게 설명하자면, 이 모델은 ‘희미한 이미지를 점점 또렷하게 만들어가는’ 기술이다. 마치 안갯속에 가려진 풍경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듯이, 디퓨전 모델은 초기에는 흐릿하게 시작한 이미지를 여러 단계를 거쳐 점점 선명하게 재구성한다. 대표적으로 오픈소스로 제공하는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이 있는데, 원하는 예술 작품이나 상상 속 풍경을 사용자 맞춤형으로 만들어주는 AI 모델이다. 이렇게 디퓨전 모델이 가능해진 이유는 AI가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하며 이미지의 세부 요소를 점진적으로 보완해 나가기 때문이다.
화성시는 이런 AI의 가능성을 일찍이 알아차리고, AI와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도시를 설계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올해 4월 전국 지자체 최초로 AI전략과를 신설하고 아이디어를 공모해 정책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운영했으며, AI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많은 시민과 공무원이 AI에 대한 이해와 활용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2025년에는 화성시만의 독자적인 AI 박람회를 열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AI 선도 도시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모든 AI는 그 자체로 작동하지 않는다. AI가 실제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데이터’라는 연료가 필요하다. 데이터는 도시의 문제를 진단하고, 주민들의 요구를 파악하며, AI가 사람들에게 유용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는 핵심 자원이다. 데이터가 없다면 AI는 그저 영업사원의 현란한 수사에 불과하다. 우리 팀에서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한 화성시를 구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수원시와 함께 고립된 은둔 청소년들을 위한 AI 기반 상담 및 소통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사회와 단절된 청소년들이 AI와의 대화를 통해 마음을 열고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 또, 보행장애를 겪는 시민들을 위한 편의시설 정보 제공 시스템도 만들고 있다. 이 시스템은 이동 경로와 편의시설 위치를 분석해 이동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에게 적합한 장소를 안내한다. 이렇듯 화성시의 AI데이터 기술은 언제나 사람을 향해 있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AI가 기술적 영역을 넘어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제 사례이다.
앞으로도 화성시는 단순히 기술을 도입이 아닌 기술과 데이터가 어떻게 시민들의 삶을 더 따뜻하고 편안하게 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며, 사람 중심의 정책을 실현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 기술과 사람이 함께 호흡하는 이 도시에서 우리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